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여전히 친구일 수 있을까?

by 스테이시

그래도 가장 오랜 기간 관계가 유지되었던 친구들은 중학생 때 친구들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20년은 서로의 삶을 지켜보아 왔으니 말이다. 같은 동네에서 같은 중학교를 다녔던 우리는 더 이상 가까운 동네에 살거나 자주 보진 못했지만 1년에 한 번씩 정도는 보며 서로의 삶을 응원했었다. 각자의 가치나 삶의 모습은 다 달랐지만 십 대 때 그 애기를 꺼내면 다시 어릴 적으로 돌아간 것 같아서 우리의 만남은 나름 서로에게 힐링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친구 중 한 명이 사업을 시작한다 길래 축하하는 자리로 만남을 갖게 되었다. 셋이 만난 자리에서 그 친구는 사업을 이제 준비 중이라면서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겠다 길래 그냥 즐겁게만 차를 마시고 헤어졌다. 며칠 뒤 난 친구의 카톡사진과 그동안 말한 팩트들을 종합하여 친구가 네트워크 기반 생활용품 판매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다를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이미 다른 친구는 알고 말렸는데 기어코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가 다단계라고 알고 있는 그 체계에 날 가입시키려는 사람들은 이전에도 있었다.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나 아니나 다를까 그 친구는 내 직장 근처로 찾아오겠다고 했다. 그녀가 찾아오는 이유는 알았다. 나에게 사업을 같이 하자는 이야기 일터이다. 알고는 있었지만 왜 이 일을 선택했는지 나는 그녀를 이해해주고 싶어서 만나기로 했다. 이전에도 그 수익구조나 라이프스타일 그게 어떤 장점이 있던 누가 봐도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영업에 맞는 구석이 단 한 가지도 없는 나에게 그걸 강권하는 사람들이 참 무례하게 느껴졌었다. 몇 번이나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포기하지 않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 친구와는 제발 단 한 번의 대화로 상황이 정리되길 바라며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난 네가 여기 왜 왔는지 알고 있고 그 업체에 가입하라는 애기는 들을 생각이 없지만 네가 그 선택을 하게 된 인생 애기는 들을 의향이 있다. 친구의 힘들었던 삶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나 사는데 바빠서 무심했구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정말 힘들었던 친구가 이 사업을 하기로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이해가 되었다. 나는 계속해서 우리의 삶에 대한 화두를 던지려 애썼지만, 그녀는 파일을 열고 조직 및 수익구조를 설명하려고 했다.

" 네가 그 일을 선택해서 예전보다 훨씬 밝게 지내서 좋다."

라는 말로 나는 이야기가 잘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퇴근 후 지친 몸으로 밤 11시까지 얘기를 하고

친구와 헤어졌다. 다시 만날 때는 다시 그녀가 날 동업 대상자나 수익원으로 보지 않고 친구로 만날 수 있길 바라며 말이다.

예전에 이 사업을 강권하던 분들의 특징은 모든 이야기가 그 네트워크로 연결된다는 점, 내가 관심이 없다는 게 뚜렷해지면 관계를 손절한다는 점 마지막으로 이렇게 멋진 구조로 수익 나는 합법 다단계를 안 하는 게 바보이며, 그리고 이 사업은 다단계가 아니고 사람들이 잘못 인식하고 있다고 말한다는 점이었다. 그 친구에게 이런 점들이 있었으니 네가 그 일을 계속할 때 이런 점을 주의해서 하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친구는 자기 주위 사람들에게 이 사업을 같이 하자고 했다가 관계가 차단당하는 걸 경험했다며 굉장히 억울해했다.

" 친구라면 내가 뭘 하던 존중 해 주고 일단 들어봐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음,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 번은 들어줄 의무가 친구에게 있을 수도 있지. 그때 까진 친구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리고 내가 그 사업에 관심이 없다는 걸 표명했으니 한 동안 안 볼 것 같았는데, 원래 1년에 한 번쯤 봤고 말이다. 그 친구가 두 주쯤 지나 또 찾아왔다. 난 이번엔 친구로 온다고 생각하고 그녀를 반겼으나, 내 착각이었다. 지난번 내 거절이 너무 미약했던 걸까 그녀는 오자마자 그 조직에서 추천한 책을 건네며 내가 언젠가 그 일을 할지도 모르니 읽어보라고 했다.

