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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린블루 Apr 04. 2019

User Identity 디자인 사례 - 1편

User Identity 디자인 사례로 구글 지도를 다룹니다

앞선 글에서 사용자에게 의미있는(Significant) 경험의 영역은 디지털 경험에 기반한 자아실현의 영역, 정체성의 영역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경험을 설명하기 위해서 저는 하나의 가설을 세웠습니다.


사용자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할 일’을 제공하는것. 이를 통해 사용자는 의미있는 경험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어떻게 사용자에게 ‘역할’과 ‘할 일’을 부여하는지, 그 일이 비즈니스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구글 지도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1. 로컬 가이드, 그 여정의 시작


2015년 1월 구글은 구글+를 통해 로컬가이드 프로그램을 처음 선보였습니다. 그 당시 구글의 목적은 협동을 통해 지역 리뷰의 양과 질을 늘리고, Top reviewer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통해 고품질의 비즈니스 리뷰를 늘리도록 권장하는 것 이었습니다.


여기에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데, 로컬가이드 프로그램은 한 순간 뿅하고 나타난 것이 아닙니다. 2013년도 Google + 서비스에 City Expert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이는 Yelp (크라우드소싱 리뷰, 지역 검색 서비스)의 Elite Squad를 따라 만든 것입니다.


그 당시에 City Expert는 다소 딱딱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City Expert의 자격은 총 50개의 리뷰를 작성하면 주어졌으며, 그 뒤로도 자격을 유지하게 위해 매달 5개의 리뷰를 적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활동할 수 있는 도시도 12개 정도(뉴욕, 런던 등) 밖에 안되었습니다.


로컬 가이드라는 큰 그림을 위한 프로토타이핑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다소 강제성, 지역성 있는 장벽 때문에 ‘할 사람만 하는’ 프로그램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여집니다. 구글 트렌드에도 그 당시 의미있는 패턴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약 2년 뒤 2015년 1월에 구글은 로컬 가이드 프로그램으로 리뉴얼을 합니다. 그 뒤로 2017년 6월 인센티브/리워드를 수정한 결과, 아래와 같은 수치를 나타나게 됩니다.

Yelp Elite Squad는 수치상 0을 찍어 못 넣었다는 후문이..

2017년도 로컬 가이드 활동

* 2016년 5백만 명에서 2017년 5천만 명으로 1년 만에 10배 증가 (!?) (이게 가능한 수치인가 싶어 검색을 해보았지만, 이유를 설명한 글이 없어 제 추측으로는 특이점에 도달한 것으로 간주하게 되네요 또는 구글 로컬 가이드 프로세스 디자인에 답이 있을지도?)

* 매달 70만개의 새로운 장소가 구글 지도에 등록. 그 중 95%가 미국을 제외한 국가


2018년도 로컬 가이드 커뮤니티(a.k.a Connect) 주요 수치

1. 35만 명의 로컬 가이드 신규 가입

2. 약 80만 명 Connect 멤버들이 커뮤니티에 10만개의 포스트와 28만개의 답변을 달음

3. 구글 지도 서비스, 로컬 가이드 프로그램 등을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3,200개 업로드

4. 멤버들이 1만 2천개의 Meet up을 주최했고, 약 3만 3천명의 사람들이 참가함


정리하면 전세계 5천만 명이 넘는 로컬가이드가 활동 중이고 이들은 매달 70만개의 새로운 장소를 등록합니다. 또한 정확한 수치는 자료가 없어 구하지 못하지만, 한달에 최소 수십만 건의 리뷰를 남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것도 일반 사용자보다 리뷰의 품질이 상대적으로 높은 리뷰로 말이죠.


지역 상점에는 고객 관점의 피드백을, 관광객 등에게는 정확하고 신뢰성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효과가 있습니다.(만약 로컬 가이드와 지역 상점 주인이 홍보 계약을 맺고 리뷰를 남기면 쫒겨납니다)


또한 구글 지도, 로컬 가이드 프로그램을 개선하기 위한 피드백을 커뮤니티에 자발적으로 남깁니다. 직접 사용자를 찾아서 인터뷰나 관찰하지 않아도 사용자들이 불편한 점을 스스로 찾고, 개선할 아이디어까지 제공합니다.


커뮤니티 멤버들은 Meet up을 통해 photo walk(리뷰에 올린 장소 사진을 함께 걸으며 탐방)와 같은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며 교류합니다.


