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만 서른넷, 덜컥 4기 유방암이 찾아왔습니다.
8년 전, 결혼식을 마치고 출강하던 예술 학교에 속 시원하게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남은 공부를 미국에서 마치겠다는 부모님과의 약속을 친구 삼아 남편이 있는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한국에서 영어 공부를 시작하긴 했지만, 어릴 때만큼 굴러가지 않는 머리와, 결혼 후 3년 만에 찾아온 코로나 덕에 말이 트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석사를 마치고 7년 만에 돌아간 학교에서 띠동갑 아이들과 함께하는 수업과 실습은 내 영어 실력에 대한 답답함과 이미 알고 있던 내용도 다르게 적용하는 모습에 대한 놀라움이 울퉁불퉁 섞여 정신없이 지나갔다. 이 얘긴 차차 하기로 하고.
어쨌든 2년 반의 프로그램을 끝내고 공립 초등교사로 취직했다. 12월 졸업 후 1월부터 일을 시작하고 3년 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던 박사 과정을 준비할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일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슴에 열감이 느껴지고 통증이 생겼다. 운동하면서 생긴 근육통이라고 생각해 타이레놀을 먹고 버텼는데 어느 날, 샤워 후 가슴 모양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때 사실 직감적으로 알았던 것 같다.
검사를 받는 동안 그저 사실이 아니길 기도했을 뿐.
처음엔 초음파와 맘모그램 그리고 다시 초음파와 조직검사. 결과를 받았던 그날, 그때 그 장면은 잊혀지지 않는다. CT, MRI, Bone Scan에 PET-CT까지 모두 마치고 받은 결과는. 호르몬 양성 유방암 4기, 군데군데 약간의 다발성 뼈전이가 있는 상태였다.
시간이 지나고 검사 결과가 하나씩 나올 때마다, 내 기수는 올라갔다. 림프가 전이 됐으니 2기 정도면 얼른 치료받고 나아야지 생각했다가 원발암 사이즈가 3센티가 넘어 3기라고 얘길 듣고, 다시 다발성 뼈전이로 최종 4기 진단을 받고 보니, 이게 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럼 이제 삶을 정리해야 되는 건가.. 가장 처음 주치의에게 물었던 것은 치료가 가능한지 여부였다. 치료가 불가능하다면 해야 할 일은 명확했으니까. 그런데 내 주치의는 이렇게 대답했다. “치료가 가능해요. 당신은 예쁜 4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