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은 왜 좋아 보이지?

by 스테이시

호텔이라는 단어가 해외여행 갈 때만 쓰는 단어인 줄 알았다는 촌스러운 필자는 가족 혹은 친구의 초대로 호텔 혹은 리조트라는 좋은 공간에 놀러 가 보는 경험을 갖게 되었다. 물론 즐거운 경험들이긴 했지만, 나는 1박에 50만 원을 내고 집이 아닌 곳에서 자는 결정을 스스로 하지는 못할 것 같다. 하하하.


요즘은 휴가철에도 힘들게 여행 다니지 않고 호텔에서 휴가를 보낸다는 호캉스 족이 많다는데, 왜 호텔 혹은 리조트에 가서 쉬는 걸까?


우리가 늘 잊고 사는 진리 "집 떠나면 고생, 그래도 집이 제일 좋네"를 반 박자씩 늦게 떠올리고는 한다.


2년 전 내 동생은 호캉스에 우리 가족을 하루 초대했다.

와우, 서울 중심가의 산 위의 모 호텔이었는데 3일만 그 방에 숙박했다가는 내 한 달 월급이 날아가는 그런 곳이었다. 덜덜거리는 꼬물 차를 가지고 호텔에 올라가서 당장 주차는 어디에 하는 건지부터, 직원들은 꽤나 부담스럽게 왜 이리 친절한 건지 등의 혼란을 겪었다.


뷔페가 무지 맛있구나 하는 피드백을 할 수 있었던 그 호텔의 기억을 나는 잊어 가고 있었는데,

어느 날, 첫째 왈!


"엄마, 근데 이모랑 갔던 그 수영장은 언제 또 가?"

"어? 거기 다시 갈 일 없을 것 같은데, 왜?"

"응 너무너무 좋았어. 또 가자"

"아, 생각해 볼게"


'생각해 볼게'는 우리 첫째가 제일 싫어하는 말 중에 하나이다.


"엄마, 근데 왜 이렇게 생각을 오래 해? 엄마는 맨날 생각해 본대." 라며

투덜거리는 녀석. 그건 그렇고, 꼬맹이, 그 호캉스 하루가 그렇게 좋았던 게냐?


참, 아이들도 호텔이 좋다는 생각을 하는구나.

아이나 어른이나 왜 도대체 호텔 혹은 리조트 등 집을 며칠 떠나는 것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


호텔의 시설이 너무 좋아서일까,

호텔의 식사 때문일까, 완전 맘에 드는 호텔 방의 깔끔하고 고급스러움 때문에?


우리 친정가족은 곤지암 리조트를 종종 가고는 했는데, 갈 때마다 배정받은 방에 가서 짐을 풀기 전에 느낀 것은 "와, 방 진짜 좋네. 우리 집도 이랬으면 좋겠다." 라는 것이다. 아마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 청소를 딱 마쳐놓은 집이 나를 기다린다는 것 자체도 기분이 좋은 일이지만, 군더더기 없는 가구 배치에 뭔가 우리 집보다 작지만 더 아늑한 듯한 이 느낌은 뭐지?


나는 푹신한 침대에 누워 늘 습관처럼 시작하는 공간 스캐닝과 마음속 3D 가구 배치를 시작했다.

나는 새로운 공간을 만나면, 가구 배치를 마음속으로 해보거나 공간 활용법을 고민하길 시작한다.


요리를 싫어하는 나는 주방이 작은 것에 대해 No problem!이다.

그런데, 나는 그 방이 왜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이는지 하지만 살 집으로서는 0점인지 금세 알아차리게 되었다.


집에서 가구 배치를 하고 정리를 고민하다 보면 가장 큰 골칫덩어리가 바로 '옷'이다.

옷 들이야 말로 어떤 사람이 이 공간에 살고 있다는 증거이자 흔적이다.


집마다 TV가 없는 집, 책이 없는 집, 책상이 없는 집 등 각 깔끔의 공간의 특징은 있지만, 결정적으로 '옷'이 없는 집은 없다. 그러므로, 옷을 어떻게 배치하고 수납하냐에 따라 그 집의 분위기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리조트 호텔에는 물론 작은 벽장 등이 있지만, 옷을 수납하는 기능이 없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이토록 깔끔해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옷과 세트로 이야기 하지만, 또 다른 한 공간을 우리에게 요구하는 세탁기와 건조기도

호텔과 리조트에는 없다. 그래서 집보다 작은데도, 뭔가 일상보다 좋은 느낌을 주는 것 같다.