그 순간, 정말 마음이 많이 상했다.

또 다른 친구는 이 친구가 이 업계를 하는 한 안 본다고 했단다. 순간 나도 그렇게 까지 했었어야 될까 고민이 들었다. 친구는 내가 인터넷 회원가입된 걸 철회하고 다시 자기 아래로 가입해달라고 했다. 그리고는 예전 강권하던 친구랑 자기 중에 누가 더 친한지 결정하라고 했다. 회원가입이 별거겠냐만은ᆢ

나는 내 주말 시간이 이런 이야기로 범벅되는 게 너무 슬펐다.

이야기를 또 들어주었다. 그녀는 한 달에 두 번을 보자고 했다. 네가 친구인 날 보러 한 달에 두 번 시간을 냈을까 묻고 싶었지만 그렇게 까지는 시간 내기 쉽지 않다고만 답을 했다. 이 사업을 권유하시는 분들의 레퍼토리가 있다.

너 직장에서 버는 돈 변변치 않지?

다른 수입이 필요하지?

그런 직업 하느니 이 사업을 풀타임으로 해봐~

이런 시작 말이다. 이건 내 피해의식일 수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페이를 받고 일한다고 꿈이 없다거나

그 영역에 대해 무시한다거나 목표나 계획이 없는 건 아니다. 네가 하고 있는 그까짓 직업, 아무 때나 그만둘 수 있지 않냐는 식의 접근법을 들이대는 친구를 보며 마음이 너무 쓰렸다. 돌아보니 10년도 더 전에 나도 그 친구의 직업을 존중하지 못하고 다른 직업을 권유했었던 기억이 났다. 친구가 그때 그걸 마음에 담아두었다가 나한테 갚아주고 싶어서 이러는 걸까 까지 라는 생각까지 해보았다. 두 번째 그 친구를 배웅할 때는 마음이 너무 아렸다.

나는 이 합법적 다단계라는 사업에 어떠한 악의도 없다. 주변에 이 친구가 아니어도 하신 분들도 꽤 있고 말이다. 다만 그 친구가 하는 그 사업이 아닌 그 사업을 한 그 친구만 남게 되는 것 같아 마음이 심히 슬픈 건 어쩔 수 없다. 그 친구에게 내가 그 건에 발 들일 일이 없다는 걸 어떻게 더 확실히 전해야 할까. 아니면 친구는 내가 경제적 어려워져서 그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되길 기다리는 걸까 전처럼 그녀가 우울해 보이지 않아 좋은데 그 눈빛으로 날 보는 그녀를 보는 건 왜 이리 슬픈지 모르겠다.

나는 그 친구가 만나자고 하는 연락에 몇 번 거절을 이어서 했다. 그리고 또 다른 친구와도 서서히 연락을 안 하게 되었다. 그렇게 20년을 넘게 나름 지켜왔던 우정이라는 것은 자취를 감추었다. 우리의 우정이 강하지 못했던 걸까. 우리가 학창 시절 서로의 집에 모여 밤새 정답게 나누던 이야기들은 다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린 걸까? 한 때는 가정사부터 연애사까지 모든 걸 공유했던 친구들이었는데, 이렇게 우린 남이 되어버렸다.

어른이 돼서는 1년에 한 번 만났던 친구들이니 만나지 않아도 큰 변화는 없을 테지만, 이 그룹이 이렇게 와해되고 나서 나는 소중한 유리구슬이 깨져버린 것 같은 후유증을 꽤 오래 겪었던 것 같다. 그립지만 만나고 싶지 않은 기분이다. 그들도 그럴까?

내가 가장 아끼던 단어 중에 하나였던 추억을 이제는 놓아주어야 하나 보다. 현재는 어느 과거보다 중요하니까 말이다. 내게 추억은 원래 연한 카페라테 색을 떠오르게 했는데, 이제 잿빛에 가까운 회색이 들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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