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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군 Mar 08. 2016

걸으며 배우는 뚜벅이여행자

(3) 영덕 - 블루로드

#4. 일출


이른아침 죽도산 전망대에 다시 오른다. 일출을 보기 위해서다.

햇님을 찾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듯 전망대에는 아무도 없다.

추운 겨울에는 햇님도 무척이나 외롭겠다. 

하지만 햇님은 오늘도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충실하다. 

어둠을 몰아내고 밝은 아침을 흩뿌리고, 영하를 몰아내고 영상의 따뜻함을 선사한다.

세상을 따뜻하게 해주는 햇님같은 사람들도 외롭지만 묵묵하게 오늘도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겠지..

어둡고 차가워져가는 세상속에 이런 햇님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는 꽁꽁 얼어버려 부딪칠때마다 깨져버리고 말 것이다. 

샌님이 가득한 이 세상에서 나는 햇님이 될 수 있을까? 

어제밤 구름을 과식한 듯 소화불량에 걸린 햇님과 단둘이 마주보며 마음속 대화를 나누어 본다.



#5. 블루로드B


햇님과의 대화를 마치고 오늘의 본격적인 걸음을 시작한다. 

내가 걷기로 한 영덕 블루로드는 부산 오륙도 해맞이 공원에서 고성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해파랑길 770km 걷는 길 중 한 코스이다. 영덕에는 총 4개의 코스가 있는데, 오늘 내가 걸을 길은 '푸른 대게의 길'이라고도 불리우는 영덕 블루로드B코스이다. 전체  해파랑길로서는 21코스에 해당하는 길이며 총12.2km의 거리이다.


동해바다를 왼쪽에 끼고 해안과 숲길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자연과 자연연스럽게 친밀해져 간다. 

이런 트래킹 코스의 길은 걷는 인간의 편의를 위해 잘 정비하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닌것 같다. 그만큼 자연의 희생을 요구하게 되기도 하고, 걷는 사람들도 그만큼 자연과 상호작용을 할 수 없게 되니 '일거양득'이 아닌 '일거양실'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트래킹 코스를 정비할 때는 안전과 안내를 위한 최소한의 정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면에서 볼 때 영덕의 블루로드는 참 적절한 수위를 잘 유지하고 있는 듯 하다. 어떤 이들은 길이 험하고 거칠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부정적인 태도보다는 긍정적인 자세로 자연과 교감하다 보면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되는 자양분으로 쌓기게 될 것이다. 인생길이 험하고 거칠다고 부모가 그 길을 안전하고 안락하게만 닦아 놓는다면 그 자녀가 무엇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겠는가. 작은 시련에도 주저앉고 포기하는 연약한 사람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자연을 지키고 보호해야 하는 일은 비단 환경의 문제뿐만이 아닌, 나와 우리 후손의 성장과 배움을 위한 최고의 유산 때문이기도 함을 잊지 말아야겠다. 



#5-1. 자연의 소리


파도의 소리

바람의 소리

새의 소리

나무의 소리

지휘자는 누구인지 쉬지도 않고 연주를 한다.

지루하지도, 지겹지도 않은 편안한 소리.

잔잔하지만 거대한 이 오케스트라속에 내 작은 숨소리와 발자국 소리가 더해진다.

부딪치는듯 조화를 이루는 하모니..

바다 위 햇님이 소리없는 황금물결 박수를 친다.

귀로 들려오는 마음의 소리, 그 소리에 온 몸과 마음을 기울여본다.



#5-2. 파도와 바위


파도와 바위는 싸우는 것일까? 사랑을 나누는 것일까?

파도는 바위를 삼키려는 것일까? 포근히 안아주는 것일까?

꼭 어떤 부부의 모습같다.

바다같은 엄마와 바위같은 아빠

오늘은 사이가 아주 좋아보인다.

이 땅의 모든 모든 가정이 오늘 이 파도와 바위 같이 행복하기를 잠시나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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