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을 보내는 이유
8살이 되도록 미술학원 1년 다녀본 것이 다였던 첫째에게 1학년 스케줄을 짜주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다.
일단 5살 때 영어 거부감을 심하게 보여서 그 뒤부터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고 키워왔지만,
이제 영어를 시작하지 않으면 2, 3학년이 돼서 기초반에 들어가면 자기보다 어린애들과 같이 배워야 한다며
속상해할 것 같아서 영어학원은 무조건 1학년 때 시작하기로 했다.
영어 학원을 박아 놓고 나머지를 시간과 들어가는 물질을 고민하는데,
아이는 여태까지 팡팡 놀기만 해서 그런지 뭐든지 재미있다며 다 하고 싶어 했다.
다만, 돈이 콸콸콸 나오는 것은 아니므로 선택을 해야 했다.
감사히 도서관에서 거의 무료로 진행하는 프로그램 2개에 선착순 신청을 성공했고,
학원은 하나만 더 고르기로 했다.
피아노? 수학? 미술? 태권도? 참 많기도 하다.
그중에 요즘은 수학 학원이 아니라 사고력 수학 학원이 있다고 해서 전화를 했다.
레벨테스트 예약을 잡아주는데 한 달 뒤에 가능하단다. 워우. 깜작이야. 그것도 어느 요일 몇 시에 1학년 수업이 있는지 테스트 볼 때까지 알려줄 수 없단다. 그래서 스케줄을 홀딩하다가 소마를 방문하고 난 뒤
최근에야 아이 스케줄을 픽스했다.
레벨테스트 시험지를 보니 워, 다시 한번 깜짝이야.
이렇게 어려운 걸 1학년이 푼단 말인가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첫째는 100점 만점에 40점을 맞고
(아이에게는 점수를 공개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모르고 해맑게 친구랑 수다를 떨고 있다.
상담실에 들어가서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 아이가 수학을 싫어해요."
라고 이야기했더니 선생님이 빵 터지셨다.
"어머니 그건 아이가 수학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수학 때문에 벌어지는 어머니와의 상황이 싫은 거예요."
진짜, 정곡을 찔렸다.
사실 내가 아무리 수학을 싫어해도 초등과정 정도 못 가르쳐 줄 것 하나 없는데,
아이를 보며 답답해서 인지 내 어릴 적이 생각나서 인지 나도 모르게 화를 내고 있었다.
그래서 그 말을 듣자마자 보내기로 했다.
아 정말, 엄마는 수학을 가르칠 수 없는 걸까.
이 편견(?)을 깨 보는 오기에 도전하려고 했으나,
그 에너지는 다른데 쏟는 걸로 해보아야겠다.
학원에 보내시려는 목적을 쓰는 란이 있어서
아이가 수학을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라고 썼는데
다시 쓴다면,
아이가 저를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라고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