이렇게 유기적이고 거대한 커뮤니티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싶은데, 의외로 심플하지만 강력한 그리고 영리한 방법을 써서 사람들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2. 모두가 그 여정에 참여할 순 없다


구글은 무작위 사용자에게 로컬 가이드 ‘역할’을 제안하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은 일종의 허들로 로컬 가이드 후보를 걸러 냅니다. 1차적으로 구글 지도에 리뷰와 사진을 남긴 사람(상대적으로 남들보다 동기가 높았던 사람), 그 중에서도 일정 수 이상의 조회수를 넘긴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고 간주됩니다.


어떤 숫자를 넘겨야 알림을 보내는지 공개된 바가 없지만, 수치를 알 수 있는 사례가 2개 있습니다.

첫 번째로 Manjunatha Gangaia 라는 사용자는 한 절(Temple)에 들려서 사진과 리뷰를 남겼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구글로부터 자신의 리뷰를 50명의 사람들이 읽었다 라는 알림을 받았습니다. 알림을 열었을 땐 이미 100명이 사람들이 리뷰를 읽은 상태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리뷰가 사람들이 쉽게 장소를 찾고 어떤 곳인지 알 수 있도록 도운 것외에 자신에게는 어떠한 혜택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저 수백, 수천의 사람들이 리뷰를 봐주는 것이 기쁜 일이라는 말만 남겼을 뿐입니다.


다른 하나는 제 사례입니다.

저는 2018년 7월 말 캐나다 벤쿠버에 있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할 곳을 찾고 음식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운 좋게 음식이 맛있어서 다른 한국인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 사진과 리뷰를 올렸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 구글로부터 저의 사진을 2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보았다는 알림을 받았습니다 (!)

문제의 그 사진(?), 볼 것도 없는데 이걸 5만6천명이?

저는 놀라서 ‘도대체 왜? 왜 내 사진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봤지?’ 라는 생각이 들었고, 많은 사람들이 봐줬다는 사실에 ‘뿌듯함’도 느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한번 더 알림이 왔습니다. 이번에는 4만명이 넘게 봤다는 사실과 함께 로컬 가이드를 해볼래? 라는 내용의 제안이었습니다 (!!)









두 이야기에서 느껴지시는 바가 있으신가요? 저는 여기서 구글이 넛지를 얼마나 잘 사용하는지 느꼈습니다.


1. 사용자 입장에서 큰 의미없이 한 행동에 대해 ‘객관적인 피드백(숫자)’을 준다는 것. 무의식에 가까운 행동에 명확한 피드백을 줌으로써 행동을 의식의 차원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의식에 반전을 주었던 것이죠.


2. 의식의 반전을 통해 사용자가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는 것. 누군가는 Manjunatha씨 처럼 기쁨을 느끼고, 저처럼 놀라움과 뿌듯함도 느낍니다. 기쁨과 뿌듯함 같은 감정은 디지털 기기를 통한 경험 중엔 희귀한 편에 속합니다.


3. 그 감정이 사라지기 전에 옆구리를 콕콕 찌르듯 ’너 이거 한번 해볼래?’라며 숨겨둔 패를 꺼냅니다. 로컬 가이드 라는 프로그램을 말이죠. 저 역시 당시에 제안을 받고 ‘당장 해보고 싶다’ 라는 강한 동기를 느꼈습니다. 그 결과 현재 저는 로컬 가이드 레벨 3에 머물고 있습니다 (최고 레벨은 10레벨, 저는 쩌리)


정리하면 구글은 자발적으로 리뷰와 사진을 남긴 사람, 일정 조회수를 넘긴 사람에게만 알림을 줍니다. 그리고 그 사용자에게 숫자로 피드백을 주어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영향이 얼만큼인지 명확히 인지시켜줍니다.

그로 인해 뿌듯함이나 기쁨과 같은 긍정적 감정을 느낄 때, 그 감정을 동기로 바꾸는 넛지를 통해 로컬 가이드 ‘역할’을 제안합니다.

 

제 추측으로 이 경험 디자인이 2017년도에 5천만명의 로컬 가이드를 확보한 주요 요인 중 하나였지 않을까 싶습니다.


3. 그 발걸음은 여러 곳에 닿아 있다


이렇게 선정된 로컬 가이드는 다음과 같은 일을 합니다. 전신 프로그램인 City Expert처럼 강제성은 없고 로컬 가이드는 자유롭게 활동합니다.


