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출판, 패키지, 브랜드.. 디자인이 포괄적인 개념인 만큼 그 종류와 활용 가능한 산업도 다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와 같이 시각 디자인이나 산업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은 선택지가 많지 않습니다.
아예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기 위해 우선 고민했던 지점은 제 과거 경험과 역량을 활용 가능한 디자인이 무엇일까 이었습니다. 디자인 사고를 훈련하고 가르치는 입장이었지만, 그게 디자인이다 라고 정의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디자인 사고는 사람이 느끼는 문제를 공감하고, 진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 방법을 테스트를 통해 찾아가는 일련의 과정을 뜻합니다. 엄밀하게 따지면 오래전부터 디자이너는 이와 같이 사고하며 일을 했기 때문에, 구분 기준이 모호하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기준을 추가했습니다.
1. 과거에 경험해본 디자인이 있는지,
2. 비주얼 중심이 아닌 디자인은 무엇인지,
3. 해외에서 취업을 한다면 어떤 디자인이 경쟁력이 있는지,
4. 요새 느끼는 문제의식은 무엇인지,
기준에 답을 하나하나 찾다 보니 서비스 디자인, UI UX 디자인 정도가 나오더군요.
퇴사하기 전에 서비스 디자인 프로젝트를 해본 경험이 있었고,
서비스 디자인과 UI UX 디자인 모두 비주얼 중심은 아니었습니다.
해외 취업은 UI UX 디자인이 경쟁력이 있었지만, 서비스 디자인도 충분히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4번의 답으로 UI UX 디자인을 선택했습니다.
요즘 제가 문제라고 느끼는 부분이 디지털 기기로 인해 인간의 능동적인 행동력 감소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만 10세부터 만 69세까지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3.7시간입니다. 통계적으로 그 시간 동안 소셜 미디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며, 게임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앱에 가장 많은 돈을 지출합니다.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행동 패턴이 과거와 다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이 처음 접했기 때문에, 그 자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많았습니다.
사용하면서 불편했던 점을 개선해 혁신적인 기능을 만들기도 하고, 문자 메시지를 대체하는 메신저 앱과 같은 서비스도 등장했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1년에 수백만 개의 앱이 쏟아져 나오지만, 스마트폰 전체 사용자의 51%가 한 달에 한 번도 앱을 다운로드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스마트폰에 설치한 앱 중 1/3만 사용합니다.
즉, 소비자는 스마트폰 학습을 완료했고 더 이상 새로운 방법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 경향성이 소셜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앱을 주로 사용하는 행태로 나타나는 것이죠.
또한 Z세대와 같이 어린 세대에서 정보를 검색할 때, 텍스트가 아니라 유튜브에서 동영상부터 찾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동영상 중심 정보 습득은 편리함이 강점이지만, 반대로 여러 단점이 존재합니다.
동영상 제작 목적이 수익 창출에 있기 때문에 정보의 검증보다는 사용자의 이목을 끌기 위한 정보 구성이 많습니다. 또한 플랫폼이 광고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양질의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인지도 있는 제작자의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성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물론 많은 노력 없이도 클릭 몇 번으로 원하는 것을 얻는 점은 편하고 좋지만, 지나친 편리함은 문제를 낳기도 한다는 것이죠.
정리하면 도구의 편향적 사용이 인간을 수동적으로 만들고 있음을 우려한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만 종종 전철이나 버스에서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위화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디지털 기기를 도구의 본래 목적에 맞게 사용하도록 디자인할 수 있을까 라는 문제의식이 UI UX 디자인을 하기로 결심한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요새 더 깊이 느끼는 점이지만, 저는 독학 체질이 아닙니다. 누군가 옆에서 가르침을 주면 이를 바탕으로 저의 방향을 찾아 공부합니다. 비전공자라 어디서 어떻게 디자인을 배워야 할까 고민하다 내린 첫 번째 결정이 온라인 강의였고, 공신력과 강의 품질을 기준으로 Coursera에서 캘리포니아 예술대학 강의를 선택했습니다.
두 달 동안 기초 디자인, UI UX 디자인 강의를 들으며 이론 학습과 실습을 겸했습니다. 과정 중 기억에 가장 남았던 건 'Make hands dirty'라는 마인드셋이었습니다.
그전까지 디자인하는 사람을 떠올리면, 뭔가 처음부터 막힘없이 술술 작품을 만드는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재능 있는 사람만 디자인을 한다는 선입견이었습니다.
그 깨달음을 시작으로 6개월 동안 아래와 같은 노력을 했습니다.
1. 5개의 온/오프라인 디자인 강의 수료, 관련 자료를 통해 UI/UX 디자인 이론과 방법론 학습
2. 3번의 UI/UX 디자인 개인 프로젝트 (앱, 웹, 키오스크)
3. 콘텐츠 제작 연습으로 브런치와 커넥츠 플랫폼에 UI/UX 디자인 관련 글 연재
4. HTML, CSS 기초 마크업 언어 학습
UI UX 디자이너가 되겠다 마음먹었을 땐, 내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아직 배울 필요 없는 기술을 배우거나,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찾는다던가 헛발질을 많이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그 과정 덕분에 UI UX 업계의 현실과 트렌드, 실무 절차, 필요한 역량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고 이제 시작하는 단계입니다만, 적어도 지금 내가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는 결정했습니다.
요즘은 여행 커머스 앱을 개선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개인 프로젝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통찰과 노하우에는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팀으로 실제 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목표는 향후 3년 이내에 기업용 소프트웨어 UI UX 디자이너가 되는 것입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모바일부터 실무 경험을 쌓고, 웹, 기업용 소프트웨어 순서로 커리어를 쌓을 계획입니다.
앞서 말했듯 교육 분야에서 2년 간 일 하다 UI/UX 디자인으로 이직을 결심한 이유 중 하나가, 고객에게 제공한 가치를 측정하기 어려워 일을 할수록 동기가 낮아진다는 점이었습니다. 기업 대상 디자인 싱킹 교육 워크숍을 해도 그 효과를 수치로 확인한다거나,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없었습니다.
이에 반해 UI/UX 디자인은 사용자에게 제공한 가치가 비즈니스 성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지표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분야는 그 지표가 더 명확합니다.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그 가치가 비즈니스 성장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디자인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OO 하다 어쩌다 디자인 시리즈는 글쓰기 모임 '그글러 1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독립출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쓰는 글입니다. 저 외에 다수의 그글러 분의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을 발간할 예정입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책 출판 시 제일 먼저 소식을 전달해드리겠습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