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_반경의 확대
발레를 시작한 지 거의 10년이 다 되어간다. 햇수로 10년이지,
발레리나는 아니다. 배워본 것은 많지만 아직도 아마추어이다.
춤을 추는 클래식 수업보다도 바를 잡고 하거나
매트에서 하는 스트레칭 시간을 더 좋아한다.
발레를 하면서 불어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발레 용어는 불어로 되어있다).
• 파드샤(pas de chat)
• 샹즈망(changement)
• 데가제(dégagé)
• 쁠리에(plié)
• 앙트르샤(entrechat)
• 롱드잡(rond de jambe)
발레 용어를 들어보면 물 흐르듯하면서 ‘앙’하는 발음도 있고, 귀여우면서 때론 우아하기도 하다.
그렇게 발레 용어를 배우면서 불어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불어 공부도 시작하게 되었다.
이제는 언젠가 파리에 가서 살아야지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러다 운 좋게 파리에 가서 살 일도 생겨 살게 되었다.
발레를 하다가 나의 생활 반경도 넓어지게 된 것이다.
파리 생활에 적응을 어느 정도 했을 때쯤 발레 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역시나 이곳에서도 클래식 수업보다 스트레칭 수업이 더 좋아 거의 이 수업만 들었다.(내가 다녔던 학원은 스트레칭 수업<barre au sol>과 본격적인 발레 동작 수업<클래식 수업이라고 명명했다>이 따로 구분되어 있었다.)
파리 현지에서 선생님의 발음을 듣는 것은 너무나 반갑고도 신기한 일이었다. 원어 발음 자체를 들을 수 있었다. 불어 실력이 아직 미숙하였으나 “뿌앙”, “드미 뿌앙”은 귀에 참 잘 들렸다. 그것이 그렇게 반가웠다.
한국에 돌아와 이따금씩 발레 수업을 듣다 코로나19로 거의 1년 가까이 쉬게 되었다.
최근 운동의 필요를 느끼며 다시 발레를 시작했다.
해본 적은 있으나 모두 오랜만에 하는 동작들이었다.
그러다 한 동작이 잘 안됐다. 다른 것보다 더 안됐다.
그래서 선생님께 여쭤보았다.
“이 동작, 이름이 뭐라고 하셨죠?”
“페르메에요.”
페르메… 페르메… 오랜만에 불어 머리를 돌려봤다. 동작 연습과 함께.
헷갈리고 비슷한 다른 동작과 비교를 해봤다.(선생님께서 해주셨다. 그게 아니라고.)
‘아, ‘ferme’면 ‘닫다’라는 뜻이구나. 그래서 동작이 이렇게 되는구나. 두발이 뛰었다가 동시에 같이 와서 닫아주어야 하는구나.’
이해가 됐다.
머리로 이해된다고 발도 따라서 바로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해가 되니 동작이 조금 나아졌다.
이전에는 발레 용어를 알게 되면서 불어를 알게 되고 나의 생활 반경과 세계가 확장되었는데.
이제는 그 불어를 통해 발레를 이해하게 되고 발레 세계에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되었다.
주객이 전도되었다.
신기하다 언어라는 것.
하나하나 배울수록 나의 이해의 폭이 확장되고, 세계의 반경이 넓어진다.
그래서 난 언어를 배우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