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린블루 Jul 27. 2024

예상하지 못한 때,
회사에서 위로 받는다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내 자리 뒤에서 근무하는 다른 팀의 팀장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사실 대화를 하고 싶어서라기 보다, 앞으로 있을 조직 개편에 앞서 우리 편으로 감아달라는 요청이 있었기 때문에 시작한 대화였다.


처음에는 준비한 멘트로 대화를 시작했다.

"조직이 개편되면 팀장님께서는 꼭 오셔야 한다. 지금 조직에서는 답이 없고, 관리자도 신경쓰지 않는다. 어쩌구 저쩌구"

내가 준비한 멘트를 하느랴 맞은 편에 앉은 팀장이 어떤 말을 하는지 100% 이해하고 경청하지 못 했다.


그러다 문득 그 팀장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OO님은 저보다 현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전자책을 쓰셔서 사람들에게 나눠주실 때도 그렇고, 제 남편이 음악을 하는데 전자책을 쓴다고 갖은 고생을 하기도 했었거든요."

"그리고 저보다 오래 이 회사에서 계시는데, 저는 그 이유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가끔 회사를 관두고 싶었는데, OO님을 보면서 다 이유가 있어서 다니시고 있는 거겠지 라는 생각에 버틴 적도 있어요."


그 잔잔히 내뱉은 말이 한동안 울린 적이 없는 내 마음을 강하게 쳤다.

'아니, 내가 그정도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고..? 나는 그냥 내가 옳다고 생각하고, 하고 싶은 대로 살아왔을 뿐인데, 그걸 보고 이렇게까지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고..?'

어안이 벙벙했다. 이윽고 위로와 감동에 피부가 찌릿해짐을 느꼈다.


위로는 예상하지 못한 때,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불쑥 찾아온다.


나는 의도를 가지고 그 팀장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 어떤 목적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화를 시작했는데, 마주보고 있던 그 사람은 나를 보고 있었다. 내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나름의 소감을 얘기했을 뿐인데, 위로와 인정을 받는 기분이었다.


왜 나는 갑자기 위로를 받았을까 생각해봤다.

아마 수 년동안 남들이 알아주지도 않는 자기 성찰, 투자 공부, 더 일을 잘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는데

최근 그 노력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부질없는게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그 때 내 무의식에는 누군가 나에게 '잘하고 있어, 지금처럼 해도 너와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꺼야' 라는 식의 위로를 듣길 바라는 내가 싹트고 있었나 보다.


회사는 내 가치를 증명하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사람이 사람과 일을 하는 곳이라, 울고 웃으며 서로 위로하고 같이 나아가는 곳이구나를 느꼈다.


나에게 예상하지 못한 위로를 준 그 팀장에게 감사한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작지만 친절을 베풀며, 진심으로 그 사람을 위한 대화를 해야지 다짐해본다.

일러스트레이터 히조(heezo)


이전 11화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