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전에 아이가 학교에서 종이를 가져왔다. 거기에는 생명과학 시간에 만나는 햄스터를 집에 데려갈 건지 묻는 질문이 있었다. 햄스터 분양 여부에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불가를 표기하여 가방에 넣었다. 옆에 사는 동생네 아이까지 하면 애 셋이 바글바글한 우리 집에 하나의 생명체를 더할 수는 없었다.
아이는 이내 단념한 듯했으나, 어제 당일에 햄스터를 만나니 이 아이를 두고 갈 수는 없다는 뭔가 확신이 들었나 보다. 휴, 그렇게 나는 생명과학 선생님과 통화를 하고 햄스터가 마침내 우리 집에 오고 말았다.
까만 눈동자를 가진 그 녀석의 이름은 솜솜이 란다. 솜처럼 말랑 말랑하단다. 개인적으로 그 녀석을 만져보는 일은 없길 바랬지만, 나를 심히 경계하는 녀석을 이리저리로 옮겨주긴 해야 했다.
햄스터가 집에 도착했다는 딸아이의 문자를 받은 순간 내가 해야 할 일은 명백했다. 햄스터에게 집과 먹이를 구해주는 것. 되도록 빠르게 말이다. 로켓으로 내일 오전 7시 이내에 도착하도록 세팅을 하고 녀석을 쳐다보니 그 녀석이 갇혀 있는 플라스틱이 너무 좁아서 답답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나 나름 그 녀석을 배려한다고 하룻밤이라도 더 넓은 곳으로 옮겨서 재워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과자박스에 넣어서 쇼핑백에 넣어주었다. 녀석은 투명이라서 밖이 보였던 아까와 달리 사방이 종이 쇼핑백으로 막히자 뭔가 더 불안해했지만 이내 괜찮아지겠지 싶어서 잠을 청했다.
새벽에 일어나 보니 그 녀석은 쉴 새 없이 뭔가를 갉아먹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흠, 쇼핑백 한쪽 면을 갉고 있길래 이가 간지러 운가 싶어서 그냥 두었다. 설마 구멍을 내겠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벽 3시쯤이 되자 그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아서 이상해서 아예 잠에서 깨었다. 일어나 보니 현상은 다음과 같았다.
녀석은 정말 탈출을 꿈꾸고 있었던 것이다. 이 구멍을 보자마자 아뿔싸 이 녀석 탈출했구나 싶어서 조심스레 쳐다보니 역시나 보이지 않았다. 헉,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까 싶을 때 과자 박스 아래서 녀석이 발견되었다. 어머, 깔려서 죽은 건 아닌지. 죽었으면 애들한테 뭐라고 설명할지 순식간에 많은 장면이 지나갔다.
다행히 그 녀석은 낑낑 거리며 생존신고를 했다. 휴. 새벽 4시 나는 솜솜 이를 원래의 플라스틱 거처로 옮겨주었다. 쇼핑백을 이겨본 경험 때문인지 플라스틱도 갉으려고 열심히 애를 썼으나 허사였다. 그렇게 나와 솜솜이는 로켓 아저씨를 함께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다. 4시부터 배송 완료는 언제 뜨는지 지켜보던 나는 5시 반에 문 앞에 솜솜 이의 집이 왔음을 확인했다.
집을 짓고, 놀이터를 설치하고 녀석을 넣어주었으나 시큰둥한 녀석이다. 그러니 나는 혼자 또 고민을 했다. 쳇바퀴를 조금 더 견고한 걸로 사줘야겠어. 목욕 모래도 필요하다네. 이렇게 나는 또 그 녀석을 위한 지출을 했다.
이번에는 솜솜 이가 좋아해 줬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나는 배려를 했다.
그런데 그 배려라고 한 것이 솜솜 이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은 지금까지는 명확해 보인다. 넓은 집 보다 좋은 집보다 그 녀석이 원하는 것은 자유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며칠을 지켜보다 자연으로 돌려보내 주는 게 솜솜이 에 대한 배려일까. 아니면 수명이 다할 때까지 우리 집에서 길러주는 것이 좋은 걸까. 우문현답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