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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우리 집은 어디에] 처음으로 예비자가 되다

처음으로 예비자가 되다

by 스테이시

국민임대 1순위 4점. 우리의 첫 점수는 그러하였다.


뭐 형편없는 점수 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같은 지구 안에서도 단지별로 나눠서 공급되어서, 비인기 단지에서 행운을 빌어 볼 만했다.

(현재는 국민임대가 지구별로 통합 모집으로 변경되어서 낮은 점수 당첨의 로또가 사라졌다고 보면 된다. 장기전세는 아직 단지별 모집을 하고 있다.)


결과는 지하철역에서 도보 10분쯤 걸리는 천왕 이펜하우스 6단지 49형에 예비 끝번호를 받았다. SH의 경우 예비 번호라는 것은 당첨자 발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같은 단지에 같은 평형에 대해 빈집이 발생하거나, 당첨자가 계약을 하지 않은 경우 그 집을 공급받게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빈집이 생기자마자 따로 연락이 오는 게 아니라, 두 달에 한 번 정도 그런 집을 모아서 예비당첨자 공고를 내기 때문에, 내 예비자 기간 안에, 빈집이 나왔는데도, 날짜가 맞지 않아서 예비자 당첨 공고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나는 그 집에 들어갈 수 없다. LH의 경우 빈집이 생길 때마다, 예비자에게 등기와 전화로 연락이 가므로, 예비자의 경우 SH보다 입주가 더 용이할 수 있다.


그때 나는 마치 천왕 6단지 49형이 벌써 우리 집이 된 것처럼, 버스를 타고 여러 번 가보기도 했고, 남편에게 굳이 그쪽으로 시장을 보러 가자며 졸라 대고는 했다. 1-2년밖에 안된 새 아파트는 밖에서 건물만 봐도 미소가 지어졌다.


천왕 1 지구 6단지 49형이 총 100가구가 넘었으므로, 예비자가 끝번호까지 돌 것 같다는 기대가 들었다. 이것도 중요한 팁이다. 공가(빈집)를 지원할 때는 그 같은 유형의 집이 몇 개나 되냐에 따라 퇴거 속도 및 개수가 달라질 수 있다. 같은 유형의 집이 많으면 더 빨리 빈집이 나올 수도 있다.


여하튼, 천왕 1 지구 6단지 예비에 걸리게 되니 더 욕심이 생겼다. 어찌어찌 좀 만 더 노력하면, 새 아파트로 이사 가는 것에 손이 닿을 것 같았다. 그러면서 이제 엄마 아빠 물 차 이런 말을 하는 아가에게 “우리가 조만간 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갈 수도 있어” 라며 자꾸 말을 해주었다.


사실 위에 써놓고 보니 신청하면 다 되는 것처럼 쉽게 느껴지는데 이것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신청하고 보니 내가 지원한 곳은 경쟁률이 5대 1 정도였다. 그리고 3 배수만 뽑는 서류 컷에서 우리는 탈락되었었다. 서류가 1순위 6점 컷이었나 그랬다. 새삼 벽이 높구나 하고 접었는데


최종 발표날, 추가 서류 대상자라고 비고란에 쓰여 있는 채 예비 끝번을 부여받은 것이다. 나중에 보니 이런 경우가 왕왕 있나 보더라 서류 컷에 든 사람들이 서류제출은 무더기로 안 했거나, 심사 중 부적격 탈락을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서류 컷도 아니었는데 갑자기 최종 당첨자로 선정되고 나서 서류검사를 받는 웃픈 일도 생기고는 한다


그렇게 갑자기 최종 날 받은 예비 끝번은 쓰러져가던 날 일으키기에 충분한 원동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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