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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시 Jun 13. 2020

눈 깜짝 할 새 지나간 잎새달과 푸른달

2020년 4월, 5월

한 달 일기 말고도 생각날 때마다 하루 일기를 쓰곤 하는데, 4월은 특히 적어둔 게 없다. 

그만큼 정신없이 보냈나보다.

5월은 적어둔 게 꽤 있었지만, 생일 주간 이야기뿐이다. 

더 늦기 전에 기억을 더듬어 기록해야지.



끝맺은 일


영화인의 삶


드디어 2월부터 참여했던 영화 워크숍의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참여한 모든 작품의 시사회도 끝났고, 팀별 뒤풀이도 했다.

돌이켜보니 빠짐없이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따금 개인 시간을 많이 쓰는 것이 버겁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보다 더 열심히 성실하게 참여한 사람들 앞에서는 뺀질이에 불과할지도.

그래도 촬영 당일에는 농땡이 피우지 않고 열심히 움직여서 '노동 요정'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다행이다. 팀에 민폐 끼치지 않고 몸으로나마 보탬이 되었다는 것이.


4월부터 5월 초까지는 거의 주말마다 영화 촬영과 회의에 참여했다.
그땐, 얼른 이 시기가 지나기만을 기다렸다. 시간도 없고 체력적으로도 무리여서 사람 만나는 약속을 잡기가 참 어려웠었다.

추운 산속에서 하루 꼬박 밤새며 찍은 야외 촬영이나, 실내지만 고양이 털 때문에 연신 코를 비비던 촬영 모두 말도 못 하게 고되었지만, 인생에 다시 겪지 못할 경험이란 생각으로 꽤 즐겁게 임했다.


재밌는 점은, 단 하루 이틀에도 '사람'에 대해 깨달은 게 많다는 것.
매사 엄청 예민하게 몰입하는 사람도 있었고, 매사 어떻게든 될 거라는 생각으로 임하는 사람도 있었다.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이 함께 어울려 산다는 걸 배우면서도 극한의 피곤함과 수면 부족 앞에서는 다들 비슷하게 나약하고 귀여운 존재임을 목격했다. 

앞으로 자주 연락하고 지낼 사람이 얼마나 남을지 모르지만, 다시 보고 싶은 사람도 분명히 있다.

일로 엮이지 않더라도 더 친해지고 싶고 잘 맞을 것 같은 부류의 사람 말이다.


이번 워크숍을 통해 단편영화 제작 전반에 대한 지식을 터득한 것은 물론, 타인을 만나고 사회적인 관계를 맺으며 온전한 나를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뜻밖의 '내적 성장'을 경험할 수 있었다. 





시작한 일


본격적인 이직 활동


드디어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아직 부족하지만 PDF 버전도 생겼고 실제로 두어 군데 지원도 해보았다.

직접 공식 채널로 지원하진 않고 연락 온 헤드헌터나 리쿠르터에게 답장을 보낸 게 전부지만 나로서는 큰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적극적으로 채용시장에 뛰어들 마음가짐을 장착한 셈.


친한 디자이너들과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한 Design Check-out 프로세스도 만들고 있다.

혼자의 힘으로 도무지 의지가 솟지 않던 차에 뜻이 맞는 몇몇 지인의 열정에 힘입어 뭐라도 더 해볼 수 있게 되었다.  

이 고루한 전쟁 속에 단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조급해지지 않기. 어차피 이직은 장기전이니까.

느려도 올바른 방향으로만 나아가기로 다짐하고 나니 한결 내딛는 발걸음이 편하다. 





소소한 일상


생일 주간


5월에는 생일을 핑계로 보고 싶은 친구들을 참 많이 불러냈다.

만나서는 특별한 것 없이 시시콜콜한 안부를 나누는 게 전부였지만 맛있는 것을 대접할 수 있어 기뻤다.

요새 들어 친구라는 것은 자주 보지 않아도 함께한 세월만큼 더 가까워지는 사이라는 걸 느낀다.

매일 얼굴 보는 회사 사람이나 실제로 자주 보는 사람보다 자주 만나진 못해도 어릴 때부터 알던 친구들이 더 고맙고 편하게 느껴진다. 

잘 알면, 이럴 시간에 카톡 하나라도 더 보내야 하는데.. 말처럼 쉽지 않은 건 왜일까?  




4, 5월은 특별한 아쉬움 없이 잘 보낸 달이다.

몸도 마음도 즐겁고 편안했다.

6월이 되면 곧 상반기가 끝나간다는 생각에 다시금 맘이 조급해져 올 테다.

좀 더 의연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내실을 다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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