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꿈을 꿨다. 다리 사이에서 자던 고양이가 허벅지를 물었기 때문이다. 새벽에 몹시도 처연하게 우는 고양이가 있다면 당황하지 말고 밥을 주면 된다. 밥을 주고 잠들었는데 요상한 꿈을 연달아 꿨다. 그 꿈에 대해서도 써 내려갈 수도 있지만 웬 고층빌딩에 있는 슬라이드를 타러 갔다가(나는 그래야 한다는 대단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다) 옆 여자분에게 담뱃불 붙여주는 내용이랑(지난봄에 클럽에서 춤췄던 분이랑 닮아있었다), 아버지랑 또 고층빌딩 난간에 달린 침대에 누워있던 거랑(아버지, 근데 무섭지 않으신가요?), 우리를 죽이려고 드는 마네킹들이 어떤 존재인지 알기 위해서 그들과 비슷한 모양의 원통 모형을 만들어서 각 부위를 톱으로 잘라가며 그들의 심박수와 체온을 재는 꿈같은... 재미없는 꿈들 뿐이다. 화려하지만 스토리는 허접하기 짝이 없기에 자신의 꿈을 말하는 사람은 민망하다.
이른 아침도 아니었고 더 이상 졸리지 않아 일어났다. 더 이상 졸리지 않아서 일어났다... 이것은 '졸렸기 때문에 잤다.' 다음으로 행복한 문장이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글렌이 아직 잠들어있었고, 에디도 당연히 잠들어있었다. 깜빡하고 내가 덮는 이불을 주지 않아서인지 웅크린 채였다. 나의 공간에서 자고 있는 사람을 보면 드는 느낌을 당신도 아는지? 어머니가 내가 운전하는 차의 조수석에서 주무실 때, 또 방금처럼 내가 마련한 잠자리에서 어떤 이가 조용히 잠들어있을 때의 그 느낌이다. 그 순간에는 아무런 나쁘거나 혹은 바빠야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문득 어젯밤 빨래가 가득 쌓여있던 게 생각나서 빨래를 해버리고 왔다.
식물에게 물을 주었다. 이제 막 틔는 새싹에 다다를 때쯤 고양이가 앵앵대며 바짝 붙더니 물 주는 것을 지켜보았다. 다 좋은데 새싹을 먹지만 않았으면. 고양이가 온 뒤로 몇몇 식물들은 잎이 먹히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글렌이 뒤척였다. 공기가 흐트러진다. 혼자 있어야만 글을 쓸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파티 속에서도 혼자일 수 있어야하는가? 이번엔 고양이가 책상 위로 뛰어오른다. 모니터 뒤의 책장을 살펴보고, 스피커에서 어떤 냄새가 나는지 맡아본다. 작은 유에스비가 그의 손에 부서져 희생됐다. 그리고서는 아이 울음 같은 소리를 내는데 나도 인간인지라 혼란스럽다.
아까부터 하지 않은 이야기가 있는데, 글이 쓰고 싶어 졌다. 무슨 글을 쓸 수 있을까, 나에게서 벗어난 이야기도 쓸 수 있을까 의문이다. 영영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면 또 그것에 실망해서 쓰지 않을 건 또 뭔가. 내가 다른 곳에 공개한 이야기들은 어째 마지막 단락에 의미부여가 꼭 들어갔던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