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려는데 시어머니께서 어린이 마스크 열 장을 건네셨다.
"이걸 어떻게 사셨어요?"
"아빠가 약국에 줄 서서 샀다던데?"
어머니께서 전화로 아버지가 약국에 줄 서신다는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는데, 나이가 이제 있으신 부모님이 줄 서서 마스크를 사는 상황이 더 위험하지는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었다. 꼭 줄까지 서서 사셔야 하나, 전에 내가 가져다 드린 거 여분이 아직 있으실 텐데 라고 철없는 생각을 했던 내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더 마음이 뭉클했던 것은 열 장이었라는 사실이었다.
지난주까지는 한 번에 5장을 살 수 있었으니, 줄 서서 다섯 장을 사시고 또다시 줄을 셔 서서 손주 두 명의 것을 만들어 놓으신 아버지의 마음을 감히, 이해할 수도 없었다. 줄을 서신 것도 짧은 시간이 아녔을 텐데, 아버지 본인의 것을 사지 않으시고 손주 들 것을 사셨다는 사실에 지금도 눈물이 나를 방문한다.
내리사랑이라는 건 이런 걸까, 나는 죽음을 무릅쓰고 라도 자녀를 또 손자 손녀를 보호하려는 결단.
아, 아버지가 앞으로 살아계실 동안
나는 아버지께 받은 이런 사랑을 돌려드릴 충분한 기회가 있을까?
돌아오는 길에 전화를 드렸다.
"아버지, 감사해요. 건강하시고요."
차마, 아버지 아버지 마스크는 넉넉히 있는 거예요 라고 묻지 못했다.
건강하시라는 말이 이렇게 말뿐인 불효로 느껴지는 건, 코로나 때문이라고 살짝 책임을 전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