나는 어떤 공간 혹은 건물의 좋은 인상 여부에 화장실에 많은 포인트를 준다.


화장실이 깔끔하면, 그 집은 다른 공간이 폭탄 맞은 후 같아도 살려볼 수 있다. 그리하여, 호텔과 리조트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은 방의 삼분의 일을 차지하는 것 같은 욕실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변기와 샤워실의 구성을 넘어 아무리 좁은 호텔도 파우더 룸이라고 불리는 여분의

사치 공간, 꼭 필요하지 않지만 내가 뭔가 된 것 같아서 이 공간을 누리고 있는 듯한 착각을 주는 공간을 제공하려고 한다.


그렇게 공간 스캐닝을 아, 가구 배치를 마치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아, 나 조차도, 분위기에 넘어가려고 하는구나. 허황된 집을 찾는구나.


이름하여, "삶의 흔적이 묻어나지 않는 잡지 컷 같은 이쁜 집"


우리가 우리 집을 보면서, 그런 느낌이 들면 집을 잘 정리한 걸까?

그런 집에 살면 우리가 집에서 가장 크게 기대하는 '편안함'을 얻을 수 있을까?


우리에게 필요한 건 포화상태라 포기한 우리 집에서 하루라도 탈출해서

호텔에 머무는 휴식이 아니라 애써 외면한 집을 매력적인 공간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그건, 당신이 지레 포기해 버릴 만큼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면

해결 될이이라고 생각하는가? 넓은 집으로 가서 3일만 살면, 지금 하고 똑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아, 정리가 안돼. [우리 집은 어떻게] 좀 안되나.라고 말이다. "


우리가 호텔에 가는 이유, 외국에 가는 이유 물론 새로운 경험 다양한 체험도 있겠지만,

일상에서 한국에서 단절을 하루 라도 꿈꾸는 것이다.


그 하루에 혹은 단기간이 해방감을 만끽하고 포화상태인 우리 집에 돌아갈 셈인가?


그리고 답답하게 꽉 찬 혹은 무질서 혼돈 그 자체인 우리 집에서 다음 휴가까지 6개월을 살아 내는 건가?


하루 호텔에서 쓴 50만 원이면, 지금 쯤 나는 당신 집을 호텔보다 더 좋은 느낌을

주는 일상으로 바꿔 놓았을 것이다. 이래서 내가 놀 줄 모르는 집순이가 되나 보다. ^^;

때로는 몰라도 좋을 것들도 있는데 말이다.


나는 집이 좋다.


사람들은 여행 안 다녀?라고 종종 묻는데, "응, 우리 남편 비행기 멀미해.

신혼여행 때 깨닫고 그 뒤로 안가"라고 이야기 한다,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난 집이 제일 좋은데, 꼭 어디 가야 할까 라는 마음이 숨어 있다.


가끔, 생각해 본다. 아이들과 호텔에 가볼까. 하지만, 50만 원을 하룻밤에 쓸 가치가 있을까

라는 고민에서 나는 조금도 진전하지 못했다.


가족 단합과 새로운 분위기를 위해 리프레싱을 한다고 하룻밤에 50만 원을 쓴다고?

그럼 그 새로운 분위기와 가족 단합을 언제나 도모할 수 있는 우리 집에 그 돈을 투자하는 게 더 남는 것 아닐까?


나는 지나친 집순이니, 굳이 나 같이 극단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여유가 있다면 굳이 안 즐길 이유도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좋다고 말하는 공간 혹은 우리가 추구하는 공간 앞으로

바꿔보고 싶은 우리 집이 적어도 "삶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깔끔한 집" 이라는 환상은 버리고 뒤에 이어질 홈 퍼니싱 파트를 만나보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런 글을 쓴다.


봄은 대청소를 하기 좋은 계절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청소하기 딱 좋은 시점은, 지금이다.


당신이 집을 돌아보며 [우리 집은 어떻게] 좀 안될까 라는 생각을 하는 그 순간! 말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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