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부부의 시간 #3 기다림은 기다림을 낳고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주말부부의 음악 에세이

by 계단

저녁 6시를 넘긴 시각.

업무 포털, 메신저, 한글, 메모장까지 차례대로 엑스 버튼을 누르며 힐끔힐끔 핸드폰의 불빛을 확인한다. 초록색의 전화도, 노란색의 카톡도 아직이다. 연락이 오기 전에 빠르게 사무실을 나기로 한다.


이미 차 몇 대가 빠져나간 주차장의 빈자리들을 지나 어느 정도 걸어 나오면 늘 건너는 횡단보도가 있다. 여기쯤이면 전화로 편하게 이야기를 하거나 문자를 쓰면서 혼잣말을 하기에도 적당한 위치다. 건너편에 천천히 지나가는 택시가 휴대전화에 코를 박고 있는 내가 앱으로 택시를 찾는 손님인가 싶어 경적을 울린다.


'진짜 퇴근한 거 맞네.'


평소라면 이때쯤 그에게 연락이 온다. 전화가 오면 곧바로 '퇴근!'이라고 외치거나 갑작스러운 회식(요즘엔 없지만)에 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 혹시 카톡이 울린다면 퇴근이 조금 늦어지지만 곧 끝이 보인다는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고 혹은, 동료와 간단히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이니 끼니 걱정은 하지 말라는 뜻일 것이다. 만약 내가 집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다면? 문자 한 통 보낼 새 없이 바쁘게 일하고 있고 퇴근 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태일 것이다.


말하자면, 그의 6시 이후 퇴근까지의 상황은 꽤 복잡하다. 하루 종일 휴대전화로 업무를 보느라 모든 감각을 동원한 후에 진정 퇴근이 심플해지려면 시간이 걸린다. 이것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일상으로 전환이 되는 내가 먼저 연락을 하지 않고 기다리는 이유다.


같이 살 때는 함께 있는 것이 곧 아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배려의 문으로 들어가 기다림의 통로를 지나야 비로소 확인할 수 있다. 하루 종일 소모된 감각이 제자리를 찾고 몸과 마음이 소박한 평화에 이를 때까지 스스로를 돌본다. 그 후에 서로를 찾아도 충분하다. 앞으로 몇 개의 터널을 더 지나야 할지 모르지만, 우린 오늘도 이렇게 일상의 회복을 꿈꾼다.


♩ Coldplay - Fix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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