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시작은 뭐였을까? 너무 사소해서 기억도 나지 않아.
아이와 나는 달리는 차 안에서 덜컹거리는 말과 시선으로 한바탕 소란을 피웠어.
집에 와서도 서로를 계속 견제하던 우리는 결국 로켓처럼 서로에게 발사되었어. 비난하고, 방어하며 더 큰 소리를 내고, 오래전 이야기까지 들춰졌어.
그러다 갑자기 주위가 조용해지고, 정신이 퍼뜩 들었을 때, 아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고 있었어.
어쩔 줄 모르고 우는 아이를 나는 그저 가만히 바라보았어.
아이를 코너 속으로 몰아세우는 내가 보였어.
문득, 아이의 모습이 나처럼 메말라 가고 있다는 걸 알았어.
“엄마가 너무 무서워.”
툭,
무너졌어.
그 순간, 나의 모든 것이 멈춰 버렸어.
언제부터였을까, 아이에게 무서운 사람이 된 것이.
무표정한 모습, 말을 걸어도 돌아오지 않는 반응,
거리를 좁히기 위해 먼저 다가오는 아이를 난 의식도 못했어.
눈길조차 주지 않았어. 눈을 감아 버렸어.
캄캄한 암흑이 차라리 더 나았으니까.
그래서 결국 난 아이에게 말했어. 너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이라고.
[엄마는 요즘 계속 마음이 너무 무거워…. 네 말에 대답을 할 기운이 없어.
억지로라도 웃어 보려고 하는데 잘 안돼…. 눈이 자꾸 흐릿하고….
하루 종일 안갯속처럼 붕붕 떠 있는데, 그 기분이 아주 안 좋아.]
웅얼웅얼 거리는 내 말과 동시에 깜짝 놀란 아이의 눈이 나와 마주쳤어.
얼마나 오랜만에 서로 눈을 맞춰 보는 건지. 눈물이 금세 차올라 흐르는데 아이의 눈을 피할 수가 없었어.
내가 수도 없이 쳐다봤던 아이의 눈동자가 그제야 기억이 났어.
단단한 울타리가 되어주겠다고 수도 없이 얘기했었는데, 지금의 나는 너무 초라하게 아이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어.
그런 내가 부끄러워하는 줄도 모르고 아이는 날 꼭 안았어.
“엄마, 엄마, 왜 말을 안 했어.”
아파하고 있는 아이가 목소리를 통해 느껴졌어.
“엄마 미안해, 내가 몰라서… 미안해. “
나는 아이를 안지도 못하고, 아이에게 기대지도 못한 어정쩡한 모습으로 아이의 거친 울음소리를 가만히 들었어.
아이가 날 다독여주고 있었어.
그렇게 내가 무서웠다고 말하던 아이는 어느새 나를 바짝 끌어안고 있었어.
그냥 그대로, 그렇게, 아이에게 잠시 기댔어.
작고 여리다고만 생각했던 아이의 어깨가 어느샌가 단단해져 나를 버텨내고 있었어.
내가 나만의 세상에 갇혀 있을 때도 아이는 계속 계속 자라고 있었다는 걸 그때서야 깨달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