지도에 없는 장소를 추가하기

장소에 대한 정보 편집을 요청하기 (상호명, 주소, 전화번호 등)

도로에 대한 잘못된 정보/없는 정보 알려주기 (구분되지 않은 도로, 일그러진 도로 등)

지역 상점 주인들과 함께 장소에서 이용가능한 서비스에 대한 질문 답변하기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이는 할 일들이지만, 비즈니스 적으로는 큰 영향을 가지는 일입니다. 로컬 가이드는 단순히 정보를 수집하고 사진을 올리는 것을 넘어 3가지 역할을 합니다.  


많은 개발 도상국에서 구글은 제품이 고객에게 끝까지 제대로 전달되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문제를 겪습니다.
(last mile problem)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구글은 5천만 명의 로컬 가이드를 통해 정확한 지도 정보와 지역 정보를 입력하는 동시에 머신 러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또한 로컬 가이드 프로그램은 지역 상권 발전에 기여합니다. Search Engine Land사에 따르면 72%의 사용자는 긍정적인 리뷰가 지역 사업을 신뢰하게 한다고 답했습니다. 로컬 가이드의 리뷰는 최대 83%까지 구글 검색에 통합되며, SEO 랭킹에도 영향을 미칩니다.(출처)


마지막으로 구글 지도를 사용하는 사람이 구글 메일, 구글 검색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이들은 구글 제품을 사용하면서 불편한 점을 ’알아서’ 찾고 구글 측에 아이디어를 제안합니다.(idea exchange)


구글은 이처럼 구글 지도의 핵심 기능(Key feature) 중 하나인 리뷰 기능에 로컬 가이드라는 역할과 할 일을 엮어냈습니다. 그 결과 구글 제품 개선, 지역 상권 활성화, 신규 기능 개발의 효과를 얻었습니다.


사실 로컬 가이드같은 컨셉은 새로운 개념은 아닙니다. 관점을 조금만 바꿔서 생각해보면,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죠.


첫 번째는 커머스 기업에서 종종 보이는 OO단 입니다. 예로 화해 어플의 꼼평단이 있습니다.

화해 제품을 사용자가 직접 사용해보고 꼼꼼하게 평가하는 집단입니다. 이와 같은 프로그램들의 특징은 일시적이고 사용자에게 수동적인 행동을 유도한다는 점입니다. 특정 기간 내에 기업에서 정한 목표를 달성 해야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재료는 제공해줍니다. 사용자는 '받아서' 시키는 대로 '하면 될 뿐'이죠.


로컬 가이드와의 차이점은 다음 편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크게 1) 능동성 2) 지속성(동기 측면) 3) 경험의 질 4) 모집방법(앞서 언급한) 에서 차이가 납니다.  


두 번째는 바로 ‘팬덤’ 문화입니다. 연예인이나 유명BJ는 각자 팬덤이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그들은 역할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로컬 가이드와 유사합니다.(방탄소년단 아미, 아이유 유앤아이 등)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그들이 하는 일이 제품/서비스의 핵심 기능과 연결되어 있는가 아닌가 입니다. 팬덤으로 비유하면 연예인과 직/간접적으로 교류하는 일이겠죠.


팬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과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일을 합니다. 앨범을 구입하고, 콘서트에 참여하고, 황무지에 숲을 심는 일 등 말이죠.


다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팬이 다수를 차지하지 않습니다. 한정된 자리로 인해 일정 금액 이상을 지출해야 콘서트에 참석할 기회가 생기는 일이 있는 것처럼, 팬덤 안에서도 일종의 허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허들이 돈과 관련되어 있을 땐, 팬으로서 연예인과 더 가까워지기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쉽게도 일련의 활동이 연예인의 평판이나 인기를 올려주는데 도움을 주지만, 그렇다고 연예인의 성격이나 체형을 직접적으로 바꿔놓진 못합니다. 팬덤 문화가 연예인이라는 인간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겪는 물리적 한계라고 간주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OO단, 팬덤 문화와 같이 이미 알고 있는 것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구글 로컬 가이드와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 지, 어떤 부분을 참고하면 좋을지 말이죠. 나아가 로컬 가이드처럼 최소한의 허들과 자연스러운 넛지를 통해 User Identity 디자인의 발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해 봅니다.   


이번 글에서는 어떻게 사용자에게 ‘역할’과 ‘할 일’을 부여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사용자가 로컬 가이드를 통해 어떤 의미있는 경험을 하고 있는지, 구글은 커뮤니티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운영하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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