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9시가 지나자 나는 병원에 전화를 했다.
"오늘도 하시나요? 몇시까지 하시나요?"
"저희 병원 처음이신가요? 오후 8시전까지 애기 데리고 오시면 됩니다. "
애기라는 표현이 낯설었지만, 이내 이곳을 방문하는 분들에게는 그들이 데려오는 가족이 아기 같은 존재일 수 있다는 것에는 충분히 공감을 했다. 가끔 친구들이 아직 어린 자녀 자랑을 하면 나도 우리 솜솜이 이야기를 하고는 했다. 그러면 친구들은 막내키우냐며 놀리고는 했는데, 이제 같이 산지 6개월 그녀석은 살며시 우리 아니 적어도 나의 가족이 된 것은 분명하다.
오늘 내가 병원에 데려갔던 가족 멤버는 이름이 솜솜이 이고, 햄스터이다. 이건 내가 아는 그녀석의 전부이기도 했다. 병원카운터에서 내게 솜솜이가 몇살인지, 무슨 종인지, 여자친구인지 남자친구인지 물어보았지만 그제서야 내가 이녀석에 대해 알지 못하는게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그래도 차타고 오는 내내 내가 무언가를 못해줘서 솜솜이가 아프게 된 건 아닐까, 괜히 우리 집에 와서 이 녀석이 더 행복해질 기회를 막은 건 아닐까 등 못난 엄마라며 자책을 했는데 카운터 앞에서 더 작아지는 나였다.
절대 애완동물은 키울 수 없다는 내 신념을 뒤로하고 우리 집에 오게 된 녀석은 아주 작고 작았다.
솜방울 같던 녀석의 첫 날 사진이다. 뭘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몰라서, 더 넓은 종이박스에 넣어줬더니 밤새 갉아먹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던 그날, 마치 신생아를 집에 데려온 것 처럼 밤에 잠을 자지 못했다. 그래도 까만 눈동자에 재빠르던 녀석이 최근 늘어지며 눈 주위가 빨개진 것 같아 걱정이 들었다. 솜솜이에게 정을 주지 않겠다는 남편은 그러다 보내는 것이라면서 막내를 향한 내 마음에 공감을 안해주고는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진짜 눈 주위가 붉게 물들어 있길래 병원에 가야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솜솜이 보호자님, 들어오세요."
병원에서 이 낯선 말에 발걸음을 움직였다. 선생님께서는 이 쪼끄미 아니 이제 넓쩍이가 된 솜솜이를 잡으시더니 여기 저기 만져보셨다. 그리고는 한 마디 하셨다.
"어이쿠, 여기도 살이네. 다 살이네요. 이렇게 튀어나오면 종양일 수도 있어서 만져봤는데, 상당히 비만입니다."
녀석은 의사 선생님을 보자마자 무언가 '병원'에 왔다는 것을 직감했는지 원래 자신을 숨기는 곳으로 쏙 들어갔다. 솜솜아, 거기 있는 거 다 알아 라고 하며 우리는 그녀석에게 진료를 받게헸다. 나는 신생아 같은 이녀석을 주로 만지지도 못했고, 남편도 의무감에 발톱을 짤라주는 것 외에는 거의 터치를 안했었다. 의사 선생님이 핸들링이 되냐고 물어보셔서, 거의 만지지 않았다고 했더니 한 마디 추가해주셨다.
"이녀석 지금까지 굉장히 행복하게 살았겠는 걸요. 맛있는 것만 먹고 운동안하고 사람손 안타고. 그래도 겁이 많은 것 빼고는 성격이 나쁜 친구는 아니네요."
사실을 못난 주인을 혼내시고 있는 말일 수도 있는 이말을 듣고 나는 이상하게 위로를 받았다. 안그래도 괜히 내가 데려와서 행복하지 않은건 아닐까 생각을 하던 터였는데, 그래도 이 집에서 행복했겠다는 말에 마음 한켠이 따뜻해졌다. 녀석은 심히 아픈 건 아니고, 스트레스성 증상이라고 하셨다.
최근에 집을 허리 높이에서 피아노 위로 옮긴것이 스트레스가 되었었나 보다. 주사를 한 대 맞는 솜솜이를 보니 마음이 참 미묘했다. 등에서 위쪽에 주사를 맞는 녀석은 간호사 언니의 손에서 온순했다. 조금 졸린 약일 수 있다고 덧붙이셨다. 그리고는 밥통에 가득한 해바라기씨를 보시더니 물어보셨다.
"사료는 먹나요?"
"해바라기씨가 주식이 아니였나요?주로 밀웜(벌레)를 먹고 해바라기 씨를 먹는데요."
"아이쿠 그럼 이녀석은 태어나서부터 밥은 안먹고 치킨 피자만 먹고 산거네요."
아, 솜솜이가 비만이 된 것은 무지한 엄마 탓이었다. 선생님이 이녀석이 75g이니 50g까지 다이어트를 시키는게 좋겠다고 하셨다. 흠, 억지로 운동을 시킬수도 없고 뺄 수 있을까 걱정이 들었지만 일단 밥부터 사료로 바꾸기로 했다.그렇게 우리는 약을 받아서 집으로 덜컹 덜컹 돌아왔다. 녀석은 야경이 보이는건지 차 밖을 보려고 애를 썼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 더 친한 가족이 되었다.
약봉투에 쓰여진 '솜솜이'를 보니 왠지 모를 책임감도 들었다. 수명이 길지 않다는 햄스터와 우리가 얼마나 시간을 보낼지 모르겠으나, 이 녀석이 숨을 거두는 날이 되면 오래 잊지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와중에 작은 아니 비만 아가 햄스터를 살살 다뤄주셨던 의사 선생님께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가 발톱을 짤라줄 때는 "찍" 하며 쥐소리를 내고 손을 물었는데, 선생님의 손 안에서는 온순한 양같은 모습을 보여서 신기했다. 해치지 않는 다는 것을 아는 걸까.주사도 씩씩하게 맞은 솜솜이, 이제 약을 먹여야 겠다.
솜솜, 함께 하는 동안 아프지말고 행복하자. 이제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밀웜을 많이 주지는 못하겠지만, 네가 건강해지도록 잘 도울게! 우리가 모두 나가있는 동안 집 잘 지켜줘서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