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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린블루 Apr 03. 2019

UI/UX를 넘어 User Identity까지

미래의 디지털 경험을 고민하는 분들께 이글을 바칩니다.

1. 디지털 경험과 경험 고리 (Experience Loop)


UX 분야가 주로 다루는 디지털 경험, 다시 말해 우리가 디지털 기기를 통해 얻는 경험은 어떤 수준의 경험 일까요?


얘기에 앞서 경험의 의미를 짚고 넘어가야 하는데, 제가 정의하는 경험은 ‘오감을 이용해 나의 주변 환경을 이해하고 일련의 정보를 획득하는 것’ 입니다. 


경험에는 여러가지 계층이 존재하는데, 계층이 낮은 경험 같은 경우 “내 앞에 떡볶이가 있네. 무슨 맛일까? 먹어보니 맛있네? 다음에도 또 먹고 싶다.” 같은 생리적인 계층의 경험이 있습니다.


우리는 계층이 높은 경험에 가까워질 수록 안전, 사회적, 존경, 자아실현과 같은 경험을 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경험의 계층 구조를 다른 관점에서 보면 욕구의 계층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경험 - (욕구에 기반한) 행동을 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떤 환경에서든 오감을 활용해 그것을 이해하려 하고,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행동을 합니다. 이는 경험, 욕구, 행동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고리(Loop)입니다. 편의를 위해 경험 고리(Experience Loop)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래서 어느 계층의 경험 고리를 경험하고, 지속적으로 강화 하느냐에 따라 인간이 추구하는 인생의 방향은 달라지기도 합니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명상을 하고, 독서를 하며 자신이 세운 계획을 매일 지켜나가는 굳은 의지의 사람이 있는 반면, 내키는 대로 일어나 끼니도 거르고 무엇을 할 지 고민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 우리가 디지털 기기를 통해 얻는 경험은 어떤 수준의 경험 일까요?


많은 경우 시각과 청각, 때때로 촉각에 의지해 '즐거움을 얻는 경험 수준’에 머뭅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하나하나 풀어가보겠습니다.

우선 논의의 편의성을 위해 경험을 모바일로 한정하고, 어떤 앱을 사용자가 가장 많이 쓰는지 한번 보겠습니다.

출처 : 모비인사이드

해당 기사의 문구를 인용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2018년 한국 구글 플레이 및 앱스토어 합산 소비자 지출은 ‘카카오톡’이 1위를 차지했고, 카카오페이지, 넷플릭스, 푹(POOQ), 멜론, 유튜브 등 엔터테인먼트 카테고리 앱이 상위권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엔터테인먼트 카테고리의 강세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앱 소비자 지출 차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글로벌 트렌드였다.
반면 월 실사용자 수(MAU)는 카카오톡이 1위에 올랐고 밴드,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 및 커뮤니케이션 앱이 뒤를 이었다. 비교적 소비자 지출이 많이 일어난 엔터테인먼트 카테고리 앱은 사용자 수 기준 상위 차트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


즉, 사람들이 가장 돈을 많이 쓰는 앱은 ‘엔터테인먼트’,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앱은 ‘소셜’ 입니다.


사람들이 어떤 종류의 앱에 시간과 돈을 많이 들이는지 알았으니, 핸드폰 사용 시간도 함께 넣어서 종합적으로 한번 보도록 하죠.


KOSIS 국가통계포털에서 2016-2017년도까지 하루에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몇 회 이용하는지, 회 당 평균 몇 분 정도 소비하는가 를 보았습니다. (2018년 10월 4일에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만 10세 부터 만 69세 (청소년, 성인, 60대) 이용자의 전체 이용 횟수, 이용 시간의 평균을 내보았습니다. 또한 이용자의 두 종류(과의존위험군, 일반사용자군) 중 일반사용자군의 평균입니다.

designed by myself

통계상 의미있는 패턴을 찾아내려는 목적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일반사용자들이 스마트폰에 시간을 얼마나 소비하는지 파악하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청소년은 하루에 평균 30회, 회당 7.45분 총 3.7시간을 사용합니다.

성인은 평균 32회, 회당 7.25분 총 3.9시간, 60대는 평균 28회, 회당 7.4분 총 3.5시간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계적으로 어르신들은 청소년들에게 핸드폰 오래한다는 잔소리를 멈춰야 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


2. 사용자 욕구의 계층 구조 (Hierarchy)와 의미있는(Significant) 사용자 경험


앞에 앱 사용 현황과 함께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대한민국 만 10세부터 69세 모바일 사용자는 하루에 적게는 3.5시간 많게는 3.9시간 씩 핸드폰 사용에 시간을 소비한다. 그 중에서 대다수의 시간은 소셜 앱에 쓰여지며, 엔터테인먼트 앱에 가장 많은 지출을 한다" 라는 것입니다.


이 문장이 의미하는 바를 아래 사진을 통해 설명해보겠습니다. 

