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주말부부의 음악 에세이
내게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퇴근하자마자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어차피 혼자인 김에 감정부터 삭여 본다. 대면하지 않는 상황에서 문자나 통화로 첫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건 너무 날 것이기에 얼마 간의 시간과 노력이라는 도구로 감정이라는 재료를 다듬는다. 요리보다는 조리에 가까운 과정이다.
밥맛은 딱히 없지만 냉장고를 뒤적여 간단히 허기를 채운다. 배고픔을 채우면 약간의 긴장감과 피곤함으로 둘러싸여 있던 감정의 겉껍질을 하나 정도는 벗길 수 있다.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카톡으로 대화의 소재를 던지다가 전화를 걸어서 이야기를 마저 나눈다. 물씬 느껴지는 피곤함, 그 속에서 통화를 마치고 나면 아무래도 좀 막막하다. 사람에 대한 서운함보다는 기본적으로 이 상황을 따라다니는 '한계'라는 울타리가 주변을 둘러싼다. 잔잔한 호숫가에 앉아 있다가 어느새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마치 '나 아직 여기 있어'라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만 같다.
그가 힘들어하며 전화가 왔다. 대부분의 일들은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이런 일이 있었어'라며 시시콜콜한 대화로 넘겨버리는 그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자기도 모르게 눈덩이처럼 커지는 모양이다. 이럴 땐 끝까지 잘 들어주어야 하지만, 꼭 마지막엔 다그치는 말로 나의 너무나 어리석은 존재감을 드러내고야 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과를 하고 싶지만 그는 이미 지쳐서 잠들어 버린 뒤다.
후회되는 밤,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한다. 음악 듣기를 좋아하는 그가 정신과 육체의 한없는 무기력함을 달래기 위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었는데, 그 외롭고 긴 길을 음악으로도 위로해주지 못하는 나는 도대체 그에게 무엇인가?
내 사람의 일에 한없이 게으르고 망설이는 나에게 실망하는 밤.
♩ 10CM - 서울의 잠 못 이루는 밤 (Feat. 이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