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당첨에 이어, 행복주택 당첨!
분양에 당첨된 것은 2018년 7월 13일이었지만, 사실 계약 관련 서류가 오고, 실제 적격 판단을 받기까지는 2주 정도가 더 소요되었던 것 같다. 계약서를 받기 전까지는 혹시 이래서 저러서 무효되는 것 아닌가 걱정이 많이 되기도 했다. 실제 신촌 힐스테이트 모델하우스에 서류 확인차 갔을 때 부적격으로 자리를 떠나시는 분들은 3명인가 보았다. 신혼기간을 잘못 아셨거나, 소득이 초과되었거나, 부양가족 점수를 잘못 기재하셨거나. 아 정말 옆에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같이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로켓 경쟁률을 뚫고 당첨이 되더라도 부적격이 난다면, 청약통장은 소멸되지 않지만 1년간 청약 자격이 제한된다. 그리고 혹시나, 당첨이 됐는데도 자의로 계약을 하지 않으실 경우, 청약통장이 없어지고 5년간 재당첨 제한을 받는다. 그러므로, 분양신청은 한 번 넣어나 볼까 이런 마음으로 툭 던지는 건 절대 비추이다. 우리도 그냥 한번 써 보기나 할까 그런 마음은 아니었다.
민간분양 신혼 특별은 7년 이내 자녀 수로 경쟁을 하기에 나의 판단으로는 아무리 싼 아이템이라도 방 2개를 7년 이내 3자녀가 쓸 것 같진 않았기에 42형에 직진했다. 2자녀 추첨해서 당락이 갈릴 거라 예측했는데 아마 추첨에서 우리가 된 것 같다. 그렇게 얼떨결에 그 여름, 우리는 잠재적 유주택자의 대열에 합류했다.
중도금은 40% 대출이 된다는데, 계약금 외에도 중도금 20%는 현금으로 내야 된단다. 음, 서울 시내에서 아마 다시는 나오기 힘든 가격의 초소형 브랜드 아파트에 당첨되었지만, 아무리 멋진 가격이라고 해도 그게 절대적으로 나에게 싼 가격은 아니니까 말이다.
해맑은 남편은 일단 지르면 어찌 된다며 초긍정적 태도였지만, 역시 수습하고 머리를 싸매고 시나리오와 스텝을 짜는 건 나의 몫이다. 중도금을 20퍼센트만 현금으로 내도 8천만 원이다. 헉......
물론 청약통장이 실효가 되었으니, 고 하는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분양의 특별공급은 민간 공공 합쳐서 인생에 단 한 번밖에 쓰지 못하는 것이다. 정말 이제 난 혜택이랄까, 기회랄까, 내가 손에 든 패는 다 쓴 것이다.
8천을 어디서 구하지 라는 한쪽 머리를 돌리면서, 한편으로는 청약통장이 실효되어서 반포 행복주택은 자동 탈락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남편은 이제 분양이 됐으니, 마곡 국민임대서 2년 더 살고 가면 가면 딱이라며 내 탐험 심의 불을 끄고 싶어 했으나, 나는 무언가를 정확히 규명하고 가는 것을 선호한다. 계획 세우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의 특징이다.
SH공사에 전화를 걸었다.
"저희가 3월 30일 행복주택 공고에서 2순위 6점으로 서류 대상자가 되었습니다. 분양 당첨으로 청약 통장이 실효가 되었는데, 바로 탈락인가요? 아니면 청약 통장으로 받은 점수 3점을 차감하고 2순위 3점으로 경쟁을 이어가면 되나요?"
답변은 내 생각보다 긍정적인 소식이었다. "모든 점수는 공고일 기준으로 계산되셔서"라고 답변하시며 2순위 6점으로 경쟁을 이어간다고 확인해 주셨다.
사실 국민임대 주택이나 장기전세 같은 경우 59형 이상 일 때, 청약 24회 자격이 상실되면 바로 탈락이 된다. 그렇지만, 자격이 아닌 가점의 경우는 공고일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배웠다. (예외 조항들은 있을 수 있다.)
일단 행복주택 최종 커트라인은 2순위 3점 이하였고, 서울시 전입도 남편보다 더 늦으신 분이었기에, 우리가 청약 통장 점수를 혹시 제하고 갔었어도, 당첨권이긴 했던 거였다. 나는 2순위 3점으로도 당첨이 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SH에 점수를 제하고라도 경쟁을 하겠다고 전화를 한 것이었다.
그렇게 약간의 긴장이 있었지만, 분양권을 가질 상태에서 행복주택의 당첨자에 이름을 올렸다. (분양에 당첨이 되어도 실제 등기를 치기 전에는 임대주택에 거주할 수 있다. 보통 민간분양의 경우 당첨부터 입주까지 2년이 소요되고 공공분양은 1년 정도가 소요된다.)