아래 사진은 Invision 디자인 교육팀 부사장 Aaron Walter이 그의 저서(Designing for emotion,2011)에서 언급한 사용자 욕구의 계층 구조에 기반해 만들어졌습니다.

Walter의 욕구 계층구조는 매슬로의 욕구 이론을 미러링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UI/UX 기술 평준화로 인해 많은 회사들은 사용자의 실용적인 니즈(Utilitarian)를 기본적으로 충족시키고 있다는 전제하에, 이들은 앱을 통한 즐거운(Pleasurable) 경험까지는 만족시키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엔터테인먼트, 소셜 앱의 영역, 잘만든 UI, 즐거움을 주는 Interaction 등)


Aaron Walter는 2011년에 위 사진의 뼈대가 되는 Functional부터 Pleasurable까지 4가지 욕구 계층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8년 뒤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그 이상의 경험은 없을까요?


이에 대해 닐슨노먼그룹은 2017년 아티클을 통해 Pleasurable단계의 욕구를 2가지로 나눠 설명했습니다. 표면적인 즐거움(Surface delight)과 진정한 즐거움(Deep delight - 의역)인데요.

표면적인 즐거움은 앞서 말했던 것처럼 UI, 인터랙션 영역 등을 통해 얻은 즐거움입니다.


진정한 즐거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묘사하는데요. '진정한 즐거움을 경험한 유저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친구들에게 추천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열정적인 유저가 될 것이다'.


이 개념을 다른 관점에서 보면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피라미드 제일 꼭대기 Significant (중요한, 의미 있는) 니즈가 됩니다.

 

이는 '사용자는 디지털 기기를 통해 중요하고 의미있는 경험을 얻고 싶어 한다'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저에겐 이 ‘의미있는 경험’이 디지털 경험에 기반한 ‘자아 실현’의 영역이고, 조금 다른 관점에서는 ‘정체성’의 영역이라고 보여집니다. 그렇다면 사용자에게 이 니즈를 어떻게 충족시켜줄 수 있는가? 여기서 저는 조심스럽게 하나의 가설을 세워보려고 합니다.

그 방법은 사용자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할 일’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UI/UX 디자인은 비즈니스에 발을 담그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역할은 당연하게도 기업의 비즈니스에 도움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사용자 입장에서는 의미있는 만족을 얻는 것 이어야 합니다. 


인간의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는 자신이 역할을 맡고, 적절한 보상까지 받으면 그 역할에 몰입하고 나아가 그 역할을 자신을 대변할 때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맡은 바를 해내려고 노력하죠.


그런 의미에서 사용자에게 제공할 ‘할 일’ 역시 중요합니다. UI/UX디자이너라면 이 할 일을 서비스의 핵심 기능(Key Feature)과 엮어야 합니다. 사용자가 주어진 할 일을 통해 핵심 기능을 강화/발전시킬 수 있도록 말이죠.우리는 그 경험 고리를 디자인해야 합니다.


단, 조건이 있다면 이 과정에서 넛지를 사용해야 합니다. 좋게 말하면 넛지지만, 나쁘게 말하면 밑밥을 깐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에게 역할과 할 일을 부여하되, 그 활동들이 비즈니스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을 대놓고 말하면 곤란합니다.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으니까요. 우리는 은밀하되 치밀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이걸 잘하는 대표적인 기업이 구글입니다. User Identity 디자인을 통해 비즈니스와 지역 상점에 큰 영향력을 얻었습니다. 나아가 개인에게는 의미있는 경험까지 제공합니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가 바로 구글 지도 입니다. 이 서비스를 통해 앞서 언급한 내용의 기초를 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구글 지도 서비스에는 ‘로컬 가이드’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 들어보셨나요? 인스타그램으로 치면 일종의 인플루언서 개념입니다. 구글은 로컬 가이드에게 구글 지도를 사용하면서 장소에 대한 리뷰를 남기도록 요청합니다. 이 리뷰는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는데 큰 기여를 합니다. 


게다가 개발도상국에서 구글 제품이 최종 고객(End User)에게 전달이 되는지 확인하는 작업에도 로컬 가이드가 기여합니다. 이 일련의 과정은 머신러닝과 함께 구글 지도의 신뢰성과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에 반영됩니다. 구글은 이들에게 단계 별로 보상을 제공하고, 구글 서비스의 새로운 기능들을 출시할 때, 제일 먼저 사용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합니다.


이 과정이 꽤나 흥미로워서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글에서 본격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그리고 구글 지도 뿐만 아니라, 피트니스계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펠로톤’에 녹아있는 ‘사용자에게 의미있는 경험’을 다뤄보겠습니다.


미래의 디지털 경험을 고민하는 한국의 UI/UX디자이너라면 전 연령층이 하루에 3-4시간 씩 소비하는 디지털 경험을 한 단계 위로 끌어올릴 준비와 고민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즐거운 경험을 넘어 의미있는 경험까지 만들 수 있는 UI/UX디자이너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후속편 : User Identity 디자인 사례 -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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