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우드먼의 “나는 세계일주로....”시리즈의 3번째 책이다. 2012년에 첫 번째 책인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를 재미있게 보고 나서 같은 해에 두 번째 책인 “나는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무려 8년 뒤에나 세 번째 책을 보게 되다니 나만큼이나 저자도 많이 늙었겠다. 하지만 코너 우드먼의 도전은 더욱 과격하고 위험해졌다. 국제 도시들의 지하경제 탐방기라니.... 위조지폐, 마약, 소매치기에 각종 사기와 범죄를 일삼는 어둠의 세계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아내다니 대단히 흥미롭게 다가왔다.
근데 사실 코너 우드먼의 책들은 시리즈물이 아니다! 우리나라 출판사에서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제목을 짜 맞춘 것이다. 원제를 보면 명확해지는데 ,
- 1편 Around The World in 80 Trades - The Adventure Capitalist
- 2편 Unfair Trade: The Truth Behind Big Business, Politics and Fair Trade
- 3편 Sharks: Investigating The Criminal Heart of the Global City
1편은 “80일간의 거래일주”, 2편은 “불공정 무역”, 3편은 “사기꾼들(상어들)”이라고 할 수 있다. 확실히 원제가 더 책의 내용을 잘 담아낸 제목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놈의 마케팅이 책의 본질을 흐리게 만든다. (혹은 낚시...-.-+)
세계 곳곳을 다니며 ‘돈’이라는 것을 중심에 두고 1편은 일반 시민들의 삶의 터전인 실물경제를 다루었다고 한다면, 2편은 강력한 부와 권력을 가진 소수 자본가 집단의 불공정한 경제시스템을 들여다보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번 세 번째 책은 범죄의 영역에서 움직이는 지하경제의 실체를 파헤치며 돈이라는 것이 만들어낸 기형적이고 모순적인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원 제목이 ‘상어들’인 이유를 확실히 느끼게 된다. 단순히 우리의 돈만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생명까지도 앗아갈 수 있는 무시무시한 범죄자들이 우리 삶의 터전 곳곳에, 그것도 나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먹잇감을 찾아 지느러미를 세우고 있다는 것에 섬뜩함과 공포를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ㅎㄷㄷ
이 책을 보고 나면 뉴올리언스, 부에노스아이레스, 뭄바이, 바르셀로나, 멕시코시티 같은 도시들은 평생 가고 싶지 않아 진다. 특히 콜롬비아의 보고타는 정말 정말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다. 물이나 술에 스코프라는 약을 타 상대방의 정신을 만신창이로 만드는 범죄가 벌어지는데, 은행 비밀번호를 술술 불게 할 뿐 아니라 수일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조차 못할 정도로 정신과 육체가 망가지는, 후유증으로 평생을 고생하던가 죽음에 이르게도 하는 무시무시한 범죄가 성행한다고 한다. 당연히 돈 좀 있어 보이는 관광객이 타깃의 우선순위일 테니 절대 재력을 드러내서는 안 되겠다. (난 어차피 드러낼 것도 없지만..ㅠㅠ)
돈 때문에 인간은 상상 이상으로 잔인하고 추악해질 수 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합법적인 질서와 도덕적인 양심 하에서 안전하고 인간적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저자는 많은 범죄자, 사기꾼들을 만나며 그들 중 상당수가 사이코패스적 기질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신감이 넘치고, 양심의 가책이 없고,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우리나라도 사이코패스 범죄로 많은 이들이 희생되었는데 이런 사람들에 대한 대처가 시급하지만 삐뚤어져가는 자본주의 세상은 점점 더 사이코패스적인 사람들을 양산해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처음 만난 코너 우드먼의 책은 유쾌하고 역동적이고 신선한 소재와 재미가 넘쳐 났는데, 점점 사회문제와 인간의 탐욕에 초점을 맞춰가며 재미는 잃어가는 대신, 의식 있는 생각들이 커져 가게 해 준다. 코너 우드먼의 책들을 통해 돈을 대하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들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롭고 유익했다. 그는 다시 또 세계를 누비며 새로운 소재를 가지고 4편도 써 내려나??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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