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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요가를 삶에 들였나

매일 요가원에 가기 시작한 지 1년이 되었습니다.

by 써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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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요가가 내 삶에 들어오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는데,

20살에 궁금해져서 등록했던 요가원에서의 수련이 나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나는 굉장히 활동적인 편이었고, 자고로 운동이란 땀을 흠뻑 빼는 게 운동이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고,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중, 고등학교 때까지 킥복싱과 무에타이를 해왔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솔직히 사회 초년생이 요가를 주기적으로 하기엔 비용이 너무 비쌌다.



아무튼, 큰 마음먹고 등록했던 요가가 나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그 후로는 요가를 할 생각을 정말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23년 3월 25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이해 열린 원데이클래스에 다녀왔다.

당시 요가 관련 일을 하고 있던 덕균의 추천덕이었는데, 진짜 오랜만에 하는 요가치 고는 무려 90분짜리 수업이었다. (그때는 90분 수련이 뭔지도 모르던 때였지만.)



그때 만난 강사님은 평소의 톤과 수련을 안내할 때의 톤이 굉장히 다른 분이셨다. 사근사근 대화하시다가 수련에 들어가니 단단하고 단호해지는 목소리가 꽤 신기했다. 그리고 그 수련에서 "매트 위에서는 나만 바라보면 된다. 마음껏 실패해도 괜찮다."라는 말들이 마음에 꽤 오랜 여운처럼 남았다.



그리고 나는 유연성보다는 근력으로 움직이는 사람인데, 그 선생님은 특별한 날을 기념해서 열리는 클래스라고 해서 쉬운 자세들만 하게 하지 않았고, 챌린지가 될 법한 자세 두세 개를 넣어 수련을 진행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덕에 요가에 대한 내 인식이 바뀐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뭐든지 나한테 잘 맞는 선생님을 만나는 게 시작하기 가장 쉬운 복일지도 모르겠다.



그날, 90분의 수련을 마치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나에게 맞는 요가원을 찾아다니기도 귀찮았을뿐더러 금액이 부담스러워 차일피일 미루기 시작했다. 하지만 집 근처 요가원을 찾는 일은 멈추지 않았는데, 아마도 언제든 충동적으로라도 갈 일이 한 번은 있을 거라고 마음 한편에 담아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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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9월,

회사에서 굉장히 화나는 일들이 많았고 마음이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퇴근길에 바로 찾아뒀던 요가원의 원데아클래스를 결제하고 60분의 하타수련을 했다. 머릿속에 남아있는 어릴 때의 유연함을 미련하게 믿고 허리를 들어 올렸다가 우지끈하는 느낌이 들어 깜짝 놀랐다. 머릿속의 나는 어린아이지만 내 몸은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억? 어얽? 하던 순간이 이어지고 60분이 지나 사바아사나를 하는데 머리가 개운해졌다.



사실 요가원에 가면서도 '일단 한 번만 해보자'라고 생각했는데, 수련을 마치고 바로 3개월 매일 수련권을 일시불로 결제해 버렸다. 그때부터 매일 요가원에 갔다. 저녁에 약속이 있거나 야근을 해야 할 것 같을 땐 새벽에 수련하고 출근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매일 꾸준히 요가원에 갈 수 있었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가야 할 것 같아서"라고 간단히 대답하긴 했지만 사실 여러 이유가 있었다.



1. 나는 어릴 때부터 비교에 취약한 사람이었다.

엄마는 나를 늘 누군가와 비교하는 환경과 말에 올려두었고, 늘 비교는 나를 칭찬하기보단 부족함을 일깨우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만족할 줄 모르고 계속 남의 것, 더 나은 것, 더 잘하는 것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이 되었다.


요가는 남과 나를 가장 쉽고 빠르게 비교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진다. 나보다 늦게 수련을 시작한 사람인데도 가진 몸이 유연해서 나보다 더 빠르게 자세를 완성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릴 땐 거기에만 매몰되어 '나는 왜 안돼?'에만 집중했었다. 사실 그래서 요가가 나와 맞지 않을 때였다.


다시 요가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으며, 나는 그 환경에서 나에게 집중하는 법을 배우려고 목표를 세웠다.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유연하지 못해. 그래서 저 자세는 지금 안 되겠지만 꾸준히 하면 될 거야.' 혹은 '나는 근력을 쓰는 자세를 더 잘해.'에 집중했더니 어느 순간 남의 자세나 아사나는 내게 중요하지 않아 졌다. 그저 매트 위의 나와, 그 자세를 안내하는 선생님의 말과 아사나에 집중하는 법을 배워갔다.



2. 나는 하기로 한 것은 해야 하는 사람이다.

나는 성향상 돈을 들이면 그만큼의 뽕을 빼고 싶어 하는 사람에 속한다. 그리고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어떻게든 하는 사람이라, 매일 수련하기로 마음먹었고, 돈을 내었으니 매일 요가원에 내 몸을 데려다 놓는 것은 어쩌면 내겐 당연한 일어 었다.


물론 그 와중에 나도 오늘은,, 좀,,, 싶은 날들이 있다. 주로 토요일이 그랬는데, 늦잠을 자고 싶은데 토요일은 9시 30분 수련 1타임만 있으니 더 포기하고 싶어졌다. 그럴 땐 과감히 포기하기도 하고, 그럼에도 뇌에 힘주고 요가원에 가기도 했다.



3. 일상에서 나를 지키는 루틴으로 자리 잡았다.

