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38. [우리 집은 어디에]임대주택과 국공립 어린이집

임대주택과 국공립 어린이집

by 스테이시

우리나라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컴퓨터 앞에서 초조한 클릭을 기다려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의 그 첫 시작은 수강신청이었다. OT를 마치고 나름의 스케줄을 만들었다. 아 드디어, 원하는 강의를 듣게 되겠구나 하고 대학생활을 기대했다. 그러나, 며칠 뒤 대학생활은 그런 장미 빛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누구나 그날이 오면 말이다.


컴퓨터 앞에서 9:00 시간 되기를 초조하게 기다리다가 9시 정각에 클릭을 하지만, 이미 홈페이지는 다운에 인내심의 한계로 새로고침을 무한 누르다가, 간신히 들어가 보면 이미 그 과목은 마감되었다는 공지.


헉. 인생이다.


얼마 전에는, 내 동생이 H.O.T 콘서트를 가셔야 되겠다고 해서, 나와 우리 남편, 동생 남편 그리고 동생까지 8시 땡! 에 시도를 했지만, 내가 8시 10초에 페이지에 들어가서 본 것은 ‘매진’ 오, 마이! 다들 어떻게 들어간 거야,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 이런 경험을 한 번 더 처절하게 해야 될 순간이 있으니, 바로 국공립 어린이집 신규 오픈 신청이다. 유치원의 경우 처음 학교로 라는 사이트에서 일괄적으로 신청을 받아서, 컴퓨터가 추첨을 해주기 때문에, 선착순이나 빨리 해야 되는 압박은 없다. 다만, 아이 한 명 당 3개의 유치원만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학입시 정시 제도에 버금가는 눈치 작전 및 전략이 필요하다.


와우, 태어나면서부터 힘든! 웰컴 투 대한민국이다.


어제는 그 날이었다. 이사 갈 아파트에 국공립 신규 어린이집 신청이 시작되는 날.


[천왕 49형, 나의 첫 보금자리 이야기를 이어가던 중에 당황스러운 전개지만, 나는 이 원고의 초안을 맞춰 둔 이후, 한 달 뒤 나는 갑작스럽게 반포의 어느 행복주택으로 이사를 결정하게 되었고, 이 글부터는 그러한 팩트가 반영되어 있다. 글을 매끄럽게 이어볼까도 생각해 보았으나, ‘우리 집은 어디에’라는 insecurity를 겨냥하는 질문의 취지를 살리려는 목적으로 이 팩트를 투척하고 나머지 이야기를 이어가 보려 한다.^^]


어제는 그 날이었다. 이사 갈 아파트에 국공립 신규 어린이집 신청이 시작되는 날. 보통 신청기간은 일주일이 공지가 되지만, 의미가 없다. 10시에 사이트가 오픈되면, 그 순간 들어가야 되기 때문이다. 점수가 같은 경우, 먼저 신청한 사람 순으로 당첨이 된다. 이 날을 얼마나 신경 쓰고 있었는지, 달력에 큰 별표 3개, 핸드폰 알람 2개도 모자라서 냉장고에 크게 써서 붙여 놓았다. 남편님에게 각인시키려면 이렇게 해야 된다.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직장이 아니기 때문에, 남편에게 이 중대 업무를 맡겨야 했는데 하필 어제 출장이 잡혔단다. 사수에게 아쉬운 소리 해가며, 출장을 10시 반에 나가기로 했단다.


참, 남편도 고생이다.


사람들은 나에게 이사 자주 다니면 힘들지 않아 라고 묻는데, 집은 SH에서 구해주고, 이사는 이사센터에서 해주고, 힘들 것 없다. 돈이 지출되는 면이 있지만, 새로운 곳에서 경험하게 될 것을 사는 기회비용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결국 이사와 더불어 진행해야 하는 아이들의 교육기관 세팅! 프로젝트가 진짜 하드코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나의 국민임대 49, 장기전세 59 같은 단지 내 이동은 아이들은 그 단지 내 국공립 어린이집을 같이 다니고 있었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다른 단지 혹은 지역을 선택하면 더 빨리 될 수도 있었지만, 두 아이가 같이 국공립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는 점을 쉽게 내려놓고 이사를 선택할 부모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국공립 어린이집은 입학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 이야기는 임대주택이 포함된 단지 내 국공립은 더욱더 그러하다.


상황은 의외에 간단하다. 임대주택의 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최근 10년 정도의 추이를 보았을 때, 많은 신규 임대주택이 당시 신혼부부 혹은 다자녀에게 공급이 되었고, 국민임대 같은 경우 일반 전형도 3자녀에게 우선권이 있기 때문에, 임대주택이 포함된 단지에는 아이들이 많이 있게 된 것이다. 이 상황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간략이 임대주택의 유형을 설명하겠다.


