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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코숲 Jun 20. 2018

B급은 과연 트렌드일까?

사람들은 왜 B급에 열광할까?


(LG 생활건강 광고 유튜브 캡처)


'LG생활 건강의 약빤 광고'라는 타이틀로 다들 한번쯤 이 광고를 봤을 것이다. 

평소 누구나 한번쯤 속으로 생각하지만 회사 상사에게 하지 못한 말을 과감히 표현하여, 보는 사람에게 공감과 쾌감을 선사하다. 이 외에도 'B급'이라고 불리는 광고와 다양한 패러디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B급이라는 말은 '약빨고 만든', '병맛'과 같은 의미로 통용되기도 한다.


그리고 여기 또 다른 B급도 있다.

최근 'B급 며느리' 라는 다큐멘터리가 며느리들과 며느리가 될 여성들의 공감을 사며 많은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서 B급의 의미는 '대한민국 며느리들이 짊어져 온 모든 억압과 착취에 맞서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마음속 깊은 공감을 얻었을 B급, 내면 깊숙이 가장 나와 맞닿아 있는 감정의 표현들을 왜 B급으로 취급 받아야 할까?

A급과 B급은 원래 상품의 질을 구분하기 위해 쓰였던 용어다. 그런데 B급이라는 말을 '정서'에 가져다 붙이면서 '매우 공감하지만 사회적으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없는, 참아야 하는 감정들'이 되어버린 듯 하다.

B급 며느리도 그 동안 쌓여왔던 대한민국의 '며느리'에게 부여된 역할과 질서에 '거부'하는 새로운 며느리들을 통칭하지만 아직까지 사회에서 B급으로 취급될 수 밖에 없는 씁쓸함을 담고 있다.

또한 '우리 며느리는 딸 같아요, 저희 시어머니랑은 엄마같이 지내고 있어요.' 딸같이, 엄마같이 생각한다지만 '며느리', '시어머니'라는 호칭은 여전히 쓰이고 있고, '~같이'는 될 수 있어도 절대 딸이나 엄마가 될 수는 없다. 언어의 프레임은 사람의 생각에 굉장한 제한을 만든다.


B급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열광하고 있기 때문에 마케팅의 '트렌드'로 항상 꼽힌다. 그런데  '트렌드'는 말 그대로 시대의 유행이고 변해가고 사라진다. B급 정서를 단순히 '트렌드'의 하나로 보고 B급으로 취급하여 웃어 넘긴다면, 가장 솔직한 감정의 표현들은 정말 'B급'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말하고 싶지만 남의 눈치가 보여서, 사회적 억압 때문에 말 할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한 대변인의 역할을 하는 B급. 이러한 B급은 현재의 잠깐의 유행이 아니고 동서고금과 분야를 막론하고 지속적으로 존재해왔다. 


탈춤

조선 시대 양반 계급에 대한 풍자를 위해 가면을 쓰고 과장된 춤을 추었던 탈춤은 서민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놀이로 발전되어 왔다. 이 또한 마음 속의 울분을 춤을 통해 표현한 행위이다. 그리고 탈춤은 현재 대중화되어 하나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하나의 민속놀이로 자리 잡았다.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

찰리 채플린은 산업혁명과 자본주의 체제에서 인간 소외에 대해 분노하며 모던 타임즈라는 무성영화를 만들었다. 모던 타임즈는 유성영화가 유행하던 당시에 무성영화를 고집하고 슬랩스틱만으로도 포드주의에서 부품화 되어 가는 인간 소외에 대한 분노와 사회에 대한 풍자를 극대화하여 영화사적으로도, 역사, 정치,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영화로 남게 되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위 영화가  미국 자본주의의 ‘주류’ 세력의 심기를 건드렸고 결국 찰리 채플린은 공산주의자로 몰려 미국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힙합

힙합은 1970년대 미국 뉴욕시의 ‘브롱크스’라는 슬럼가의 흑인들 사이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파티 도중 음악을 틀어 놓다가 중간에 비트만 흘려 보내면서 MC가 비트에 맞춰 사회를 보며 흥을 돋운 것을 시초로 점차 비트와 랩이 강렬해졌다. 그리고 Grandmaster Flash and the Furious Five - The Message (feat. Melle Mel, Duke Bootee) 라는 노래를 최초로 사회문제에 대한 고발의 메시지가 담긴 힙합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에 경찰은 불심검문과 상습적 구타로 흑인들을 지속적으로 억압했다. ‘힙합 정신’은 사회 경제적으로 가난하고 억압받았던 ‘비주류’의 저항정신을 담고 있다. 그리고 지금 힙합은 ‘주류’음악 장르 중의 하나가 되었고 국내에서도 쇼미더머니, 고등래퍼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여기에서 나는 'B급 문화가 A급 문화가 되야 한다' 혹은 '주류의 음모론' 같은 것을 말하려는게 아니다. 내면의 솔직한 감정을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내는 문화에 공감하고 열광하는 당사자들도 이를 'B급'으로 가볍게 치부하고 넘겨버리는 것이 불편하다. 앞서 언어의 프레임을 언급했듯이 'B급'이라고 정의 내리는 순간 이를 내포하고 있는 모든 문화와 소통 방식이 하위의 것으로 인식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


사람들의 진짜 정서와 생각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어떻게 하면 진정한 소통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트렌드로 사라져 버리기엔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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