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 목동 아델리체, 고덕 자이, 신촌 힐스테이트
나는 이미 지난 경험들을 토대로, 분양이 당첨되는 것은 신혼부부 특별공급 일 때 가장 넓은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신혼 3년이 지나서 그것을 깨달았을 때, 약간의 후회 아니 자책이 있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게 주어진 기회를 살리는 것이다. 내게 돌아온 백일의 신혼 기간! 몇 년치 임대주택과 부동산에 대한 분석을 담고 있는 내 머리와 감 또한 말했다.
"스테이시, 이 백일에 분양에 결판을 못 보면, 아마 집을 사는 건 먼 훗날 이야기가 될 거야"
그래서 사실 그 백일 안에 예고된 분양은 죄다 찾아보았다. 보라매 이 편한 세상 2차 래미안 아델리체 고덕 자이 구로 항동 공공분양_하버라인 그리고 신촌 힐스테이트 까지.
보라매는 시댁 옆이고 아델리체는 친정 옆이어서 아이들을 맡기고 맞벌이 뛰자는 생각에 고려했었다. 보라매는 개정 전이었으나, 큰 인기지역은 아녔으므로 일반에 넣어볼까 했으나, 그럼 비인기 평형 84형을 써야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데, 6억이 넘으므로 패스. 래미안 아델리체는 59형이 6억이 넘어 강제 패스.. ^^ 사실 그중에 고덕 자이가 상당히 호감이 가긴 했다. 방 2개짜리 49형과 51형이 존재해서 5억 언더로 나오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기 때문이다. 웬걸... 49형 저층 하나 빼고.. 모두 5억 이상을 보여준 역시 자이.. ㅡ_ㅡ
사실 다른 곳에 비해 5억이 싸게 느껴지는 것이지 5억이 웬 말. 시한부 시간은 줄어드는데, 저 돈에 덤빌 깡다구는 없고 자꾸 청약 통장을 던지지 못하고 쥐고만 있었다. 사실 앞선 챕터에서 이야기했던 내 가장 큰 관심사는 59형이 3억 6천에 나온 항동 3단지 공공분양이었다.
공공분양 신혼 특별은 7년 이내 자녀 숫자로 뽑지 않고, 청약통장, 자녀, 서울시 거주, 소득 등으로 점수를 만들어서 가점제로 뽑았기 때문에 우리는 13점 만점에 10점이었다. 제도 변경 후 첫 시행이었기 때문에, 10점이 안정권인지 아닌지는 전혀 감이 안 왔으나, 내 생각에는 7년으로 변경되면서 선택지가 늘어난 고득점자들이 마곡 9단지를 기다리기로 전향했거나, 조금 더 입지가 좋은 항동 2단지를 쓸 것으로 예측되었다. 공공은 공고가 나고 신청 발표까지 한 달 거의 두 달 가까이가 소요된다. 그러므로 항동을 위해 패스했던 (사실 맥시멈 예산을 초과해서 쓰지 못했던 ^^:;) 단지들에 미련을 버리고 항동 3단지 견본주택을 보러 갔다. (마곡 국민임대 장기전세 사시는 분들도 마곡은 가격이 넘사벽일 것을 아시기에 많이들 관심을 가지시긴 했다.)
나는 불과 2년 전까지 항동 옆 천왕지구 국민임대 장기전세에 살던 사람이니 동네는 익숙하고 거부감이 없었다. 항동지구가 계속 고속도로 이슈가 있긴 하지만, 분양가 대비로는 올라갈 것이라 생각했다. 아이 초등학교 입학시기도 딱 맞고, 분양가도 딱 맞고 견본주택 (공공은 후분양이기 때문에 모델하우스가 아니라 지어진 집을 보는 것을 견본주택 공개라고 한다.)을 보고 온 남편은 쓰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때 신청은 6월 중순이고 당첨 발표가 7월 12일 목요일인가 그랬다. 친정 부모님과 시부모님도 본인들의 거주지에 그리 멀지 않으니 써보라고 격려해주셨다.
나는 목표를 내 능력보다 조금은 높게 조정하고 나를 몰아치는 스타일이다.