남편은 내가 행복주택을 쉽게 포기하지 않고 대출 및 시뮬레이션을 밤새 돌려보는 것을 보면서 가긴 가야겠구나 생각을 했을 것이다.
사실 신혼 7년으로 바뀐 첫 임대주택 공고여서 행복주택은 신청해 본 것도 있지만, 국민임대 주택에 계속 거주하는 것에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선택이기에 진지하게 생각을 했던 부분이었다. 일단 행복주택은 국민임대 주택과 총 자산 제한은 동일하지만 (올해 기준으로 2.5억 정도) 일단 입주하고 나면 월소득으로 인한 퇴거가 없다.!!!!!!! 임대주택 이용자들의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구임대 재개발임대 국민임대의 퇴거 월소득 기준보다 장기전세가 조금 더 높긴 하지만, 어쨌든 많이 벌면 나가야 한다. 그러면에서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기도 한다. 일을 하자니, 소득초과로 인한 할증이나 월세 발생 혹은 퇴거까지 이를 것 같고, 그렇다고 기준에 맞춰서 벌자니, 자산이 계속 그 자리라서 난 그 자리이지만 다른 분들의 가정경제가 성장하므로 더 뒤로 밀리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 점이 조금은 보완된 것이 행복주택인데, 입주 때 소득이 맞으면, 그 후 월 천만 원을 벌어도 최대 할증으로 재계약이 가능하다. 최대 자산제한은 있으니 마찬가지가 아니냐 할 수 있지만, 아무리 월소득이 높아도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 그만큼의 자산제한에 걸리기까지 모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우려가 되는 것은 월소득이 높아져도 퇴거를 안 당한다면, 자산은 현금으로 빼놓거나 다른 가족의 이름으로 보관하는 분들도 나오실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좋은 제도가 나오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임대주택 이용자들의 태도라고 이미 말한 적이 있다. 그리하여 국민임대에서 나는 재계약을 위해 딱 할증이 안 되는 선까지만 돈을 벌어왔다. 그것도 엄청 계산을 굴려야 했다.
그런 계산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찾다 보니 지쳐서, 임대주택이라도 월소득 제한이 없는 행복주택이 혹시 내게 대안이 될 수 있나 고려했던 것이다. 30년 국민임대를 두고 10년 행복주택으로 가는 것은 미친 짓이지 않은가를 나와 주변인들 모두 같이 고민해 주었지만, 내 결론은 이렇게 소득제한으로 받다가는 어차피 30년까지 못 산다였다.
이미 신촌의 당첨을 받고 난 뒤인 했지만, 올 겨울 예정되어 있던 마곡 국민임대 재계약 심사에서 기준 소득을 1만 원 초과했다고 연락이 왔다. 아, 내가 얼마나 노력해서 월 소득 409만 원 언더에 맞는 시간제를 찾아서 일하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과란다. 음. 1만 원 초과가 할증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새삼 이렇게 사랑스러운 마곡 59F형 집에 30년을 살 수 없었다는 내 가설이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마곡 국민임대에서 돈을 올리지 않고 2년을 더 살고 깔끔하게 신촌으로 가는 방법이 일단 정도였다. 그리고 그 신촌의 중도금 현금 20% 퍼센트는 내야 되는 시점에 마곡 국민임대를 월세로 돌리면 나온다는 사실을 새삼 다시 깨달았다.
나는 장기전세보다 국민임대 제도를 이래서 더 사랑한다. 장기전세는 보증금이 묶여 있지만, 국민임대는 이제 더 이상 전세 전환은 안되지만 보증금을 높였다가 내렸다가 하면서 월세를 조절하여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가 있다. (이 방법은 국민임대에서 장기전세로 내가 넘어갈 때 깨달았던 방법이다.) 마곡 국민임대를 월세 최대치로 돌리면, 나는 8천만 원을 현금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신촌 힐스테이트는 중도금 이자 후불제 이므로, 나는 앞으로 1년 반 가까이는 현금으로 낼 것이 없고, 그냥 안정적으로 살면 되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제 마곡 국민임대도 할증 없이 재계약 허가가 나왔고, 다시 2년 뒤는 재계약도 안 할 것이니 돈도 마음껏 벌어도 되는, 그야말로 국민임대를 만끽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그래, 정말 남편 말대로 이제 소득초과에 쫓기는 것도 아니고 행복주택으로 이사 갈 이유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신촌에 입주하기까지 앞으로 2년을 어떻게 살게 될지 그림이 눈에 선했다. 무난하고 평탄하고 안정적일 것이다. 삐오삐오! 난 사실 안정이라는 단어에 알레르기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안정적이라고 생각되는 것도 안정적으로 보일 뿐이지, 실제 무언가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을 정도로 안전한가는 다른 문제이다. 안정감 말고도 의미 있게 추구할 것이 많지 않은가? 우리가 내 집 마련, 우리 집은 어디에를 외칠 때 정말 원하는 것이, 대출 30년도 좋으니 이제 정착! 이것인가? 아니면 과거보다 지금이 더 나아진 형편, 태도 그리고 경제적 상황, 사회적 상황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사회적, 경제적 상황이 나아진다면, 아마 같은 집에 쭉~ 사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상황에 따라 발생하는 이사의 이유는 또 다른 한 책이 필요하다.)
