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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명 Aug 2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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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은 없지

글이 날아가버렸다. 큰 상관은 없다. 어차피 나는 글이 한번에 에스프레소처럼 추출되는 게 좋다. 순간의 흥분으로 시작한 글도 시간이 지나 향이 날아가면 쓸 맛이 안난다. 그래서 오랫동안 많이 고치면서 쓰는 글은 버려지곤 한다.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이 말들은 써보고 싶다. 내가 대학교 1학년 때 좋아했던 누나에게 답장이 왔다. 누구나 한 때 좋아했던 사람이 있다. 나는 그런 사람이 많다. 그건 좋은 일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고 싶었다. 좋아했던 것은 특별한 일이지만 지금 남은 것은 단편적인 모습들 뿐이다. 그것만 가지고 사람을 온전히 재구성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고 싶었다.


그러나 어떤 말을 써야할지 고르는 와중에 기억들이 되살아나 버리고 말았다. 어떻게 보면 다른 사람인데, 내 기억 속의 사람으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애써 그런 관념을 억누른 채 답장을 하고 있자니 글렌이 무엇을 고민하느냐고 묻는다. 이것이 나의 답이다.


답장은 어떻게 써야할지 정하려면 관계부터 정립해야 한다. 그것이 나의 딜레마다.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싶지만 그는 나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존재는 아니었으니까.


밤이 늦었고 배가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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