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얘기하다 보면, 빠질 수 없는 3대 화두는
[우리 집은 어디에] 있는 걸까?
[우리 집은 어떻게] 해야 좀 정리가 될까?
그리고 [우리 집은 여기에] 즉, '우리가 지금 이 집에 살고 있는 이유'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다, 집에 대한 대화가 마무리될 때쯤
진심 10% 농담 90%을 섞어 누군가 툭 던지는 한 마디.
"우리가 얘기하는 그런 집이 어디 있겠냐? 집을 하나 지어야 하겠구먼"
사실, 가구 배치나 소품 사용 등
프로이 사러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홈퍼니싱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나는 계속 이 글을 읽는 분들의 마음을 두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근데 진짜, 집을 잘 활용해서 집에서 잘 살아보고 싶은 것 맞아요?"
"그냥 이도 저도 싫은 현실(집)을 탈피하고 싶은 건 아니지요?"라고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하얀 종이 위에 집 평면도를 그려보는 것을 좋아했다.
국민학교 때부터, 만약 내가 집을 고를 수 있다면
이런 집을 갖고 싶어 라고 생각했던 많은 도면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2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테라스가 넓다거나.
주방 옆에 세탁실 및 큰 테라스가 있다거나.
뭐, 집에 어떤 배관과 어떤 벽체가 어디에 들어가야 되는지
전문적 지식이 없어서 다행히 더 다양한 어쩌면 불가능한 구조들을
마구 떠올렸는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 여러 형태의 집에 살아보고,
네이버 부동산에서 우리가 혹시 살아야 될지 모르는 집을 찾기 위해
수많은 아파트의 평면도를 보고 나니,
아, 이런 건 구조가 잘 나왔다고 할 수 있구나.
아, 여긴 구조를 왜 이렇게 밖에 못 뺀 건지 등의 제법 보는 눈이 생기게 되었다.
잘 뽑은 집은 24평도 34평 같이 느껴진다.
그러나 어떤 도면의 집이든 와! 대박 엄청 맘에 들어 라고 하긴 쉽지 않다.
결혼하고 이사를 여러 번 다니면서,
밑도 끝도 없는 상상이지만, 집을 아예 지으면 구조가 만족스러울까?
라는 질문을 해보았다.
여러분은 어떨 것 같은가?
내가 우리 가족에게 맞게 설계하고 발주한 우리 집.
오, 뭔가. 그런 걸 만들면, 집 고민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될까?
우리는 [우리 집은 어떻게] 좀 안될까? 정리가 안돼. 너무 좁아. 구조가 별로인 것 같아.라고 말하면서
다른 집에 가면 혹은 집을 아예 지어버리면 그런 애기가 쏙 들어갈 거라는 착각을 하지만,
실을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나도 물론 집을 실제 지을 수 있는 여력(?)은 없지만 상상을 해보았는데,
첫째로 집을 지으면 관리에 무지하게 손이 간다고 한다.
굳이 상상해보자면, 강아지 30마리를 키우는 정도 아닐까?
둘째,
일단 집을 짓는다는 것은 한 자리에 오래 산다는 것인데,
한 자리에 쭉 산다고 확신할 수 없는 인생의 변수가 너무 많다.
그리고 사는 구성원들의 나이 및 필요도 지속적인 변수이다.
예를 들어, 집을 지으면서 미끄럼을 구조물로 여러 군데 넣었다고 치자.
아이들이 중학생 고등학생이 돼도 그 구조물이 여전히 유효할까?
초, 중, 고 거리를 다 고려해서 집터를 잡았는데,
아이가 나중에 저~ 멀리 특성화고를 간다고 하면? 띠로리.
셋째, 집을 짓는다는 것도 집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로 큰 지출인데,
그 돈이 그 값어치를 향후에도 할까?