그러므로 항동이라는 벌써 우리 집이 마치 된 것 같은 스무스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던 그 프로젝트의 최종단계 예서 나는 지원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했다. 이유가 공감이 안 될 수도 있겠으나, 나의 앞으로의 삶의 모습이 너무 뻔하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공공분양으로 내 집 마련을 한다면, 좋겠지. 이제 맞벌이로 빚을 갚아야 하겠지. 시간제로 맞벌이를 하려면 광명 이케아도 나쁘지 않을 거야 (사실 그래서 고양 이케아 오픈 때 지원해서 일한 것도 있었다.) 음, 그리고 아이들은 택지개발 지구답게 유해한 시설 없는 곳에서 해맑게 자랄 것이고.
그런데! 내가 진짜 원하는 모습이 안정적인 집에 무난히 무탈하게 오래 사는 것이 맞나?라는 고민이 나를 방문했다. 나는 내가 지금 무엇을 가지고 있냐도 중요한 지표일 수 있지만, 내가 무엇을 위해 노력하며 살고 있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번 이사 좋아, 그런데 그다음 이사는? 항동으로 이사를 간다면, 언제까지 살 것인지, 아이가 커서 다음 이사의 필요성이 생긴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가정에 맞는 다음 스텝이 안보였다. 드라마나 소설에서 열린 결말이라고 이야기하는 그 지점이다. 드라마는 남의 인생이니까 딱 맺고 끊음이 있는 닫힌 결말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우리의 인생의 향후 최소 5년 10년의 모습이 딱 그려지는데, 오늘부터 그래 예상한 듯이 살아가 보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늘, 자신의 것에 만족하시고 절대 욕심부리지 않으신 아버지를 보며 존경하며 살아왔다. 아버지는 나의 하늘 같은 분이셨고,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고 동시에 나의 한계이기도 했다. 공공분양으로 들어가서 살게 될 앞으로의 나의 발걸음은 아빠의 길을 따라가는 느낌이 될 것이다. 아빠는 이사 다닐 때마다 돈을 피해 다니는 선택을 하셨다. 어느 지역이 돈이 되는지 공식이 다 있건만, 아버지는 늘 실거주에 제일 만족스러운 집을 구하시므로, 우리 가족은 부동산으로 돈을 벌어본 역사가 없었다. 그런 아버지를 순하게 잘 따라 살아온 내가 어찌 보면, 아버지 이제 저는 제 길을 가야겠습니다. 하고. 스스로에게 선언을 한 셈이었다.
그렇게 나는 항동을 패스했다. 물론, 항동이 당첨됐어도, 그리고 항동에 살게 되었어도 진심으로 좋았을 것이다. 나는 항동을 선택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모험을 선택했을 뿐이다.
이제 6월 말, 나의 시한부는 백일은 금방이라도 꺼질 듯 위 태위태 해 보였다. 그때, 마곡에 사는 나의 친한 친구가 신촌 힐스테이트 분양을 쓸건대 라며 전망이 어떤지 내게 물어왔다. 임대주택에는 전문가지만, 청약이야 나도 당첨돼 본 적이 없는 걸.. 나도 잘 모르지 하고 친구가 의뢰한 민간분양 공고문을 정독했다.
그러다 눈이 번쩍! 한 부분이 있었으니, 주택유형 42형에 분양가가 4억이었다. 4억?
나도 한번, 써볼까?
친구는 7년 이내 3자녀이므로, 사실 넣기만 하면 어느 유형이나 당첨을 받아 놓은 것이었다. 7년 이내 2자녀, 만료 30일 전, 남편에게 이거 어때 라고 톡을 보내줬다. 그날은 비가 오는 토요일이었고, 아이들이 낮잠도 못 자서 컨디션이 엉망이었으나, 웬일로 남편이, 현장에 가보자며 차에 시동을 켰다. 웬일이 셈. 웬일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니. 사실 지금까지, 결혼하고 7년의 모든 중대한 의사결정은 주도적인 나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었다.