내게, 반포에 대한 로망이 있을 리 만무했다. 행복주택 임장 차 가본 것 외엔 아무 연고도 없는 동네. 그러므로 강남 입성이 목표였어요 라는 것도 전혀 아니었다. 서초 네이처힐 가든을 임장 할 때, 서초구 좋구먼 ~ 이렇게 생각했지만, 꼭 서초구에 살아야 해 내가 그런 캐릭터는 또 아니지 않겠는가.
그냥 나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도전은 내 그릇을 넓혀주며, 더 많은 사람을 이해하게 돕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조금이나 도움 유익 아니, 그건 너무 거창하니까. 따뜻함. 누군가에게 따뜻함을 전달할 수 있는 내가 된다면, 그게 내 행복이다.
우리 집은 어디에를 읽고 누군가 주거 문제를 해결 하 실 수 있다면 너무너무너무 좋을 것이고, 혹 해결이 당장 되지 않아도 아 우리 가정도 시도해 보아야겠다고 결심만 하셨어도 너무 기쁠 것이다. 임대주택 시도까지 아직 용기가 안 나시더라도, 앞쪽 글들을 읽으시면서 조금이라도 현재 좌절된 상황에 위로 혹은 공감을 얻으셨다면 그 또한 영광일 것 같다. 결론은 나는 신촌 힐스테이트의 분양권이 있는 상태에서 반포동 행복주택에 입주했다.
이전 글에서 천왕 장기전세에서 마곡 국민임대로 갈 때, 머리의 영역이 아닌 가슴의 영역이라고 했던 부분이 기억나는가? 무언가에 끌려오듯 오게 되었다. 나는 계획 세우기를 잘하지만, 더 잘하는 것은 명분 만들기 인 것 같다.ㅎ_ㅎ
일단 반포라는 동네에 애착은 없었지만, 동네에 떡 하니 서있는 나의 로망, 구립 도서관! 이 나를 불렀던 것 같고, 올해 하게 된 풀타임 일의 앞으로를 생각했을 때, 더 넓은 시장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한 가지 더 있다면, 마곡 국민임대서 사용하던 2.2% 디딤돌 대출을 증액해서 반포에 오려고 계획을 세웠던 것이었다. 그런데, 중도금 현금 입금을 5차 6차로 하는 것보다 1차 2차로 하는 게 이자가 몇 백만 원 적다는 것을 발견하고, 마곡 보증금 8천을 지금 빼버리고, 나머지 부분을 다시 디딤돌을 신청한 것이었다. 2.2%로 쓰고 있던 대출은 이사 시 전세금이 오른 차이만큼만 나온다고 해서 8천이 안된다고 했다.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2.5%의 금리까지 예상하면서 저번 대출을 갚고 새로 신청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최종 2.5%로 새 대출 승인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1.2% 중소기업 청년 대출이 올해 9월부터 변경되어서 우리가 이사를 준비하던 10월에 적용을 받게 된 것이다. 와, 대박! 2.2퍼센트 낮은 금리 아까워서 이사 못 간다고 했던 것이 오버랩되면서.. 부딪히면 길이 있다.
새삼 생각했다. 새옹지마이다.
그렇게 나는 15번째 인가, 14번째 인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많은 이사를 하고 또 이사를 했다. 물론 중도금을 5.6차가 아닌 1.2차를 현금으로 내서 이자를 아꼈고, 기존 대출보다 이율이 낮아져서 돈을 아꼈고 라고 자기 합리화를 열심히 했지만, 솔직히, 계산을 말해보자면, 여기는 월세가 50만 원이므로, 마곡에 있을 때 보다 돈이 더 쓰였고 쓰일 것이 맞다.
정말, 제정신이 아니여야 이사를 하는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월세 50만 원을 나는 낼 가치가 있는 경험이라고 판단했을 뿐이다. 여전히 우리 아버지 눈에는 새 아파트에 맛들려 이사 다니는 철없는 딸내미 일지도 모르겠다 ^^..
이렇게 시한부 행복주택 스테이를 시작한다.
그러나, 2년 뒤에 내가 과연 신촌 힐스테이트에 들어가 있을까? ^^
나도 그건 모르겠다.
멈출 수 없는 고민, 피할 수 없는 숙제.
[우리 집은 어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