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살면서 되도록 무탈하고 무난하게 살려고 많이 애를 써왔지만 나의 부족함으로 인해 나를 싫어했던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오해를 받으며 욕먹었던 일도 있었을 것이다. 내가 다 알지 못하는 순간들도 있었겠지만 내가 다른 친구들을 대할 때 보다 더 신경을 썼는데 카운터 펀치를 맞았던 아픈 기억들을 꺼내보려 한다. 늘 그렇지만 글을 쓸 때 펜 끝이 내가 아닌 남을 향해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습관 때문에 그렇게 리얼하게는 표현을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앞선다.
그때는 학창 시절 있었다. 여러 친구 그룹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조금 더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나름 친하게 생각하던 애들이 있었다. 우리는 셋이었고, 그 둘은 이미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다. 우리 셋은 나름의 마음을 주고받으며 즐겁게 지냈다. 그러 던 어느 날, 그 둘이 싸운 일이 일어난 것이다. 참 당황스러웠다. 이래서 짝수로 놀아야 했던 것일까. 난 그 둘 사이를 중재하려고 이 친구와도 저 친구와도 이야기를 나누고 들어주며 애를 썼다. 나에게는 둘 다 소중한 친구였고, 이렇게 친구들을 잃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흘렀는데, 의외의 결과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 둘은 그 사이의 오해를 풀었는지 다시 친한 친구가 되었고, 이번에는 둘 다 갑자기 나를 없는 사람처럼 무시하기 시작했다. 허허. 진짜 충격이었다. 나중에는 다른 친구들이 개네랑 화해 내지는 다시 친해지려고 애쓰지 말라는 애기까지 했다. 모르겠다. 그때 내가 중간에 그들을 화해시키기 위해 애쓰면서 무엇을 잘못했었는지, 아니면 그전부터 그냥 나의 어떤 부분에 실망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사건은 내게 큰 충격이었고, 영문도 모른 채 손절을 당했다. 내가 존재해서 그 둘의 사이가 예전 같지 않다고 생각했었을까? 결과론 적으로는 그 둘은 친구로 돌아갔으니 지금까지도 둘이 그렇게 친하게 지내리라 믿는다.
또 한 번은 대학생 때였다. 어떤 친구가 있었는데 늘 특정 직업인이 되고 싶다고 했었다. 늘 자신은 무엇이 없어서 안된다고 어두운 이야기를 하던 친구였기에 더 마음이 쓰였다. 나도 내 인생을 살아가기에 버거웠지만 그 친구가 갑자기 죽어버리는 건 아닌가 걱정도 하며 지냈다. 몇 번의 도전을 연달아 실패한 친구는 그날도 나에게 문자를 보내서 한탄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다른 직업을 알아보아야겠다는 말도 해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그녀를 격려해주던 참이었다. 그런데 그때부터 그 친구는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지금 나한테 그게 될 자격이 없으니 다른 거 하라는 거야?"
이런 식으로 말이다.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그저 친구가 실패에 우울해하지 않고 희망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나름 그 친구를 응원했는데, 그 친구는 그때 자기 옆에 머물러 있던 나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사용했다. 그 뒤 우리는 다시 연락하지 않았다. 가끔 길 가다 마주치면, 자신이 그때 나에게 했던 것이 부끄러웠던 걸까 자신이 먼저 눈을 피하고 달아났다.
나머지 한 명은 어른이 되고 나서였다. 자신이 평소에 마음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본인이 말하는 친구였다. 같이 어울리는 친구들 모두 그 친구에게 많은 배려를 쏟고 맞추며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친구와 내가 속해 있는 그룹의 다른 친구가 그 친구와 갈등 상황이 발생했다. 평소 같은 일상이었는데 어떤 말에서 마음이 불편했는지 나머지 사람들은 알아차리지도 못할 정도의 대화였다. 그런데 내가 그 상황에서 절대적으로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친구는 나를 몰아세우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인격모독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한 마디로 내 마음을 짓밟았다. 그날은 인생 정말 회의가 들 정도였다.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라는 생각까지 들었지만, 이미 누군가에게 화풀이를 하기로 작정한 상태였던 친구를 알았기에 나는 그 그룹 모두를 대표해서 미안하다고 이야기하고 그 관계를 끝냈다.
시간이 지났어도 쓰리고 아프다. 이런 사례들을 겪으면서 내가 잘해준다고 관계들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새삼 더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어떤 말을 해석하는 데는 수 만 가지 기제가 동원된다는 것도 점점 깨닫게 되었다. 나도 완벽한 존재 아닌 것에 힘든데, 누군가의 불완전함에 대해서 감당하는 것은 촛불에 불을 키는 일인 것 같다. 이제는 내가 타들어 가면서 까지 누군가와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었다.
좀 더 빨리 알았으면 좋았을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