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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로운 생활 Apr 24. 2024

손에 박힌 가시를 빼냈다

아. 갑자기 이런 일이 나에게.


이렇게 말해도 소용없다.


이미 그 일은 일어난 후.


이젠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하느냐만 나에게 남겨졌다.


며칠 전에 통화하며 냉장고에서 토마토를 꺼내려고 선반을 당기자 그 아래 끼어있던 유리 통이 떨어지며 와장창 깨졌다.


어쩌랴. 나는 이걸 치워야 하는 걸.


어젯밤엔 밥을 하려고 쌀이 담긴 삼다수 병을 꺼내려다 선반 위쪽에 닿으면서 가시가 손가락에 박혔다. 선반 안쪽은 전혀 마감처리가 안되어 있었던 것이다.

가시 끝쪽은 손가락으로 뺐는데 그게 끊어지면서 안쪽은 그대로 박혀있었다.


아. 이럴 땐 정말 황당하다. 가만히 있다 갑자기 가시가 박힌 느낌.


그러나 어쩌랴. 발생했으니 난 이걸 처리해야 할 수밖에.


일단 어제는 잤다.

오늘 이걸 계속 봐밨다. 피가 안에 뭉친 것 같진 않다. 아무리 봐도 어제 그 가시 색깔이다.

근데 안쪽으로 박혀서 양쪽에서 짜도 나오지를 않는다.

바늘로 좀 시도를 해봤지만 잘 되지 않는다.

핸드폰 플래시를 켜고 하다 눈까지 아주 번쩍인다.


안 되겠다 싶어 잘 가는 피부과에 갔더니 장비가 없어 이건 할 수 없단다.


하는 수 없이 나왔다.


바늘로 다시 시도하다 플래시로 눈도 잘 안 보이고 이거 안 되겠다 싶어 응급실을 갈까 하고 옷을 주섬주섬 입다가 간호사인 친구에게 물었더니 주사 시린지로 뺀 적이 있단다.


응급실에 가면 너무나 직원들에게 미안할 것 같기도 하고. 이 바쁜 곳에 겨우 이걸로 왔나 싶기도 할 것 같고.

해서 친구의 말을 듣고 열심히 바늘로 포를 떠봤다.

문을 열고 핀셋으로 당기란다.

핀셋 두께로는 각이 안 나온다. 핀셋이 너무 두껍다.

열심히 정말 바늘로 포를 뜯어 가시의 끝과 만났다.

아. 너무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나는 이걸 손톱으로 당겼던 것 같다.

그리곤 가시가 나왔다.


아. 정말 가시가 박혀있었을 때와 빠져나왔을 때는 이리도 다른가.


가시가 나오니 너무나 후련하다.


세상을 살다 보면 어째서 이런 일이 싶을 때가 있다.


너무 황당하기도 하고.


하지만 그것이 나에게 올 때 우리는 그걸 극복해야만 한다.


가시가 박혀있으면 아프다. 잊은 척하다가도 꼭 아파온다.


그럴 땐 그냥 맘먹고 뽑아야 한다.


그러고 나면 원래 상태대로 살아갈 수 있다.


적어도 아프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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