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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승완 Aug 18. 2020

[인스타 동양철학] 아는 척보다는 내공냠냠

모르면 모른다고 해야지!


子曰 由 誨女知之乎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자로야, 너에게 '아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겠다.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면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짜로 '아는 것'이니라." (위정편)


  사람을 화나게 하는 두 가지 방법에 대해 들어봤는가? 첫 째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 둘 째는 '내공냠냠을 하는 것'이다. 특히 '내공냠냠'은 단번에 질문자를 화나게 만든다는 점에서 꽤나 악질적이다. 이 네 글자의 위력은 실로 대단해서 시공간의 제약마저 받지 않는다. 지구 반대편의 사람까지도 화를 돋구게 한다.


  이 '내공냠냠'이라는게 뭐냐고? 먼저 '내공'이란 포털사이트 N사가 제공하는 '지식인 서비스'에 등장하는 개념이다. 해당 서비스는 일종의 '시장'으로, 질문자가 필요한 정보를 답변자로부터 구입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여기서 통용되는 일종의 화폐를 '내공'이라고 한다.


  현실 경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질문자는 내공을 걸어 필요한 정보를 요청(질문)할 수 있다. 그 내공은 어떻게 얻을까? 간단하다. 다른 사람들의 질문에 답하면, 약간의 기본 내공이 주어진다. 혹여 그 답변이 질문자에게 채택된다면, 질문자가 걸어둔 내공을 온전히 다 받을 수 있다. 한마디로 질문자가 답변자가 되고, 답변자가 질문자가 되는 구조다. 정보의 수용자에 불과하던 이들이 생산자로 변신하는 순간!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좋은 답변을 받고 싶지만 내공이 부족할 때'. 대다수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질문에 열심히 대답하는 길을 택할 것이다. 물론 그 답변의 질에 신경 써야 한다. 기본 내공은 너무나 짜다. 채택이 되어야만 빨리 많은 내공을 모을 수 있다. 하지만 언제나 시대를 앞서가는 혁명의 씨앗들이 존재하는 법. 그 난제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타개하는 '내공냠냠족'이 탄생한다. 그들은 양질의 답변을 남기는 수고 대신 '내공냠냠'이라는 네 글자만 엄청나게 팔아대었다. 그들의 영업 방식은 '박리다매'였기에, 그들은 기본 내공만 받고서도 충분히 장사할 마음이 있었다. 어차피 파는 건 수요자의 질문과는 관계없는 '내공냠냠' 네 글자뿐이었으니.


  내공냠냠이란 그런 것이다. '기본 내공을 잘 먹었다는 뜻'이다. 당연히 채택은 안 되겠지만, 정성스레 답변을 작성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쉬운 길이었다. 오직 화나는 건 질문자 쪽이었다. 정성스러운 답변을 기대했지만, 자신에게 달린 답글이 '내공냠냠' 뿐임을 알았을 때, 그 허탈감과 분노는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내공냠냠족에게 한 번 당한(?) 질문자들 역시 내공냠냠족이 되었다. 그 '꿀팁'이 점차 소문나면서, 내공냠냠족은 대세가 되었다. 상세한 통계자료는 없다지만, 아무튼 많았다.


  이렇게 악질적인 족속임에도, 의외로 칭찬할 점이 있다. 그들은 아무런 거짓말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설프게 아는 이들이 내공을 얻기 위해 올리는 어설픈 답변들, 지식을 뽐내는 과정에서 유통되는 오류와 거짓들, 그런 이들로 인해 지식 서비스는 한때 '잘못된 정보들이 판치는 창구'로 여겨지기도 했다. '인터넷으로 얻은 정보는 믿을 수 없다'라는 인식도 따라다녔다.


  하지만, 내공냠냠족은 그렇지 않았다. 모르는 지식에 함부로 아는 척 하기보다는, 솔직하게 '기본 내공을 잘 식사하고 갔습니다.'라고 인사했던 것이다. 아니, 이토록 예의 바르고 진솔한 사람들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물론 그들도 '내공'이라는 이익에 눈이 멀어(?), 또는 장난 삼아 했던 행동이겠지만, 내공을 위해 진실을 조작하거나, 불확실한 정보를 진짜처럼 유통한 이들보다는 나았다. 내공냠냠은 직접적인 피해를 안기지 않지만, 후자는 '인터넷 정보 오염'의 주범이 되었기 때문이다. 


  공자는 자로에게 '아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지식을 달달 외우는 것? 남들 앞에서 멋있게 가공해서 말할 수 있는 것? 글로 옮겨 쓸 수 있는 것? 아니다. 알면 안다고 말하고,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히 인정하는 것, 그게 공자가 말하는 진짜 '앎'이다. 공자가 살던 시대에도 이런 지식 서비스가 있었다면, 공자는 분명히 아는 척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내공냠냠'을 택할 것이다. 그림 속 공자의 레벨은 '유교신'이다. 꽤나 많은 내공을 모아 높은 레벨까지 올랐다. 저 정도 레벨이 하는 말이라면 누구든 다 믿을 것이다. 얼마든지 '아는 척'할 수 있었지만 공자는 '내공냠냠'을 택했다. '아니, 유교신도 모르는 건 모른다고!'.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학식이 높거나 나이가 많을수록, 우리는 스스로의 부족과 무지를 인정하기 어렵다.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배움의 시작이다. 내공냠냠.



본 글은 2020년 2학기 영남대학교 도전학기제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인스타로 만나는 동양철학(가제)'의 일부분입니다. 공식 인스타 계정(www.instagram.com/insta_dongyang)과 동시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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