임대주택에는 국가가 소유한 땅에 직접 집을 지어서 빌려준 건설형 임대주택이 있고, 재건축 재개발 등의 허가를 인센티브와 함께 내주면서 매입한 매입형 임대주택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택지개발 지구, 위례지구, 세곡지구, 내곡지구, 우면지구, 강일지구, 마곡지구, 천왕지구, 신정지구, 은평지구, 장지지구 등이 건설형이고 예를 들어 강서힐스테이트, 목동 센트럴 푸르지오, 이런 아파트에 공급되어 있는 임대주택은 매입형인 것이다.


사실 택지개발지구는 아파트 몇 개 단지를 동시에 개발해서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유치원 초등학교는 새로 계획을 해서 지어주는 편이었다. 그래서 택지개발지구 같은 경우, 지구 당 하나 씩 공립 단설 유치원이 하나 씩 들어가 있다. 아직 실감이 안나는 예비 부모들도 있으시겠지만, 공립 단설은 모두가 바라는 꿈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사는 지역은 5세를 20명 뽑는데 지난해에 1000명이 지원했다고 한다. 우리 둘째가 예비 94번이었는데, 빠른 번호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그리하여 택지개발지구는 단지마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하나씩 설치해주고, 공립 단설도 하나씩 넣어주고, 병설유치원도 적극 설치해 주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주하는 아이가 많으므로 경쟁이 심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기회는 존재한다.


모든 곳은 처음 오픈할 때가 기회다. 오픈할 때 못 들어가면 그다음부터는 해가 바뀌어야 추가 인원이 들어가는데, 2명 3명 이런 식이기 때문이다. 아까 우리 동네에 있는 그 유치원도 처음 오픈한 해에는 2:1이었단다. 아직 입주가 개시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아무리 좋은 곳도 사람들이 기관을 미리 선점한다는 생각을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단지 내 어린이집도 오픈할 때 들어가면, 3자녀가 아니어도 가능하지만, 냉정히 추가모집은 3자녀 맞벌이가 아니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점수 구조가 3자녀 맞벌이 700점, 2자녀 맞벌이 300점라서 정말 그들은 무적이다.


우리 첫째 같은 경우 신도림에 살 때는 도무지 기관이 없어서 전혀 보낼 생각도 못했다. 그러나 택지 지구 내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오픈하는 단지 내에 2자녀 신청을 했고, 3자녀 들어가고 남은 5자리로 3:1로 추첨을 할 기회라도 얻었다. 그때 추첨에 오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는 당일까지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어제 컴퓨터 클릭을 서두르는 것은 일상처럼 느껴질 정도로 특별한 사건이었다. 남편은 가서 공을 뽑았고 당첨! 오픈 특수를 제대로 누린 셈이다. 그 뒤로 동생은 형제자매 재원 점수 50점을 추가로 받은 덕분에 같은 국공립에 들어갈 수 있었다.


즉, 어린이 집을 보내기가 너무 힘든 곳에 살고 계시면, 임대주택을 준비하실 때, 이런 택지지구를 고려해서 준비하실 수도 있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택지지구는 형성되었을 때 가장 어린이가 많다. 즉, 이미 입주가 시작된 지 7년 이상 된 단지 들은 아이들이 많이 커서 초등생이 많고 어린이집 숨통이 트인다고들 한다.


또한, 나는 장전 59에서 국임 59로 넘어오면서 아예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왔는데, 이 때는 공가 빈집 당첨으로 이사를 온 것이라서 동네가 다 이미 세팅이 되어 있었다. 오픈 특수를 노릴 수도 없고 어찌해야 되나 정말 맨땅에 박치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근처 어린이집 리스트를 스물몇 개몇 쫙 뽑아놓고 전화를 돌렸다. 대기를 걸라는 말만 수없이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근처에 국공립 어린이집 3개가 동시에 오픈하는 일이 발생했다.


광클릭을 해서 순번은 괜찮았으나, 단지 내 국공립 어린이집은 건물을 무상으로 임대하여 쓰는 이유로 단지 내 어린이를 우선으로 받는다. 대략 70%을 단지 우선으로 뽑고, 30%를 나머지에게 준다. 즉 나머지 30%는 단지 외에 3자녀에게 돌아간다는 뜻이다. 그 신규 오픈 국공립에서 3자녀 수요를 흡수해준 바람에, 집 앞에 가장 가까운 국공립에서 연락이 왔다. 5명 뽑는데, 대기가 23번 이가 그랬는데, 와우! 이건 오픈 특수를 역으로 누린 경우 겠다.


