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내 머릿속 플레이리스트 #2

'밤하늘'을 중심으로 - 제2편

by 계단

※ 개인적인 취향을 바탕으로 노래를 감상합니다. 얕은 간접 경험의 도화지 위에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노동요.


'일, 과제, 공부 같이 상당한 시간을 들여서 어떤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야 할 때 들으면 방해가 되지 않거나 오히려 집중력 또는 능률 따위를 올려주어서(혹은 올려주는 느낌이 들어서) 반복적으로 틀어 놓는 노래'라고 나름의 정의를 내려본다.


평소 노래를 들을 때 가사에 관심이 많다 보니 귀가 자꾸 그쪽으로 쏠려서 노동요로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일부러 가사가 없는 음악을 유튜브에서 (요즘엔 '크리스마스 연주곡'이라고) 검색하고, 휴대전화에 충전기를 꼽아 거치대에 올려놓는 게 노동을 시작하기 위한 사전 세팅이다. 그런데 비교적 최근에 가사가 있는데도 신기하게 집중이 잘 된 노래가 있다.


♩ 선미 - 보라빛 밤


원래 '밤하늘'은 나의 공상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주는 하얀 도화지 같은 소재인데, 이 곡에서의 화려한 밤하늘은 얼마나 또 신선한지! 전주에서 포문을 열면서 화려한 빛 속으로 당당하게 걸어가는 기분, 무슨 일이든 시작할 수 있게 견인하는 멜로디 덕분에 자신감이 팍팍 생긴다.


내겐 뭘 원하냬
그냥 말만 하래
하늘에 별도 따주겠대

처음부터 전개가 범상치 않다. 마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글쎄 그 사람이 말야~ 이런 말까지 했다니까?'라며 사랑받는 걸 자랑하는 여자친구의 심정인 건지, 아니면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남자에 관한 연애 상담을 받고 싶은 건지 궁금해지는 대목다. 솔직히 말하면 가사를 찾아보기 전까지 노래를 여러 번 들었지만 '원하냬'에서 '냬'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 부분이 조금도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고 부드럽게 흘러갔다. 왠지 '선미라면 뭐라고 했든 이유가 있겠지' 싶고 뒤에서 받쳐주는 라임이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기분이었다.


다른 건 안 바래
이 밤만 원하네
그대 손 잡고
안 놔줄래

이건 여전히 친구에게 말하는 나의 의지의 표현인가? 아니면 그의 앞에서 외치는 나의 진심 어린 고백인가?


보라빛 밤
I like it like it
더 같이 있자
아직 이르잖아

자, 이런 시제의 변화와 대화인지 독백 인지, 대화라면 대화의 상대가 누구인지 이런 다양한 가능성의 존재에 대해 힌트를 얻은 방송이 있다.


https://youtu.be/nAlCeTpO1Go

유튜브 'MBCentertainment 엠돌핀

JYP와 찐 사제 케미 보여준 선미의 라스 재방문기

3:06~4:01 선미의 <보라빛 밤> 작사 에피소드


<When We Disco>, 이 노래도 큰 인기를 얻어서 (우리 동네 세탁소 사장님께서는 한동안 이 노래만 틀어 놓으셨더라) 선미가 <라디오스타>에 박진영과 함께 출연했다. 그녀는 자신의 작사 스타일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마침 <보라빛 밤>을 예시로 들었고, 그에 대한 박진영의 호평도 들을 수 있었다. 사제 지간이자 아티스트로서 나누는 대화도 좋았고 두 곡 다 좋아하는 노래여서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다.


아무튼 결론은, 작사가의 상상 속의 상황과 대화에서 나온 가사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듣는 사람도 들을 때마다 마음 가는 대로 상상하면서 감상하면 그만이다.


We're like 보라빛 밤
날 하늘 위로 터트려 볼래

이 부분은 무지개를 타고 넘어가듯 다른 노래로 날 데려다 주기도 한다. 가사를 단순하게 해석하면 '하늘 위로 (올라가) 터트려지는 것'은? 불꽃놀이! 바로 오마이걸의 <불꽃놀이>가 연상된다. 비트 있는 전주가 매력적인 다른 의미의 노동요인 이 노래는 '밤하늘 제3편'에서 다뤄야겠다.


이 밤 밤 밤 밤 밤
보라빛 밤


같은 글자지만 각기 다르게 불꽃이 팡팡! 터지듯이 외치는 '이 밤! 밤! 밤! 밤! 밤! 보라빛 밤!' 이 다섯 번의 '밤'은 내 머릿속에서 여자친구의 밤(Time for the moon night)의 가사와 맞닿아 있다. 다룰 기회가 있을지 몰라서 잠시 가사를 적어본다.


기다렸던 시간이 지나고
이제 보내줄게
아냐 아직은 너를 내 방에
몰래 몰래 간직하고 싶은
밤 밤밤밤에 밤 하늘을 날아
as time time for the moon night
꿈 속에서 너를 만나


보내줘야 하지만 여전히 내 맘에 간직하고 싶은 갈팡질팡하는 마음, 달빛 속에서라도 만나고 싶은 간절함이 '다섯 번의 밤'에 소중하고 조심스럽게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에' 부분도 당연히 '밤'인 줄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그렇게 여섯 번의 밤이었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아무튼 이렇게 글자마다 사뭇 다른 느낌으로 외치는 여러 번의 밤을 다른 노래에서 또 만난다면 정말 반가울 것 같다. 그땐 어떤 밤일지, 어떻게 불러야 할 각각의 밤일지 벌써 기대가 된다.




노동요로 들을 때마다 화려한 밤을 수놓는 노래! <보라빛 밤>이 나에게로 와서는 '보라빛 잠'이 되기도 하고 '보라빛 맘'이 되기도 하는 즐거운 상상! 과감하게 챙이 큰 모자를 쓴 백댄서들과 주인공 선미의 조화가 돋보이는 무대, 그리고 사진작가인 동생의 작품인 고풍스러운 앨범 커버는 덤.




※ 이미지 출처

https://unsplash.com/photos/nXo2ZsKHTHg

https://unsplash.com/photos/PHIgYUGQPv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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