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 푸르지오 써밋,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
꽃샘추위가 남아있는 2018년 3월의 어느 날이었다. SH공사 홈페이지에 NEW가 떴다. 또 이런 재미있는 것을 클릭 안 해보고 넘어갈 수는 없다. 임대주택 준비, 어떻게 해요 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에게 내가 드릴 수 있는 교과서적 답변은 이것이다. SH공사 혹은 LH마이홈 웹사이트를 즐겨찾기 하시고 매일 출근도장 찍으세요.
공고문을 읽는 것보다 좋은 공부는 없습니다.
한참 상담을 해드리고, 얼마 뒤에 연락해 오기도 한다. 신청기한을 놓쳐서 못했다고 말이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 되는 것이다. 자신이 직접 캐어낸 정보가 자신에게 더 가치 있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나는 정확히 말하면, 이 책을 임대주택 정보를 주려고 쓰지 않았다.
정보는 언제나 변한다.
그러나, 나의 일련의 글들이 읽는 분으로 하여금, 스스로 움직여 보고자 결단하게 돕는 역할을 한다면, 참 기쁠 것이다.
좋은 정보를 찾다가 여기까지 왔는가?
평면도, 공급물량, 가격 등 정보는 인터넷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리고 한정적인 물량의 임대주택에 들어가기 원하는 또 다른 임대주택 이용대 기자 (경쟁자라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다.) 들도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라면, 그게 내게 무슨 유익이 될 것인가?
가족의 주거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보기 원한다면, 절대 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지 말고, 방법을 직접 발굴해 내야 한다. 임대주택 아니 주거 관련한 모든 프로젝트에서는 열 번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이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늘 이 임대주택판에 혹 부동산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안테나를 켜놓아야 한다. 임대주택 이용 희망자는 임대주택제도만 공부하면 되나요?라고 질문하신다면, 내 대답은 No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에 따라 임대주택 수요 대기자가 증가했다가 줄었다가 할 수 있고, 특정시기에 몰리는 특정 유형의 임대주택이 있고, 장기적 관점에서 영향을 덜 받는 제도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아버지는 부동산에 대한 관심 자체를 거의 사회악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오셨기에 나 또한 그랬다. 부동산 가격에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 죄책감을 갖고 살아왔었다.
그러나, Be proactive! 선제공격을 하지 않으면 수습을 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늘 안정적인 임대주택에 살면서도 레이더를 끄지 않고 있었다. 그 날의 공고는 2018년 1차 행복주택이었다. 아침부터 네이버에 "강남 행복주택, 금수저 임대, 로또 임대 논란" 이런 유의 기사 타이틀이 걸렸기에, 그 날 그 공고가 나왔음을 모르고 가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공고를 훑어본 나의 관심을 끄는 부분은 신혼부부 자격을 예비 신혼부부부터 혼인신고 7년째 되기 전날까지의 부부로 완화한 것이었다. 예비 신혼부부부터 혼인신고 7년이 의미하는 것은 신혼부부 전형에 웬만한 20,30대는 다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상이 넓어졌다는 것은 경쟁은 더 심화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다만, 이 공고 같은 경우 법 개정 후 첫 공고였기에 덜 알려졌던 것으로 사료된다.
보통 이전의 행복주택이라고 하면 29형 39형의 초소형에 거주기간 최대 6년 그리고 월세라는 공식이 적용되었으므로 나도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은 분야였는데, 그 공고부터는 49형 59형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고, 아이가 있을 경우 거주기간이 10년으로 늘어 난 점도 눈여겨 볼만 했다. 신혼기간 6년 8개월 차에 접어들던 우리 가족에게, 적어도 지원해볼 수 있는 무언가가 생긴 것이다.
그 날 오랜만에 친구들과 점심 약속이 있었던 날이었다. 여기서 친구들이란, 마곡 유치원에서 만난 딸내미 친구들의 엄마들인데, 우리의 각자 주거 형태는 분양 장전 국민임대 등으로 다 달랐지만, 우리는 좋은 팀이었고, 심심치 않게 서로의 가정의 미래 주거 형태를 논의하고는 했었다.