그리하여, 어제 신청한 것도 새로운 단지 내 오픈하는 정원 85명의 어린이집이었고, 우리 둘째 나이의 신청자가 미달인 걸 보니, 이번에는 기관 세팅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이번에 내가 이사를 가는 곳은 행복주택이고, 매입형인데, 역시 오픈 특수라는 것도 있겠지만, 지역 자체가 국공립이 원체 많은 동네이고, 다른 국공립 좋은 곳들도 5.6.7세는 정원이 안 채워진 곳들도 많이 있더라. 아마 5세부터 사교 육쪽으로 발길을 돌리는 분위기가 있어서 그럴 것이다. 이렇듯, 단지 내 어린이집에 들어가는 것도 중요한 것이지만, 어느 지역이 아이가 많고 어떤 연령층이 존재하고 어떤 분위기이고 이런 것들도 임대주택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고려 대상이 될 수 있겠다.


사실 몇 년 전에, 매입형 임대 주택이 포함된 단지에서 장기전세 입주민들이 자녀가 많아서 단지 내 어린이집을 너무 많이 들어오게 되었다며, 일반 세입자(?) 집주인(?)들이 컴플레인을 해서 장기전세 입주민에게 차별을 주었다가 뉴스에도 난 사건이 있었다.


참, 가슴 아픈 일이다.


지난 2018년 행복주택 1차 공고문 중에 어떤 매입형 단지 공지에 그런 문구가 있었다. 행복주택 입주자들의 단지 내 어린이집 이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 재건축 조합의 결정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인데, 아무쪼록 함께 사는 아이들이 행복한 시절을 공유할 수 있길 응원해 본다.


사실, 앞선 글에 썼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은 의료보험 차상위였고, 그것으로 공립 단설 유치원을 하이패스로 갈 수도 있었다. 결국 시기가 불발되어서 그때는 무산되기는 했지만. 차상위, 기초생활 수급, 국가유공자는 우선순위가 있다. 즉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취지인데, 솔직히, 나도 낡아빠진 어른으로서 걱정이 든 적이 왜 없었을까. 우리 아이가 차상위로 우선 입학이 가능했다고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친구들이 싫어하지는 않을까. 아이가 우리가 가난하다는 인식에 상처 받지 않을까.. 참, 못난 어른이고 창피한 엄마다.


가난한 친구랑은 놀지마 라고 말한다면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사람은 다 나쁜 사람이라는 전제가 깔렸을 것이다. 그러나, 임대주택 혹은 복지 혜택을 열렬히 응원하지만 졸업하길 원한다고 얘기하는 나는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상태에서 출발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처음보다는 자립에 가까운 상태를 향해가고 있고, 이 모든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감사한 것은 다양하고 많은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을 키워 갈 수 있다는 점이다.


좋은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은가? 국공립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은가? 공립 단설 유치원에 아이가 가면 좋겠는가? 무엇을 위해 보내려고 하는가? 왜?라는 질문을 충분히 생각해보고 다가오는 유치원, 어린이집 입시의 계절 11월을 맞이해보자. 결국 좋은 친구들과 아이가 행복한 시간 보내길 바라는 것 아닌가 ^^


좋은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겠고, 좋은 친구의 정의는 다 다를 수 있겠지만, 아이가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지점은 엄마의 몫일 수 있다. 40대 1, 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유치원에 와서도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고, 쾌적하고 멋진 어린이집에서도 분위기를 힘들게 하는 아이가 있다.


아이를 보면 그 부모가 보인다.


임대주택 이용자로써 나도, 좋은 보육 교육환경을 이용하고 싶은 욕심은 부끄럽지 않지만, 내 아이가 선생님을 존중하지 않고, 다른 친구가 나만큼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막 대한다면 그건 정말 부끄러울 것 같다.


얼마 전 시어머니가 평생 사시던 주택이 재개발돼서 입주를 앞두고 계신데 나에게 물어보셨다. “국공립 어린이집 동의서가 왔는데, 사인을 해야 되냐? 하지 말아야 되냐?” 이 질문은 어른 들 입장에서 보면, 국공립어린이집에 무상으로 임대를 하면 아파트 입장에서는 관리비 손해지 않냐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은 집주인들은 어린이집을 이용할 일이 없는 할머니 할아버지 들일 것이고 말이다.


내 대답은 “어머니, 국공립 어린이집이 있으면 단지 내에 젊은 친구들이 많이 와서 살게 돼서 동네 분위기도 더 활기차고 좋아질 수도 있고요, 국공립 어린이집이 있으면 집 가격도 올라가겠지요.” 우리나라 어른들은 기승전 집값이니까 말이다.


우리 아이들은 이제 다 커서 아마 어제 신청이 나의 인생 마지막 보육기관 신청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정부가 예고한 것처럼 젊은 신혼부부 대상으로 행복주택 혹은 신혼 희망타운 그것이 뭐든 공급을 늘린다면, 꼭 이 보육, 교육에 심도 깊은 고민을 같이 해주길 바라 본다.


세상에 모든 엄마 아빠는 한 가지밖에 없다. 아이들이 웃어야 우리도 웃는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