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의 경험을 브랜딩하라
‘쓰이지 않은 책’, B매거진 뒷표지에 쓰인 문구가 나를 사로잡았다. 평소 몰스킨의 다이어리를 애용했었는데, 몰스킨은 내구성 있고 기능과 기본에 충실한 노트를 만드는 브랜드라는 막연한 긍정적인 이미지만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책장을 한장한장 넘기고 마지막 표지를 닫는 순간 내 머리속의 몰스킨은 더이상 노트가 아니었다. 몰스킨은 회고와 기록, 그리고 창조의 ‘공간’ 그 자체로 내 마음속에 각인되었다.
만화가 허영만, 요리연구가 최연정, 일러스트레이터 김참새, 큐레이터 이장훈에 이르는 크리에이터 모두가 자신의 일상과 아이디어를 기록하고 고쳐나가는 습작의 공간이자 자신의 영혼을 담는 공간으로 몰스킨을 선택하였다.
이렇게 소중한 공간으로 몰스킨이 ‘선택’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쓰임새에 따른 다양한 라인업이 기본이 되었겠지만 사용자에게 경험하게 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 주는 브랜딩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B매거진에 소개된 몰스킨의 브랜딩 방법은 국가별 트렌드를 반영한 한정판 제품, 에버노트와의 협업,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체험 제공 등 다양하다. 그러나 그 중 브랜드의 가장 핵심이 되는 가치는 Originality라고 생각한다.
부드러운 촉감의 커버와 둥근 모서리, 적당한 필기감이 느껴지는 종이, 그리고 나의 습작들을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을 반영한 듯한 고무밴드. 몰스킨만의 Originality 자체가 공감의 표현이다.
또한 모도앤모도는 1997년 피카소와 헤밍웨이 등 전설적인 예술가와 창작가들이 사용한 노트로 몰스킨의 브랜딩을 시작하였다. 이에 예술가들 사이에서는 자신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예술가가 되고 싶은 꿈을 몰스킨의 구매로 투영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 기능에 충실했던 노트는 예술가들의 습작과 창작을 돕는데 기여했으리라. 이와 같은 선순환은 몰스킨이 설립이래 멈추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나아가, 책에만 부여하는 도서번호 ISBN과 노트 맨 앞면 ‘In case of loss…As a reward:$’ 문구는 돈으로도 주고 살 수 없는 나의 흔적들의 가치를 알아주는 듯 하다.
아직 ‘쓰이지’ 않았지만 사용자의 ‘쓰임’에 따라 다양한 DIMENSION을 선사해주는 몰스킨은 그야말로 자신을 표현하는 플랫폼으로 브랜드화 되었다.
나의 다음 노트는 몰스킨이 되어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