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 당첨자 누락 사건
그렇게 어이없는 최종 탈락을 받은 다음 날, 9시 SH 국민임대팀에 쳐들어갔다. 제일 처음 나를 응대한 직원은 이러저래서 왔다 했더니, “일단 몸도 무거우신데 진정하시고 집에 가서 연락을 기다리시죠” 란다. 국민임대 민원인이니 분명 나는 저소득층에 백 없고 줄 없는 게다가 어리고 만삭을 한 여자이니, 그 사람이 쉽게 생각할 만했던 것 같다.
“국민임대는 서민들의 생계 및 미래에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제도입니다.
그렇게 중요한 제도에서 SH 측 실수인지 고의인지 결과가 잘못 공지되는 논란이 발생하였고,
저는 오늘 해결하지 않으면 서울시 민원, 언론사를 비롯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입니다.
저의 서류를 받으셨음에도 누락시킨 직원을 찾으셔서 청탁성 의뢰 등 고의성 여부를 확인하시고
징계하시며, 당첨자 공고를 재공지하시고, 저에게 천왕 1 지구 국민임대 49형 제공 서약서를
SH공사 사장 직인이 찍힌 공문으로 제공해주지 않으실 경우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라고 말하자, 국민임대 총 담당 팀장님이 나오셨다. 그분에게 나는 1년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하는 악성민원일 수도 있었겠으나, 한 가정의 미래가 달려있는 일었다. 그분에게는 물론 잘못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몇 가지 제도적 허점을 분명히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직원은 그냥 실수한 것이다. 직원의 고의성 여부는 조사할 수 없다.
(막말로 우리가 누락되므로 떨어진 사람 한 명이 신혼 서류 컷에 올라온 것이다. 그 사람을 붙이기 위해 이런 일을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그럴 가능성은 존재한다. 왜 더 그런 생각이 들었냐 면……)
둘째, 당첨자 공고가 나간 이후에는 그 사람이 위와 같이 실제 커트라인에 들어오지 않는데, 실수로? 동 호수 배정까지 받고 공지가 되었다면, 그 사람의 당첨을 절대 취소할 수가 없단다. (우리 대신 당첨된 사람이 실수로 운 좋게 얻어걸린 것인지 청탁에 의한 것인지 몰라도, 일단 발표가 되면 당첨자 재공지는 절대 있을 수가 없던다.)
셋째, 죄송하다고 빨리 처리해주겠다고 했는데, 결국 공문 받고도 당첨 확정을 받는데 3개월 이상 소요되었다. 당시 나와 같은 케이스가 그 회차에만 5명 가까이 된 걸로 알고 있다. 이런 경우 나 같이 강하게 시정을 요구하지 않으면, 묻혀 갈 가능성이 큰 것이다. (먼저 잘못을 인정하고 고쳐서 재 공지해줄 수는 없다 하니……)
결국 그날 나는 천왕 2 지구 1단지 49형 예비 1번보다 앞서 공급을 받는다 라는 확인 공문을 받고 서야 집에 왔는데, 1번도 안 빠지면 어떻게 되냐 라는 내 질문에 그럼 지어서라도 하나 드리겠다고 하던 그 팀장님. 화를 내면서도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그리하여, 나는 이 경험담을 토대로 SH 공사 제도 개선 공모전에 청약 단계별 진행 사항을 실시간 확인하는 제도를 제안했고, 최우선 의견으로 선정되어 문화상품권 30만 원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는 우편으로 서류를 제출할 경우, 등기 도착 여부가 우체국에서 그리고 SH공사에서 문자로 온다. 이러한 장치도 아마 나의 경험담을 통해 생기지 않았나 혼자 생각해본다.
나는 임대주택에 입문하면서 이러한 큰일을 겪었고, 우리나라 주거 복지 제도에 일종의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나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과 많은 필요한 분들이 이런 제도들을 활용하기 바라는 마음을 갖게 되어 본격적으로 임대주택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고 상담해 주게 되었다.
내가 로드맵을 그려준 어떤 분은 나를 박사 님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그만큼 임대주택 제도가 너무 복잡하고 종류도 다양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나는 새 아파트 21평에 입주하게 되었으니,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라는 이야기로 이어지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