그 친구들에게 오늘 이런 공고가 나왔어 라고 얘기하면서 강남 한복판에 보증금이 1억 5천 미만인데, 환상적이지 않아? (물론 월세가 50만 원이지만) 이러면서, 흥분해서 이야기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아마, 친구들은 재 또 저러는구먼 ㅎ 하면서 이 작은 날개 짓이 실제 이사로 이어지리라는 생각은 안 했을 것이다. 공고를 읽고 읽고 또 읽고 평면도가 그려진 팸플릿도 유심히 꼼꼼히 정독했다. (팸플릿도 SH공사 홈페이지에 다 있다. ) 혹시나 신청했다가 덜컥 되면, 나 브랜드 아파트에 살아보는 것임? ^^;;; 늘 공공아파트만 살아온 내게 워너비까지는 아니었지만, 브랜드 아파트는 한 번 겪어봐서 나쁠 것 없는 영역이긴 했다.
일단 신청해 보기로 결정을 했다면, 그 공고에서 어느 지역, 어느 평형을 고를지는 한 번의 클릭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일단, 내 선택지에 영향을 줄 팩트는
1. 현재 나는 이사의 필요가 있는가?
2. 지금보다 무언가 획기적 장점이 있는가?
3. 만약 이사를 간다면, 그다음 이사가 그려지는가?
4. 돈의 문제에서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가?
5. 아이들에게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가?
등은 시나리오 작업을 해본다.
일단, 나는 이제 초등학교 입학을 몇 달 앞둔 큰 녀석을 고려해야 했고, 혹시나 그때 준비하던 구로 항동지구 신혼부부 특별분양에 당첨된다면 이 신청은 버리는 파일게 분명했다. 혹시 항동이 안되고 행복주택으로 이사를 가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다음 공공분양 신청을 위해서 자산제한을 맞춰놓은 세팅을 크게 흔들고 싶지 않았다. 만약 이사를 갔는데, 1년 뒤에 마곡 9단지 분양이 당첨이 되면 어떡하지, 1년 반 만에 다시 마곡으로 전학을 오는 건가...
아직 발생하지 않은 일이지만, 경우의 수는 엄청났다. 이렇듯, 아무리 매력적인 공고에 대박 하고 감탄이 나오는 집이 공급되더라도 우리는 공고문 종이만 보고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 각 가정의 상황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공고문을 기반으로 한 결정을 내려야 하지 공고문에 나온 수치만 보고 판단을 한다면, 당첨이 되더라도 안 가는 못쓰는 선택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일단, 그 공고에서 나의 촉은...
서초구에서 나온 반포 푸르지오 써밋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 서초 래미안 에스티지로 향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같은 자치구 서초구에 4곳이 같이 (서초 선포 레까지 포함해서^^) 나왔으니 분산되는 효과가 있으리라. 이 공고에서는 동작구에 위치한 래미안 로이 파크가 굉장히 핫했다. 59형인 데다가 가격도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여기가 내가 회사가 근처이고 여기만 기다려왔고 이런 이유로 이곳을 신청했다가는 서류 탈락이 확실하다. 동작구에 59형은 딱 여기만 나왔기에 동작구민 1순위 만점에서 끝날 것이 확실해 보였다. 물론 소수의 추첨 물량도 존재했지만 말이다.
두 번째로 서초구 중에 신청하리라 한 것은 (이지점에 별표 백개다.) 통상적으로 49형과 59형이 같은 단지에 같이 나오는 경우 49형은 찬 밥이다. 1순위 서초구 지원자들은 아마 거의... 59형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고를 분석하는 내 입장에선 서초구 49형이 뚫려있는 지점으로 보였다. 사실 그때 판단했을 때는 반포 푸르지오 써밋과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는 59형에 서초구가 아닌 서울시 거주자 즉 2순위 만점도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그래서 59형에 넣을까 하다가, 보증금 차이가 5천 이상 났기에, 대출금을 크게 늘리고 싶지 않아서 49형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59형 49형을 고민할 때, 아까 그 친구들은 49형에 어떻게 애 둘과 살 수 있냐고 그냥 마곡 59형에 있자고 이야기하기도 했으나 ^^;;
살아보니.. 말이다.. 방 3개를 그렇게 열망해서 방 3개를 타깃으로 이사를 왔는데, 방이 3개여도 방을 2개만 쓰더라.ㅡ_ㅡ;;; 아직 우리 아이들이 어려서 그렇겠지만, 아이들이 자신의 방을 필요로 하는 초등학교 고학년까지는 방 2개도 호화스러운 것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잘하는 것이 있지 않은가!