회사에서는 정말 무수히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그만큼 다양하고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 속에서 나는 나를 지키는 방법으로 매일 요가 수련을 하는 것을 택했다. 그 덕에 루틴이 주는 힘을 경험하게 되었는데, 루틴이 무너지면 일상이 무너진다는 말을 그때 비로소 체감했다. 그래서 더더욱 일상에서 나를 단단히 지킬 수 있도록 더 애써서 요가원에 갔다. 그리고 매일 수련한다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얘기하고 다녔는데, 그러면 사람들이 꽤 나를 대단하게 보기도 했다. 거기서 오는 만족감도 무시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4. 나와 잘 맞는 요가원과 안내자를 만났다.

내가 다녔던 요가원은 매일 같은 시간에 수련이 있었고, 오전과 저녁 수련의 안내자가 달랐다. 새벽에 가면 호흡 명상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고, 저녁 수련에는 개운함을 느끼기 좋은 하타 수련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 아쉬탕가나 빈야사를 경험해보지 못했을 때지만, 내게 하타수련이 꽤 잘 맞은 것도 한몫했다. 한 자세를 오래 유지하면서 성격이 급한 나는 기다리는 법을 나도 모르게 배워갔던 것 같다. 내가 만난 안내자들은 과하지 않았고, 담백하게 인사하고 클래식한 수련을 하시는 분들이셨다. 그게 그때의 나와 잘 맞아서 더 매일 수련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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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문제로 나와 잘 맞는 요가원을 뒤로하고, 새로운 요가원을 찾아야 했다. 요가를 시작한 지 7개월만 이었는데, 그동안 다른 요가원의 원데이 클래스라고는 본 요가원이 쉬는 날 수련이 있는 요가원에 한 번 가본 게 다였던 터라, 다시 요가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꽤 막막했다. 그리고 이사 온 동네에는 요가원 자체가 거의 없고 대부분 필라테스가 많았다.



그래서 또 찾아보기만 한참 찾아보고 미뤄두고 있었는데, 어깨가 계속 아파오기 시작했다. 마사지를 받아도 그때뿐이라, '다시 요가를 해야 할 때가 왔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날도 충동적으로 첫 방문 원데이 클래스를 덜컥 예약했다. 그리고 그날 바로 또 3개월 무제한 수강권을 일시불로 결제했다.



그리고 또 옮긴 요가원에서 6개월이 지났고, 처음 요가원에 자의로 매일 발을 들인 지 1년이 되었다. 1년 동안 꾸준히 수련한 요기가 되었다는 얘기인데, 그럼에도 나는 아직 내가 초보인 것 같다. 하지만 그 초보라는 말도 꽤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은데, 그만큼 더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아무튼, 1년간 매일 수련하며 어떤 부분이 달라졌냐고 묻는다면

내가 목표로 삼았던 첫 번째 이유인 "비교"에 조금은 너그러워졌다. 물론 지금도 남과 나를 많이 비교하고, 유연한 사람을 보면 부러워한다. 그럼에도 그 이후의 감정이 조금은 달라졌는데, 예전엔 부러워서 너무 배 아프고 어떻게든 따라가고 싶었다면 지금은 '저 사람은 그렇구나.' '저 사람은 저런 걸 잘하는구나' 하고 넘겨낼 수 있게 되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것만으로도 1년의 수련이 가치 있었다고 얘기하고 싶다.


조금 어이없는 얘기일 수 있겠지만, 요가복 욕심이 많아졌다.(킬킬) 각종 요가복 브랜드를 알게 되었고, 그중 내 체형에 잘 맞는 요가복 브랜드가 어떤 건지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입어보지도 못한 브랜드가 너무 많아서, 수입이 생기는 대로 눈여겨보던 다른 요가복을 들이고 싶다.


그리고 주변에 요가를 꽤 자주 권하게 되었다. 아끼는 사람들일수록 더더욱 요가를 권하게 되는데, 대화의 마지막이 "그러니까 요가를 시작해!"가 되었달까? 우리는 너무 어릴 때부터 나에게 집중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것 같다. 특히 한국 사회가 더 그렇다는 느낌을 받는데, 열심히 살아야 하고 결과를 내야 하고 옆 집의 누구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가스라이팅에 너무 많이 노출된 것 같다. 그래서 사실 요가를 하더라도 그 생각들에서 벗어나긴 쉽지 않다. 그래서 더더욱 우리에게 요가가 필요하다. 나에게만 온전히 집중하는 법을 조금씩 배우기 위해서. 물론 1년을 매일 수련한 나도 아직은 어려운 부분이다.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감각을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요가는 참 좋은 운동이자 수련이다. (요가가 땀나지 않는다고 누가 그랬던가. 겨울에도 땀을 줄줄 흘릴 수 있다.)



아마도, 나는 당분간 계속 요가원에 나를 매일 데려다 놓을 테다. 가끔은 지겹게 느껴질 때도 있고, 오늘은 그만,, 싶어질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이를 많이 먹어 할머니가 되어도 계속해서 요가를 삶에 들이는 사람으로 나이 들고 싶다. 그리고 내 삶의 방식대로 수련을 안내하는 안내자가 되고 싶다. (그러려면 강사과정을 들어야 하겠지만,,)



아무튼, 내가 요가를 삶에 들인 이유를 기반으로 또 다른 누군가가 삶에 요가를 들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더 집중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그리고 나중에 스스로 요가가 지겹게 느껴질 때 이 글을 다시 꺼내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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