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과 해를 거듭할 수록 자의든 타의든 업무 능력이 조금씩 개선되는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한 달, 6개월, 1년 전에 했던 일을 오랜만에 다시 잡아도 그 당시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네? 라고 느끼는 순간들이 그렇다.
그러나 어느 순간 성장이 막혀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온다.
새로운 일을 해도 느끼는 것들이 거기서 거기인 느낌이다.
보통 일을 시작하고 3~4년 차에 성장 곡선이 완만하게 굽어지는데, 그 때부터는 지지부진한 매일이 나를 찾아온다. 뭔가 일을 하는데도 딱히 배우는 것이 없는 느낌이라 예전과는 다른 느낌에 스스로 혼란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회사를 옮기거나 일을 잠시 쉬거나, 회사 외 다른 곳에서 새로운 자극을 찾는다.
결국 딱히 도움이 되는 느낌 없이 다시 비슷한 매일을 맞이할 뿐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성장은 곡선이 아니라 계단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 계단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은 계단이라 이를 발견하려면 '매일의 기록'이 필요하다.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내가 무엇을 배웠고, 느꼈는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스스로 되묻고 답을 구해야 한다. 그 순간들이 하루, 한 달, 6개월, 1년 이상 쌓이면 어느 순간 과거와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나를 발견할 때가 반드시 온다.
기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처음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감이 오지 않는다.
그럴 때 필자는 민음사에서 매년 만드는 '인생일력'을 활용했었다.
매일 랜덤한 동양 고전 문구가 적혀 있어 퇴근하고 한 장씩 뜯어서 노트에 붙이고 그 문구를 보면서 떠오르는 생각을 적었다. 신기하게도 종종 그 날 느꼈던 감정이나 들었던 생각에 딱 맞는 문구를 만난다. 생각보다 그 빈도가 잦아서 이어없게 웃었던 적도 많다.
우연히 올해 초 직장 동료로부터 2024년도 인생일력을 선물 받아서 쓰기 시작한게 벌써 만 1년이 되었다.
물론 매일 기록한다는게 쉽지 않아서 굳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건너뛰었던 적도 있다.
핵심은 매일 쓰는 것이 아니라, 부담없이 내 생각과 감정을 하루의 끝에 붙잡아서 기록하는데 있다.
하루하루 기록을 쌓다보면, 예전과는 다른 생각과 관점으로 살게 되고 자연스럽게 일을 할 때도 영향을 받는다.
그렇게 쌓인 순간들은 내가 성장을 위한 계단을 하나씩 오를 수 있도록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