모델하우스는 이미 닫은 시간이라서, 이화여대로 들어가서 제일 높은 언덕까지 차를 몰았다. 공사현장이 한눈에 보이는 명당이었다. 음...... 나는 깊은 한숨만 내뱉었다. 솔직히,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마곡이 훨씬 살기에 좋아 보였다. 마곡은 평지야. 게다가 도로도 깍둑썰기 돼서 얼마나 예쁜데. 사실 정말 나는 마곡과 그 국민임대 59F형 집을 사랑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편은 임대주택에서 20년 살고 나서 보증금이 자산의 전부가 되는 것보다는 낫다며, 일단 쓰자고 했다. 나는 아니다. 차라리 청약 통장 실효시키지 말고, 반포 행복주택에 가서 인생의 다음 페이지를 설계하자. (행복주택 발표 한 달 전이었지만, 경쟁률이나 우리 점수로 보았을 때 당첨이 거의 확실시되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4억이면 정말, 환상적이지 않니 라는 머리와 그래도 59형 살다가 42형에 어찌 사니라는 감정이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다. 42형은 복도식 임대주택이 몰려 있는 동에, 몇 가구만 빼서 분양을 한 것이었다. 아, 복도... 그래도 4억이면... 서울 요지에 30년 된 복도식 살 수 있나.
사실 신혼 특별은 42형에 3개 52형에 2개가 있었고, 84형은 9억이라는 안드로메다 이므로 쳐다보지도 않았었다. 42형은 4억이고 52형은 5억이 근처였던 것 같다. 52형은 방이 똑같이 2개여도 복도식이 아녔으므로, 나는 52형 평면도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혹시 쓴다면 52형을 쓰면 어때라고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늘 그렇지만, 분석은 나의 몫이고 신청은 그대의 몫이다. 신청이 끝나고 어디 신청했누 라고 보냈더니 42형이란다. 경쟁률을 보니, 3명 뽑는 42형에 115명이 신청했고, 2명 뽑는 52형에 436명이 신청했다. 아, 될까 봐 걱정할 필요 없는 거였어.라는 나름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제 나는 신혼 특별 기간에 할 수 있는 만큼 다 했고 이제 떨어지면, 그 명분으로 반포 행복주택 가면 되겠다는 역모를 꾸미고 있었다.
7월 12일 목요일 항동 3단지 당첨자 발표가 났다. 신혼 특별 59형 커트라인은 9점인가 8점인가 그랬다. 어쨌든 10점인 우리는 넣었으면 당첨이 됐으리라.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고 하루 종일 정신승리를 외치다가. 잠이 들었다.
그날 저녁 13일이 되는 밤 12시 정각에 신촌 힐스테이트 결과가 발표 난다며, 남편은 알람을 맞추었다. 40대 1인데, 친구. 정신 차리세요.이라고 말했지만, 지나가다 산 로또라도 맞춰보는데, 클릭 정도야. 우리는 아파트 투유에 들어가서 주민번호를 넣고. 엔터를 눌렀다. 화면이 바뀌긴 했는데, 뭐라고 쓰여있는 것이라냐 하며 둘이 30초 넘게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띠로리.
당첨을 축하드린단다.
ㅡ_ㅡ;
헐.
우리 신혼 기한 한 달 남기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신청한 신혼 특별 공급에 당첨된 거야? 화면에는 자세히 보니 동호수도 쓰여있었다. 이 기분은 뭘까? 임대주택을 지금껏 몇 번이나 당첨돼서 동호수를 받는 기쁨을 몇 번이나 누렸지만, 이번엔 뭔가 이 기분이 뭔지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찾는데 실패했다.
새벽 자정이었지만, 그래도 동거 동락하며 서로의 가정의 앞날을 고민해준 마곡 유치원 패밀리 방에 소식을 남겼다. 모두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셨다. 우리 가족과 시댁 가족에게도 아침이 오자 소식을 전했다. 물론, 그 돈들을 어떻게 감당해 갈지는 또 다른 한 책이지만, 일단 조금이나마 효도를 한 것 같아서 마음이 좋았다.
시 부모님은 우리가 자가가 없는 것을 늘, 마음에 짐처럼 가지고 계셨는데, 이제 조금은 자유해지실까? 이제 우리는 유주택이 될 것이다. 상당한 빚과 함께 말이다. 사실, 떨어지면 반포 가야지 하던 마음 반, 이왕 쓴 거 되면 좋겠다 하는 마음 반이었는데, 막상 되니, 뭐든 당첨이라는 것은 좋은 것 같다.
그 렇게 우리의 청약통장은 실효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 나의 스토리는 끝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