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부부의 시간 #6 그가 돌아왔다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주말부부의 음악 에세이

by 계단

그가 왔다.


사실은 여름이 되기 전의 일이었다. 어떤 이유 때문인지 누군가 자리를 옮기고 또 다른 사람이 그 자릴 채우고, 그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마침내 그에게 기회가 온 것이다. 하지만 막상 굳게 닫혀있던 문이 열리자 선뜻 손잡이를 돌리기가 망설여졌다. 열린 문이라고 해서 바로 들어가도 되는 것인지 뚫린 길이라고 해서 무작정 걸어가도 될 일인지··· 자꾸만 그려지지 않는 그림을 그렸다. 문틈 사이로 하얀빛이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눈이 부셨다.


조금 더 버텨볼까?


문 너머에는 또 다른 위기와 기회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 둘은 한 몸 일지도 모른다. 그 막연함과 막막함 때문에 원래 있던 여기 안 쪽에 그대로 머무르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정말 잠깐만 머무르게 될지 아니면 생각보다 그 시간이 길어질지, 기약 없고 불확실한 상황에 놓이는 건 더 자신이 없었다. 시간은 어차피 흐른다. 그냥 원하던 방향 그대로 '같이 있기'를 선택한다. 그렇게 주말부부의 시계가 멈췄다.


혼자 사는 방이지만 웬걸, 버릴 것도 챙길 것도 많다. 그는 아침 일찍부터 남아있는 일을 처리하기 위해 출근했다. 좁고 불편한 방에서 홀로 잠을 청하며 느꼈을 수많은 외로운 감정들이 지금, 내 머릿속에서 별똥별처럼 어지럽게 쏟아져 내렸다.


이젠 끝이야!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흔들어 밤하늘을 지워버렸다. 햇볕이 고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가 좋아했던 음식점에 가서 밥을 먹자고 한다. 나의 허기가,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싶은 그의 욕구보다 우선순위에 있다. 대단한 인내심의 소유자. 잠시 쉬고 있던 우선순위의 문제, 선택의 문제, 포용과 수용과 배려의 문제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신없이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가을바람을 맞으며 글을 쓴다. '다시 함께 살기'에 적응하는 과정은 마치, 어떤 인터넷 사이트에서 탈퇴 신청을 하고 쓰던 아이디가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과 비슷하다. 그동안 잘 다독이지 못했던 마음 깊은 곳의 감정을 글로 표현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했고 덕분에 행복했다. 아쉽지만 남은 이야기들은 자연스럽게 추억으로 회상할 수 있을 때 조금씩 풀기로 하고, 이제는 새로운 아이디를 준비해야겠다.


떠나보내야, 새로 오는 해를 맞을 수 있기 때문에.


♩ 여자친구(GFRIEND) - 해야 (Sunr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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