경제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으셔도 되어서, 하나쯤 지어보지 뭐 하시는 분들 아니라면,
우리는 세 번 내에서 큰 STOP 시그널을 만날 것 같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 가족에게 딱 맞는 집이야 라고 설계해서 짓는다고 해도
그 만족도는 오래가지 않을 것 같다. 그러므로 애초부터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찾을 때까지 해메이거나, 아예 창조해버리겠다거나 그런 방법들 보다,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집 아니 어쩔 수 없이 몇 날 며칠몇 년이고 더 살아야 하는
지금 우리 집을 잘 손봐주는 건 어떨까?
여기서 손본다는 표현은 리모델링이나
인테리어 혹은 가드닝에서 가꾸는
그런 느낌이 아니다.
극단적으로 가볍게 표현하자면,
오늘 기분에 오늘 필요에 맞게 변경을 가해주는 것이다.
물론 드라마 세트장도 아닌데, 매일 구조 바꾸기를 해 낼 열정이나 체력을
가진 사람은 없겠지만, 가스레인지의 찌든 때를 닦는 것이나,
꽃 한 송이 사다가 어디다가 척 던져 놓는 것 이런 것도 변화일 수 있는 것이다.
작은 변화는 큰 변화를 이끌어 낸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기대하는 변화란,
집에 대한 태도의 변화이다.
포화상태라 폭탄 맞은 것 같은 집들의 심폐소생술은 존재한다.
다만, 그 심폐소생술을 시행할지 아닐지는
전적으로 그 집에 살고 있는 분의 의지이다.
정리수납 컨설턴트가 매일 와서 정리를 해준다 해도
여전히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집일 수 있다.
이미 집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시작하는데 뭔들 예뻐 보이리.
어차피 그 집에 죽을 때까지 살 것은 아닐 것이다.
그 머무는 몇 년, 집과 interaction을 하면서 살아보면,
떠날 때, 지긋지긋했다 이제 이런 곳엔 다시 안 살 거야 이런 맘이 아니라,
집아, 고마웠다.
너랑 함께해서 행복했다.
라고 말하는 날이 올 것이다.
나는 지금 결혼 8년 차인 지금 5번째 집에 살고 있고,
1년 반 뒤에 6번째 집을
만나야 한다.
각 집을 떠날 때마다,
아무리 좁은 원룸이라도 나는 위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집아, 고마웠어. 너랑 지내는 동안,
힘들기도 했지만 좋은 일도 많이 있었네.
또 좋은 주인 만나길 같이 기대할게.
왜 부동산에 집을 보러 가면, 종종 그런 얘기 하지 않는가.
이 집 전주인이 여기 살아서 뭐가 당첨이 됐다거나,
애들이 대학에 잘 갔다거나
복 있는 집이라며 소개하는 그런 이야기.
만약, 내가 지금 집이 굉장히 맘에 안 들어서 탈출하듯 떠난 다면,
파는 사람한테도 실례되는 거 아닌가? ^^:
그러므로, 집도 나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지만,
나도 그 집을 행복한 집으로
만들고 떠날 수 있다.
구조가 왜 이래 이런 집도 살려보면 살려진다.
우리가 돈이 아주 많으면, 집을 선택하는 것에 별 제약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맞는 예산에서 맞는 집을 고른 것이다.
우리의 그 선택을 더 가치 있게 빛나게 하려면,
그 집에 잘 살아내면 된다.
그러므로 [우리 집은 어떻게] 좀 안될까라는 질문의 시작에서,
몇 천만 원에서 몇 억 까지 지출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편견을 버리셨으면 좋겠다.
몇 천 원 혹은 당신의 땀방울 하나면 충분할 수 있다.
마음의 집을 먼저 짓자.
그 집은 지금 사는 우리 집에서도 지을 수 있는 집이다.
그리고 고마워해 보자.
고마워, 집. 덕분에 오늘 퇴근 후에 돌아올 곳이 있네.
고마워, 집. 덕분에 우리 아이들에게
따뜻한 잠자리가 제공되었네.
하고 말이다.
집, 이제 다음 장부터 본격적으로
이 녀석을 어떻게 요리하면 좋을지
집과의 밀당 법칙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그 시작은 신혼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