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몇 명의 친구를 가지고 있나요?

by 스테이시

누군가 오늘 당신에게 이 질문을 던진다면, 당신은 어떤 대답을 할 것인지 고민해보았는가? 어렸을 때는 종종 친한 친구가 몇 명인지 세어 볼 기회들이 있었던 것 같다.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낼 때, 우리 반 모든 아이들에게 보낼 수는 없으니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친구 목록을 갱신했던 것 같고, 더 정확하게는 생일파티에 초대하는 인원이 나의 진짜 친구 인원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인싸보다는 아싸 에 가까웠던 나조차도 카운트가 30명이 넘을 때가 있었으니, 아마 여러분은 더 웅장한 규모의 친구 목록을 소유해 보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딱히 예쁘지도, 딱히 공부를 잘하지도, 딱히 모범생도 아니었던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나의 교우관계는 감사히 크게 다사다난하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아니 그렇게 기억을 편집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먼저 친해지고 싶어 하는 인기쟁이는 아니었지만, 한 번 나와 친구 관계를 시작하면 그렇게 나쁘게 끝맺은 경우도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수다스럽지 못한 성격 덕분에 앞에 나서 친구라는 지경을 개척하지는 않았지만, 한 번 내 친구 목록에 들어오면 간, 쓸개를 빼 줄 것처럼 나서서 그들을 챙기고는 했다. 한 번 맺은 인연은 영원할 것처럼 그들을 대하려고 애를 썼다.


나의 이런 마음은 어른이 되어서도 꽤 오래 지속되었는데, 한 번 마음을 연 누군가와 멀어진다는 것은 무언가 내가 잘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사로잡았던 것 같다. 그리고 무언가 엉킨 부분이 있다면 그걸 뒤로 하고 버려두면 될 것을 어릴 때 나는 그렇지 못했다. 엉킨 매듭마다 붙잡고 풀어보려 애를 쓰던 그때의 내가 지금 나보다 더 정직했을까?


나를 가까이서 본 사람들은 “화 내도 하나도 안 무서울 것 같아요.”라고 말할 정도로 정제된 표현을 하는 나로서는 만약 내가 말실수라고 생각하는 것을 했다면, 상대는 알아채지도 못했을 망정 나는 몇 년을 괴로워할 사람이었다. 지금도 가끔은 20년 전 했던 말을 떠올라 부끄러워 얼굴을 벽에 콩콩 박는 것이 나란 사람이다. 지금까지 짧지 않게 살아오면서, 참 친구관계를 소중히 여기려고 애를 썼다.


그런데,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부터 인가 내가 친구들을 소중히 여기는 만큼 친구들은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딱히 무슨 일이 있었던 것, 우리가 공유했던 시간의 색이 바랜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저 멀어졌다. 그렇다고 오래된 연인처럼 왜 우린 예전 같이 지내지 않는 걸까 라고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다만 어른으로써 각자의 삶이 너무나 바쁘고, 수많은 요소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는 안목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생겼다는 것이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나와 친구 말고 우리의 관계에 영향을 주는 것이 많다는 사실은 나의 이 무거운 마음들에게 출구를 찾아 줄 수 있는 유일한 단서였다.


그렇게 나는 안 보고는 못 살 것 같았던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멀어졌던 과정들을 하나씩 복기해 보게 되었다. 그 와중에 알게 된 것은 나만 이런 경험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은 나보다 더 지친 말투로 아니 이미 포기한 어투로


“나이 들면 원래 친구 다 필요 없어.”


라는 말을 관용구처럼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참 기분이 이상했다.

친구라는 단어, 우정이라는 단어는 아주 어릴 때부터 우리의 메모리 속에 긍정의 폴더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단어의 영역에 존재했던 주인공들이 아닌가? 우정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약골이라는 것을 어른들이 이미 알면서도 아이들에게 예쁘게 포장해서 가르쳤다는 말이야? 이런 배신감까지도 나를 찾아왔었던 것 같다.


이 시점에 나는 한 가지 결심을 해야만 했다.


내가 생각했던 친구라는 개념을 고수하고, 남은 평생 다시는 그런 친구라는 관계를 갖지 않고 혹은 못하고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친구라는 단어의 뜻을 혹시나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닌지 확인해 볼 건지 말이다. 내가 이 책을 쓰고 있다는 것은 후자를 선택했다는 뜻이다.


사실 조금 두렵다. 내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건 아닐까 싶어서 말이다. 내가 다시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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