버리는 것! 나는 작은 집도 효율적인 공간으로 살려 낼 자신이 있기에 주저 없이 49형으로 선택을 했다. 반포 푸르지오 써밋과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 49형은 가격차이도 미미했고, 입지도 거의 동일했기 때문에 마지막 선택은 평면도가 더 끌리는 쪽으로 선택을 했다. 물론 간절한 신청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로또 하나 주세요 라고 편의점에서 어쩌다 산 로또도 잊지 않고 맞춰보듯이 신청 마감일 저녁, 나는 경쟁률 공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SH공사보다 기자들이 더 빠르게 정보를 흘리는 점을 착안해서 네이버에서 행복주택 경쟁률을 무한 반복으로 눌렀다. 오. 드디어 검색됐다. 강남 금수저 로또 임대 경쟁률. 난 금수저 아닌데 라는 이질감이 질퍽거렸지만, 나는 내길을 가면 된다. 대략적인 경쟁률이었지만, 역시 서초 선포 레와 로이 파크가 탑을 찍었고, 반포 두 곳은 3대 1 정도로 나왔다. 그 다음날 정식 공지를 보니 내가 지원한 곳은 1.5대 1 도 도달하지 못한 수치를 보였다.
아, 이거 어떨결에, 당첨되겠는걸....... 띠로리.......
사실, 마곡에서 내가 준비했던 다음 이사는 분양주택 당첨으로 나가는 졸업 퇴거였는데, 다른 유형의 임대주택이라, 살짝 거부감이 들긴 했다. 보증금은 마곡과 반포가 같았지만, 달라지는 점은 집이 49형으로 줄고 월세를 50만 원 내야 된다는 것?
여러분이라면 어떨 것 같은가?
일단 경쟁률을 보고, 친구들에게 당첨은 될 것 같다고 보고를 했다. 그때부터 친구들은 혹시나 내가 이사를 갈까 봐 같이 걱정해주었다^^ 반포에 한 다리를 걸쳐놓고, 나는 계속 구로구 항동 분양주택에 지원하는 것을 고민했다. 왜냐하면 내가 영 끌 해서, 정말 미친 결정력으로 집을 산다고 해도 아무리 계산기를 돌려도 내 맥시멈은 4억이었다. 정말 그것도, 가랑이가 찢어지는 재정 형태가 될지도 모를 판이었다. 맞벌이는 필수고 말이다.
구로구 항동에 59형이 4억 언더로 소문이 돌았으니, 정말 인생 마지막 기회일 것 같았다. 마곡 9 단지... 기다리면... 될 수도 있겠지만.... 혹 돼도.. 5억 6억.. 되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 것이다.
게다가 항동 택지개발지구는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2019년 3월에 개교를 할 것이다. 입학과 동시에 전학은 필요 없을 것이다. 정말 환상적인 매칭이라고 생각했다. 항동지구는 정말 신청 1분 전까지도 퐁당퐁당 고민을 거듭한 곳이다. 항동지구에 분양 당첨이 된다면, 그 후에 발표가 나는 반포 행복주택은 아마 청약통장 실효로 부적격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자, 아 청약을 살려서 반포에 가고 싶은 마음도 조금은 들었다.
그러나 주변에 물어봐도 백이면 백, 절간이어도 내 집이 낫다고 이야기를 하셨다.
아.. 정말... 고민은 깊어만 가고 유독 길었던 행복주택 발표도 이제 근 한 달 반 정도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던 6월의 어느 마지막 주였다. 이미 구로구 항동 공고는 났었고, 그 이후 견본주택도 보고 왔던 걸로 기억이 난다. 시한부로 살려 논 백일의 신혼 기간이 째각째작 줄어들고 있었다.
8월 10일이 마지막 신혼일인데, 그 안에 결판를 봐야 한다!!
항동을 제외 한, 나머지 분양공고들은 8억 9억, 무슨 은하계 이름도 아니고 전혀 근접 불가했기에, 항동에 대한 애착은 컸던 것 같다. 항동 푸른 수목원에 3번 이상 가서 지어지고 있는 단지들을 바라보고 동별 일조량을 파악하고 지하철역 거리 등 도보시간 등도 파악을 마쳤다. 벌써 항동이 내 집이 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반포의 49형 행복주택 거실에서 새벽 4시부터 이 글을 쓰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