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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청년 참여 플랫폼 1차 살롱

'버터나이프 크루'라는 이름으로...

by 스테이시

청년 참여 플랫폼의 모든 과정을 중계하고 소개하기로 결심하고 이 과정을 지원했었다. 앞으로 더 많은 청년들이 이런 청년이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에 관심을 갖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모든 선발자들이 다 같이 만났던 출범식 이후, 8월 초부터 8월 말까지 소그룹 살롱들이 개최가 되었다.



그중에 내가 참여했던 것은 8월 10일 토요일에 있었던 모임이었다. 서울숲 근처에 '헤이 그라운드'라는 장소를 찾아갔는데 낯선 동네에 특이한 건물이었지만 왠지 정감이 느껴졌다. 1층에서 날 반겨준 문구는 이러했다.



"Changemaking Journey"




우리가 사회를 바꾼다는 청년 참여 플랫폼의 모토가 떠올라 다시 가슴이 뛰는 것 같았다. 다시 오고 싶은 장소라는 느낌이었는데, 이러한 장소 때문이었을까? 그 날 보낸 행복한 토론 시간 때문이었을까? : )



지정된 회의실에 입장하자 오늘의 코스라는 센스 있는 일정표와 '좋아요' 팻말을 선사받았다. 하트는 상대의 의견에 공감이 될 때 살짝 세워서 흔들어 달라는 귀여운 멘트가 이어졌다. 실제로 회의에 참여한 우리는 서로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좋아요'를 남발했다. 어디 가서 늘 어떤 반박을 받을까 걱정하며 의견을 말하던 때와 사뭇 다른 발제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감사했다.



8-9월에 개최되는 살롱은 아이디어 살롱이라고 소개하셨는데, 쉽게 말하자면 브레인스토밍 단계인 것 같다. 청년들의 관심사가 무엇이고 그에 따른 덩어리들을 세분화하는 과정. 살롱이 진행될수록 이 주제들이 더 명확하고 뾰족해져서 후에는 정책제안이 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8월에 있었던 1차 살롱에서는 요즘 우리가 어떻게 지내는지 그리고 그 일상의 관심사로 대화를 시작했다.


8월 10일에는 스텝분들을 포함하여 15분 정도 되었는데, 진저 티 프로젝트와 빠띠의 스텝분들도 행정적 참여가 아닌 진심으로 대화와 담론에 첨벙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고 좋았던 기억이다. 늘 대화라는 것은 이제 네 얘기 해봐 라고 시작하는 게 아니라 나를 먼저 오픈하면 상대방도 스르르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되는 구조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날 참여하신 분들의 관심사 또한 참으로 다양했다. 많은 분들이 여성인권이야기도 해주셨고, 어떤 대학생 친구는 "나 때는 말이야~"라고 말하는 어른이 돼가는 이야기도 남기셨다. 또한 어떻게 하면 결혼당하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워딩을 하셨던 분도 기억에 난다. 나는 영어유치원 교사로서 일하면서 느끼는 대부분 여성이 종사하는 직업의 불합리적 구조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쯤 논란이 됐던 외관으로 차별하는 행복주택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렇게 우리가 마구마구 던진 이야기들은 포스트잇에 적혔고 조금 더 깊은 대화를 위해 2가지 주제만을 선택하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는 두 그룹으로 나뉘어 심화 토론을 이어갔는데, 우리 조의 주제는 거시적으로 이러했다.


또 다른 조는 '지속 가능한 비혼 혹은 1인 가구의 삶'을 논의하셨다. 관심사에 따라 조를 선택했는데 감사히 딱 반반씩 토론을 이어갔다.



경제적 자립에 대한 이야기는 어쩔 수 없는 수순이지만 '주거'라는 이야기와 연결이 되었다. 임대주택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되었는데, 대학생 친구들도 그렇게 간절히 주거를 고민한다는 것을 그제야 실감이 났다. 또한 주거정책 제도들을 이용하면서 이해가 잘 되지 않았던 점들도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런 이야기가 무르익는 과정에서 한 분께서 책을 추천해주시기도 했다. "청년 정치는 왜 퇴보하는가"라는 책이었는데, 후에 읽어보니 나로서는 너무 흥미진진했고 마치 내가 쓴 건가 착각이 들 정도로 심히 공감이 되었다.


그렇게 열띤 토론은 한 시간 정도 되자 마무리가 되었는데, 사실 그런 이야기 또 분위기라면 밤 열두 시까지도 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프로그램 진행상 일단 마무리를 하고 다음 살롱을 기약하기로 했다. 그때 한 이야기들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온라인 상으로 연결이 되었는데, '슬랙'이라는 앱에서 공간이 만들어졌다.



슬랙이라는 소통 포맷이 어색하긴 했지만, 이것도 변화의 한 부분으로 알고 더 채널에 유연해지고 싶다. 우리 조는 경제적 자립이라는 섹션을 만들었는데, 그날 참여하지 않고 다른 날 참여하셨던 분들도 주제에 관심이 있다면 얼마든지 참여가 가능하게 열어놓았다.


9월이 되자 다음 살롱이 기다려진다. 어떻게 보면 12월까지라는 짧은 활동기간 동안 더 많이 만나고 더 다양해 만나보길 고대한다. 실제 정책제안까지 이어질 것인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각이 열린 사람들과의 만남을 이어가는 것 그 자체도 나에게는 소중하고 특별한 경험이다.



2019 여성가족부 청년 참여 플랫폼은 공식 이름이지만 출범식 때 우리는 이름을 투표했고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버터나이프 크루가 이 프로그램의 애칭이 되었다. 뜻은 설명하는 것보다 상상하는 게 더 와 닿을 것 같다. : )


이 프로그램의 특이점을 이야기하자면 '청년의 시간은 소중하다'라는 모토를 지키기 위해 한 번의 회의에 참여할 때 10만 원의 활동비가 지급된다고 한다. 또한 지방에서 오셨을 경우는 교통비도 지급이 된다. 파격적인 시도인 것 같다. 하지만 활동비를 받으려고 이렇게 어찌 보면 머리 아픈 이슈들을 만나러 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곳에 참여하려는 나를 포함한 참가 청년들은 우리가 바꾸게 될 사회에 대해 돈을 받지 않아도 얼마든지 말할 의향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2시간의 회의 참여와 보고서에 대한 활동비로 10만 원 지급이라는 너그러움 혹은 송구함 그 가운데 어딘가의 마음을 날려버리고 다음에는 조금 더 긴- 시간의 살롱이 개최되길 기대해 본다.


버터나이프 크루!


100명의 선발자 중에 이제 10명과 인사를 나눈 것이다. 100명의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기를 기대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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