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게 느껴졌던 일이 손에 익다보면, 어느정도 수준까지 밀고 나가면 결재 승인을 받을지 감이 옵니다.
상사, 상사의 상사가 납득할 만한 논리 구조를 적당히 만들고 보고하러 들어가면, 열에 여덟 혹은 아홉은 원하는 결과를 얻고 나옵니다.
그 경험이 쌓이다보면 자연스럽게 나만의 업무 처리 방식이 생기고, 그 방식이 슬슬 굳어갑니다.
회사를 박차고 나오거나 의사결정 구조가 갑자기 바뀌지 않는 이상 ‘나 좀 일 잘하는 것 같다’ 라고 착각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문제는 외부 환경 변화로 인해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나 사업 방향 자체가 흔들릴 때 생깁니다.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다고 믿었던 나의 무기가 한 순간에 고철 취급 당하게 됩니다.
딛고 있는 땅 자체가 흔들릴 때도 끝까지 밀고 나가려면, 업무를 가리지 않고 스스로 의구심이 들지 않을 때까지 파고들어 ‘해체’한 뒤 나만의 방식으로 ‘엮는걸 반복’해야 합니다.
끝을 보고 상대에게 필요한 만큼 떼어다 친절히 설명하는 것과 끝도 모르고 상대가 잘 모르는 걸 이용해서 눈을 가리는 것은 아예 다른 얘기입니다.
혹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라고 얘기하지만, 오히려 그 경험을 해본 사람은 그 경지가 손에 익어 어렵지 않다고 말합니다.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이란 해체와 엮음, 그리고 반복으로 빚은 기본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