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씨는 취미가 뭐예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한 번씩 받는 이 질문에 딱히 대답할 게 없다던 그가 새로운 취미에 눈을 떴다. 아무래도 혼자 보내는 저녁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이리저리 인터넷 서핑도 하고, '내가 어릴 때 좋아했던 게 뭐였지?'처럼 과거회상이나 자아찾기 같은 질문을 많이 던진 탓일까.
"사고 싶은 게 생겼는데..."
평소 소비 욕구가 별로 없는 그가 웬일일까, 게다가 '천체망원경'이라니! 연애 때로 거슬러올라가 봐도 딱히 우주와 관련된 관심사는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하긴, 얼마 전 작은 에피소드가 있긴 했다.
친정 부모님께서 '언젠간 줘야지'하고 모아두셨던 어릴 적 나의 편지들. 방학 때 보고 싶은 친구에게 우표를 붙여 편지를 보내거나 그림을 그리고 스티커를 붙여 꾸민 쪽지에 편지를 써서 주고받은 흔적들. 이 추억의 편지들을 한 아름 챙겨 집으로 가져와 정리함에 정성스레 넣었다. 그 와중에 어떻게 편지 더미에 끼어 들어갔는지 모를 소형 별자리판이 눈에 띄었다. 그래 봤자 두꺼운 종이를 코팅한 수준이라 금방 망가지겠다 싶어 버리려고 했는데, '우와!'를 외친 남편이 스윽 가져가서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요리조리 판을 돌려보는 거였다.
알고 보니, 얼마 전부터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온라인으로 우주 탐험을 하다가 '내 눈으로 달을 직접 보겠다'는 작은 소망이 생긴 참이란다. 게다가 주말부부로서 소중한 주말을 더욱 재미있게 보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던 차에 캠핑까지는 무리니 망원경을 가지고 유명한 스팟에 가서 밤하늘을 관측하는 당일치기 여행을 생각하고 있던 터였다.
왠지 굉장히 춥고 어두운 시간에 높은 언덕이나 넓은 벌판에 망원경을 세워 놓고 밤하늘을 관찰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어후, 벌써부터 추위가 몰려오는 것 같았다. 솔직히 자신은 없었지만 일단, 집 베란다에서 사용해보기로 합의를 했다. 평소 정보 검색에 능하고 높은 가성비를 추구하는 그는, 가격에 따른 망원경의 성능 차이와 문외한이어도 조립 가능한 수준의 제품이 무엇인지 파악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근데 이게 비싸긴 비싸."
부담스러운 가격에 잠시 망설이던 그는 곧 개선안을 제시했다. 당근마켓에서 가능하면 새 제품을 사서 쓰고 나중에 중고로 팔겠다는 전략이었다.
'이것도 일종의 재테크인가?'
잠시 생각에 빠진 나를 보며 어느 정도 설득에 성공했다고 생각했는지 곧 특유의 추진력을 바탕으로 딱 맞는 거래 상대를 찾아냈다. 아이가 쓰지 않는 망원경을 합리적인 가격에 올려놓은 어느 부모의 판매글이었다.
다음날인 일요일, 낯선 동네에 있는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기다리는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라고 연락이 왔다. 목소리가 약간 상기된 걸 보니 다행히 좋은 일이구나 싶었다. 혼자 차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시간을 때우며 10분쯤 지났을까? 큰 박스 하나가 뒷자리에 실렸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망원경 조립을 시도했던 아이 아버지 왈, 어른이 조립하기에도 어려운 제품인데 아이가 쓰기에는 더 무리가 있어서 팔기로 했다는 사연이었다. 그래서 그는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 아이가 사용하기에 수월한 소형 망원경을 하나 추천해주고 왔다고 한다. 워낙 검색을 많이 해 봤기에 적합한 제품을 추천해 줄 정도의 정보력이 생긴 모양이었다.
거래만으로도 알찬 주말을 보내고 일주일이 지났다. 구름 없는 날씨를 확인한 그가 본격적으로 조립에 매달리더니 그날 밤, 달을 보여주었다. 정말 '이게 달이 맞나?' 싶었다. 보면서도 보는 것 같지 않은 신기한 경험이었다. 지금은 전용 케이스에서 쉬고 있는 저 천체망원경이 언제 다시 달빛을 볼 지 궁금해진다.
♩ 장기하와 얼굴들 - 달이 차오른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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