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로맨스 소설 보면 로맨스 판타지 장르가 정말 대유행을 하고 있다. 판타지도 전통 판타지가 아니라 빙의, 회귀, 환생하는 장르가 정말 유행하고 있다. 과장 조금 보태서 로맨스 소설 보면 저 셋 중에 안 하는 것을 찾기가 더 어렵다. 회빙환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고 전통 판타지, 그냥 이 세상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려고 해도 저 세 개가 너무 많아서 회빙환 별로 안 좋아한다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다. 예전에는 그냥저냥 봤는데 요즘은 회빙환이 유행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세상 살기가 너무 힘들다.
회귀, 빙의, 환생을 하면 내가 뭘해야 할지 다 정해져있다. 봤던 소설이 그렇게 많은데 다들 본인이 누구에 빙의했는지 찰떡같이 알아서 누가 남주고 여주고 알고 곧 일어날 사건을 다 복기해서 본인이 할 일을 정한다. 예를 들어 아무것도 없는 북부 황무지가 사실 마정석 광산이 있기 때문에 북부대공을 찾아가 결혼하고 개발해서 상단 만들기 등이 있다. 재벌집 막내 아들도 로맨스 장르가 아니라서 소설을 안 봤지만 분당을 신도시 개발 전에 상속 봤는 스토리가 나오는 것을 봐서 맥락은 비슷한 거 같다. 로맨스나 판타지나 본인이 뭘 해야 성공할지 명확히 아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도 유독 빙의 장르가 눈의 띈다. 빙의는 주로 서양 로맨스 작품으로 들어간다. 빙의자는 여주, 악역, 엑스트라, 흑막 가리지 않고 빙의하지만 확실한 건 분당 땅이나 남여주 관계처럼 세계를 뒤흔들고 미리 알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확실히 아는 것이다. 회귀 같은 경우는 시간을 돌려 본인의 인생을 다시 사는 스토리다. 그래서 남들이 해서 성공한 상품을 미리 만들어 버리거나 앞으로 본인이 저지를 과오를 차단하거나, 이미 저지른 과오를 되돌린다. 조아라에서 아주 오랜 시간 서식하면서 느낀 점은 회귀보다 빙의가 더 인기가 많다는 것이다. 내 착각일 수 있지만 빙의는 진짜 발에 채이는데 회귀는 별로 없다. 회귀를 더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너무 섭섭하다.
빙의가 압도적인 이유는 현실이 시궁창이기 때문이다. 지금 힘든 이 세상 다시 한 번 사느니 다른 세계로 가서 이미 다 아는 미래를 내 입맛다로 바꾸면서 재미있게 살고 빙의자 특전으로 던져주는 잘생긴 남자 주인공과 같이 살고 싶지 않을까? 지금 내 인생 그대로 회귀하면 나는 못할 것이다. 일단 지금 내 삶이 정해진 게 없는데 고대로 과거에 간다고 해서 내가 알 수 있는 내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번은 살기 싫다. 내 나이 80세 쯤 인생 풍파 다 겪고 나서 회귀하고 싶다. 소설에 그대로 적용하면 소설이 망할 것이다. 잘생기거나 예쁜 사람, 사랑에 빠질 수 있고 즐거운 삶은 무슨 미래에 대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당장 이번 학기를 걱정하고 그 학기 너머를 걱정하는 상황으로 다시 겪고 싶지 않는 것이다. 회귀를 통한 메리트를 얻으려면 여기서 60년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 그럴 순 없다. 그냥 이미 정해져있는 소설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도피해 넘어간 다른 별천지가 더 즐거운 건 당연지사다.
이 글을 쓴 것은 작년 학기에 사회학원론 수업을 들으면서 교수님이 했던 말이 지금 떠올라서다. 그 교수님은 어느 신문사에서 칼럼을 쓰신다. 10.29일 할로윈 날 참사가 발생했을 때 왜 그 많은 젊은이가 얼굴을 가리는 축제에 왜 참석해겠냐는 물음에 정체를 가리고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씀하신게 떠올랐다. 이 이야기를 듣고 이정도 사회학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교수님처럼 나도 사회학적 상상력을 발휘해 글을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