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한 해를 시작하면서 모두가 그렇듯 나도 몇 가지 목표를 세웠었다.
1. 우리집은 어디에 프로젝트 계속 진행하기
2. 경단녀의 사회 재진입 성공하기
3. '우리집은 어디에' 책으로 엮어보기
저 3개를 써놓고,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늘 응원해주는 아니 날 막지 못하는 남편과 멘토가 되주시는 부모님, 가끔 브레이크를 걸어서 신중하게 선택하게 해주는 ‘이상을 꿈꾸는 현실주의자’ 동생까지 모두의 도움이 참 컷던 것 같다. 그리고 가끔 내 옆에 와서 "엄마 근데 그 글쓰는거 뭐에 관한 내용이야?" 라고 묻는 아이들을 포함해서 말이다.
사실, 이 원고는 기획원고가 아니고, 원고투고 형태로 세상에 나오게 될 예정이다. 이 글을 써놓고도, 솔직히 한 두번 망설였던 것이 아니다. 늘 제도를 만드는 입장에서 배포된 언론자료로 이야기되던 임대주택제도가 실제 임대주택을 이용하고 있는 사용자 입장에서 말해진다는 것, 그 출발선에 내가 서 있다는 것에 책임감과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거대한 편견이 있는 소재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내가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진정성을 위해서라도 내가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시점에 이 책을 공개하기로 결심했다.
사람들은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지 않으면, 재테크를 하고 있지 않은 바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런 걸 몰라서가 아니라 차마 엄두도 나지 않는 세대에게 나는 작은 온기 그리고 용기를 전하고 싶다. 제도들을 활용한다면, 돈을 적어도 지키는 재테크를 시작하신 것이라고 말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한 방을 너무 기대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재테크적 마인드와 태도로 가정을 지키고 키워가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 글들을 쓰는 사이 파트타임을 하던 곳에서 풀타임으로 오퍼를 받고 일을 하게 되었다. 풀타임 오퍼는 의미가 있었다. 내가 마곡 국민임대에 머물러 있지 않고 굳이 행복주택에 와서 월세를 내는 삶을 살아보겠다고 한 것은 2년 뒤에 내가 분양받은 집에 입주하면, 최소 월 80만원은 고정으로 내야 할텐데, 그 때 가서 고정 80만원 지출이 갑자기 생기는 건 가정에 너무 큰 충격일 것 같아서였다. 행복주택에서 그보다 적은 월세를 내는 삶을 2년정도 연습을 하고, 그 정도 돈을 버는 방법 및 수단을 마련해 놓고 그 정도 규모를 굴리는 재정관리법을 몸에 익히고 가야 분양 받은 주택에서 빚값느라 치여서 허덕이는 삶을 살게 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언젠가 집 값 폭락하니까 사지 마시고 임대사세요 라고 말하고 있는 것 절대 아니다. 그렇다고 내 집 마련이 인생의 목표입니다 달립시다 라고 하는 것은 더더군다나 아니다. 임대에서 더 좋은 임대로 갈아타세요 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내 치부와 처참함이 부각되는 이 책을 지 자랑하려고 쓴 것도 아니다.
솔직히 남편은 그럴 일 없다는데, 나는 컨텐츠가 팔려서 돈 조금 벌었다가 임대주택 퇴거 당할 까봐 겁내는 쫄보일 뿐이었다. 사실 오래전부터 계획해 왔던 것인데, 이제서야 이렇게 글을 쓰고 올렸던 것은 이제 재계약에 대한 월소득 압박이 없기 때문이다. 와. 내가 생각해도 너무 쫌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을 이루려고 준비하는 많은 신혼 부부에게, 혹은 주거로 인해 좌절스러운 엄마, 아빠들에게, 딸 아들 걱정되는 50-60대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세상에 내놓아 본다.
남편은 누가 임대주택에 관심있냐며 핀잔을 주지만 나는 이 책의 주제를 임대주택이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 소재의 시작은 임대주택일 수 있지만, 이 나라에 살아가는 모든 평범한 사람들의 애환에 대해서 써 내려간 책이다. 여기 이렇게 발버둥 쳐 본 사람도 있어요. 그리고 저도 아직 발버둥 치고 있어요. 라고 고백하고 솔직히 나도 위로를 받고 싶기도 했다.
임대주택은 우리나라처럼 주거에 대한 비용이 소득대비 너무 높은 나라에 꼭 필요한 제도이다.
하지만 이 책 전반에 들어 나듯이, 장점과 단점이 확실히 존재하는 제도이고,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있다. 어떤 관점에서는 자산 증식의 제약이지만, 경제위기가 온다면 가장 안전한 현금 보관처가 될 수도 있다. 시중 은행도 부도 난 다면, 한 사람당 예금을 5000만원까지만 보장하지 않는가?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집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나누어진 이분적인 이 사회의 분위기에 돌을 던져 실금이라도 가면 좋겠다. 자기 집값에 관련된 애기에서는 사람이고 뭐고 죽자 살자 덤벼드는 사람들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모든 사람은 소중하다.
그리고 주거형태와 상관없이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가 꿈속에서나 존재한다고 할지라도 나는 미친척 기대해 보고 싶다.
인생 길게 보면, 돈 많다고 행복하다고 할 수 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돈 많으면 행복해질 확률이 높다는 것에 사람들은 목을 멘다. 많은 재산과 권력을 갖고 계신 분들이, 그것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불법을 저질렀는가? 과연 그들이 가진 것이 자녀들에게 떳떳한가? 내가 가진 것이 적든 많든 자녀에게 떳떳하다면, 인생 참 잘 산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제도를 선택하시고 이미 사용자로 계신 분들께도 감히 한 말씀 나누고 싶은 게 있다면,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이 국가의 예산이 사용된 혜택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일종의 사회적 책임감을 공유해 주시면 좋겠다. 일시적 도움을 받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늘 도움만 받으려는 태도는 지양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빌려 쓰시는 집을 최대한 깨끗하게 잘 유지해 주셨으면 좋겠다. 내 것이 아니기에 더 아끼고 다음 사람을 생각해줘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 글을 읽고 저흰 대기업 부부인데요? 전 출발할 전세자금조차 없는데요? 전 프리랜서인데요? 부모님이 사시는 집이 저희 명의인데요? 등등의 많은 질문 및 반론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책에 이미 쓴 것처럼,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다. 당장의 공격적 투자를 할 수 없는 우리가 적어도 돈을 지키는 재테크에 필요한 기본 재료와 철학을 내가 아는 한 이 책에 다 담아 놓았다. 그러니 어느 길로 갈 것인지, 몇 번의 스텝과 점프가 필요한지, 어떤 포기와 선택이 필요한지는 자신이 선택해야 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이 왕이 책을 집어 드셨으니, 누가 길을 알려주길 바라지 말고 직접 길을 찾을 수 있는 안목과 경험을 꼭 갖으셨으면 좋겠다. 내 글에서 나타나듯이, 한번 만 어찌 잘 선택하면 되는 것이 아니고 지속적인 점프 및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무엇을 가장 지키고 싶은가?
자존심? 명예? 돈? 집?
나에게는 우리 가족이다.
그래서 필요한 우리 집.
그러므로 나에게도 이 질문은 아직 마침표가 아니다.
[우리집은 어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