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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하지 않으면 더 잘 된다고?

겨우 갖게 된 면접에서 떨어졌다.

by 써퍼



지난 7월에 퇴사를 했다. 자발적인 퇴사였고, 뒤가 준비되어 있지 않은 퇴사였다. 그땐 그냥 다 필요 없고 그만두는 게 정답처럼 보였는데 지나고 보면 좀 준비하고 그만둘걸 싶다. 그만큼 고정적인 수입과 나의 쓸모를 알아차릴 수 있는 일자리는 중요하다는 걸 또 이렇게 체감한다. 그리고 그 체감은 다시 일자리를 갖게 되면 귀신같이 희미해진다.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벌써 조직을 벗어나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지 7개월이 지났다. 3개월은 그냥 걱정 없이 쉬었다. 마치 3개월 뒤면 바로 일할 수 있다는 듯이. 그리고 10월부터 야금야금 서류를 넣기 시작했는데 3개월간 5개의 이력서를 제출했다. 5개의 이력서 중 서류전형에 통과된 건 단 하나였다. 심지어 정규직도 아니고 계약직이었는데도 이렇게 서류가 안될 수 있나 싶었지만, 계속 서류전형에서부터 떨어지다 보니 면접이라도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전부였다.



드디어 다섯 번째 서류만에 면접의 기회가 생겼다. 정말 오랜만의 면접이라 긴장을 많이 했고, 나름 준비도 했다. 면접을 준비하며 생각했던 기업의 이미지와 대기하며 느낀 이미지가 다르다 싶었지만 분위기도 좋았고, 처음에는 떨었는데 나중에는 잘 대답했다고 생각했다. 찜찜한 구석 없이 면접장에서 나와 걸어가는데 문득 '왜 언제부터 출근 가능한지 안 물었지?' 싶었다. 그 순간 아차 싶어 져서 안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마음 한편에서는 계약직인데 그래도 되겠지. 하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빠르면 명절 지나자마자 연락이 오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온 연락은 불합격.



불합격 안내를 보고 또 보면서 상심을 곱씹었다.

왜 이렇게 좀처럼 기회가 안 올까. 기회를 기다리다 내 마음은 한껏 쪼그라들어버렸다. 이러다 또 아무 회사나 가서 1년을 쥐어짜 내 버티다가 또 제 발로 걸어 나와 과거를 후회하게 될까 봐 겁이 났다. 그렇게 끊긴 경력들이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이것 또한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애써 괜찮다 스스로를 다독이다가 '왜? 왜 안 됐지?'를 되뇐다. 면접장에서 나눈 대화들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확신했다. 솔직하게 나눈 얘기들에서 팀장은 "충분히 잘해오신 것 같다.", "어디서든 잘하실 것 같다.", "대답을 잘해주신 것 같다."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잘해왔다고 생각하지만 당장 이 조직, 팀과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유독 더 아쉽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나를 위해, 내게 올 자리였다면 면접을 죽 쒔어도 내게 왔을 것이다. 내게 올 자리가 아니라 면접을 잘 봤어도 오지 않은 걸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남는 거라곤 애쓰는 마음밖에 없는 것 같아 씁쓸해진다. 그래도 구태여 찌그러진 마음을 펴보려 애써본다.



한껏 찌그러진 마음으로 요가원에 간다.

뭔가 잘 안 되는 날은 집중도가 더 높아지는지 수련이 다른 날보다 잘되곤 한다. 한껏 집중하다가도 계속 '왜?', '도대체 왜?'를 계속 곱씹는다. 그러다 선생님이 아사나를 이어가다 난이도가 있는 자세에서 하는 말이 마음에 맴돈다. "집착하는 순간 자세를 완성하기 어려워요. 집착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더 잘 됩니다." 그 순간을 잡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수련을 해야 할까.



그리고 이어지는 안내.

"요가는 마음에 집중해요. 못한다 안된다 생각하면 계속 안되고, 된다 된다 나는 원래 되는 몸이다. 생각하면 하루 만에, 한 달 만에 되기도 해요."



'왜?', '대체 왜?'를 되뇌다가 안내자의 안내에 따라 '된다.', '언젠가는 된다.'라고 생각해 보기로 했다. 아직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못 만났으니, 기회를 잘 알아볼 수 있도록 지금 할 수 있는 걸 해보자고. 취업이라는 게 될 때까지 어쨌든 해봐야 하는 거니. 마음이 한껏 쪼그라들어도 야금야금 펴가면서 계속해보자고.



결국 삶에 들인 요가에 기대어 구태어 힘을 더 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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