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적인 취향을 바탕으로 노래를 감상합니다. 얕은 간접 경험의 도화지 위에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클래식과 관련이 있다는 걸 짐작케 하는 단어 '브람스', 그리고 '좋아하세요?'라는 의문문 형식의 제목이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다. 요즘 <연모>라는 드라마가 인기가 있어서인지 연관 동영상으로 뜨는 걸 잠깐 봤다가 <브람스>가 좋아졌다. 덕분에평소잘 꽂히는 노래 소재인 '밤하늘'이 나오는 OST가 내 머릿속 플레이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헤이즈(Heize) & 펀치(Punch) - 밤하늘의 저 별처럼
제목만 보면 다소 진부하거나 올드한 느낌이 있다. 전자는 '밤하늘'과 '별'이라는 소재 때문일 것이고, 후자는 '저'라는 표현 때문일 거다. 노래 제목에서 지시대명사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 그중에서도 '저'나 '저기'는 특히 더 그렇다. 나도 모르게 '저 푸른 초원 위에'라는 가사에 나온 '저'가 연상되면서 하마터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갈 뻔했지만, 잠시 웃음 짓고 얼른 드라마의 감성으로 제자리를 찾아본다.
무엇보다 '밤하늘'이라니! 이 소재는 언제나 내 마음을 깊이 후벼 파는 치트키 같은 존재다.
너를 처음 보던 그 모든 순간이 쉬지 않고 생각나 나에게로 와서 쏟아지네 밤하늘의 저 별처럼
여기의 '밤하늘'은 아름다우면서도 마냥 아름답기만 한 것도 아니고, 어둡고 우울한 공간이면서도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느껴진다. 지금 이 마음이, 이 사랑이 상처 받기 쉽지만 그럼에도 너무너무 소중하다는 무언의 외침이 가사 뒤편에 깔려있는 것 같다. '나에게로 와서 쏟아지고 있는 별'을 온몸으로 맞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사랑에 아프고 기억 때문에 아프고 쏟아지는 별도 아프다.
고요해져 버린 이 시간엔 널 그리워하는 일로 밤을 새 비 오는 소리도 괜히 쓸쓸해 너와 같이 있던 여기에 네가 없으니까
우리의 배경이 정말 '밤'과 같이 어두워서 두렵다고 고백하는 것 같다. 함께 있을 땐 쏟아질 것 같은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돌담길을 걸었지만, 슬픔과 함께 쏟아져 내린 별이 빗물에 흘러가 버릴 땐 그저 홀로 있을 뿐이다.
파도처럼 내게 밀려드는 너를 잊을 수가 없어 너의 목소리가 들려오네 깨어나면 꿈이겠지만
'밀려드는 파도'라는 구절이 내 마음을 뺏어보려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온 인상과 감성은 '쏟아지는 별'에 머물러있다. 밤하늘에 별은 본래 길을 잃지 않고 오히려 길을 알려주는 존재로 여겨지는데, 지금은 마치 빗물이 쏟아지고 땅바닥에 고여서 발을 동동 구르듯이, 질서 없이 마구 쏟아져 버린 그 별들을 감당하기 벅찬 모습이 그려진다.
보랏빛의 하늘색은 외로워 너도 지금 보고 있을까
보랏빛! 어떤 색에 대한 이미지는 사람마다 경우마다 다르겠지만 여기서 '외로운 색'으로 표현된 보라색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화려해 보이지만 왠지 모르게 다소 어두움을 겸비한 그런 색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특별히 '밤하늘'을 보라색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노래가 발휘하는 힘이란 생각보다 대단해서 이미 내 머릿속에서는 '밤'과 '보라색'의 만남은 아주 자연스러운 조화라는 공식이 생겨버렸다. 그렇게 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방탄소년단의 멤버인 뷔가 외치던 '보라해~'이고 다른 하나는 선미의 <보랏빛 밤>이라는 노래다.
방탄소년단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 무렵, 어느 가요 시상식의 앵콜 무대를 찍은 직캠 영상을 보게 됐다. 멤버들이 팬들에게 인사를 하며 무대 뒤로 한 명씩 퇴장하던 와중에 뷔(V)가 '보라해~'라고 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 유래를 찾아보니 예전에 콘서트에서 '무지개의 마지막 색이 보라색인 것처럼 우리도 끝까지 함께 하자'는 의미를 부여한 뒤로 상징적인 색이 됐다고 한다. 이후그들이 방송 출연을 하거나 콘서트를 할 때, 그리고 기념할 일이 있을 때면 우리나라와 세계 곳곳에서 보랏빛 조명이 밤하늘을 수놓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내가 <소우주>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가사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보랏빛 밤을 상상한 건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선미의 <보랏빛 밤>은 제목이 너무나 명료해서 긴 말이 필요 없을 것 같지만, 다루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별도로 글을 쓰려고 한다.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OST로 알게 된 <밤하늘의 저 별처럼>. 나에게 '쏟아지는 별'을 선물한 이 노래를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아직도 전주와 앞 소절에서 휘청휘청거리고 있는 걸 보니 분명 한참 걸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