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갈 때, 전화할 친구가 없다

by 스테이시

사실 나의 이 습관은 꽤 오래된 것이었다. 학교에서 야자 끝나고 집에 걸어가야 할 때, 독서실에서 졸다가 막차까지 놓치고 집에 걸어가야 할 때, 버스 정류장에서 집까지 걸어가야 할 때 뭐 요약하자면 특히 밤에는 무서워서라도 누군가와 통화를 하려고 했다. 그것도 내가 고등학생이 될 때 학생들도 폰을 저렴한 가격에 쓸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덕분이었다. 그렇게 나는 늘 전화를 할 대상을 리스트 업 해 두었다.

지금 생각하면 미련하기도 하다. 차라리 연애를 했으면 한 대상한테 매일 전화하면 되는 거니 고민이 덜 되었을 텐데, 학생 때는 조금 오버해서 연애라는 것은 하면 안 되는 줄 알았다. 그냥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만화책 속 잘생긴 주인공 혹은 연예인을 좋아하는 것과 그리 멀지 않았던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정작 전화를 하고 싶었던 사람 번호는 쳐다만 보다 말고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용은 시덥지 않은 내용이었다. 그냥 오늘 무슨 공부를 했고, 무슨 가수 무대를 녹화했고, 저녁을 뭘 먹었고 그냥 그저 그런 이야기들로 그 시간이 채워졌다. 사실 전화의 목적은 밤길을 걷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제거하고자 함이었기 때문에 일부러 아주 큰 목소리로 전화를 하곤 했다.

밤 길은 너무 무서웠다. 술 취한 아저씨들이 교복 입은 나를 쳐다보는 것도, 너무 조용한 아파트 단지를 걸어갈 때는 흡사 유령이 내 옆에 있는 것 같은 것도,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내 앞에 갑자기 나타날 것 같은 기분도 다 너무 싫었다. 누군가 데려다주면 좋았었겠지만, 살아있는 사람이 더 안전할 것이라는 것도 오해 아니냐는 친구의 말도 기억이 난다.

여하튼, 그렇게 나는 전화하는 습관을 꽤 오래 유지했다. 지금이야 톡을 훨씬 많이 쓰기 때문에 누군가와 전화할 일이 거의 없긴 하지만, 나는 여전히 밤에 집에 갈 때 괜스레 전화 목록 리스트를 뒤져본다. 대게는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 전화할 대상을 찾지 못한 채 집에 도착하고 만다. 그 순간이 친구가 줄었음을 제대로 실감하는 타이밍이다. 결혼한 남자 친구들은 더 이상 전화를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고, 결혼 한 여자 친구들도 대부분 그렇다. 결혼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친구를 줄어들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더 이상 교복 치마를 입고 버스 정류장에서 아저씨들의 시선을 받을 필요도 없고, 독서실을 마치고 새벽 2시에 걸어야 할 일도 없긴 한다. 이렇게 더 이상 밤길이 무섭지 않은 나이가 되었는데도, 내가 전화부를 뒤적거리는 걸 보면 내가 전화했던 것은 무서워서 그런 것이 아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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