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단골 커피집의 긴 원목 테이블에 올려진 조화가 이뻐서 구글 렌즈로 이미지 검색을 했더니 알리 익스프레스 웹페이지로 연결되었다. 두 달 후 도착?! 뭐 급한 것도 아니니까 내친김에 주문을 한다. 그러니까 이렇게. 스마트폰의 카메라에 맺혀 무선으로 어느 중계기를 거쳐 케이블을 타고 바다를 건너 구글의 데이터센터에 도달한 커피집 조화 이미지는 구글의 이미지 검색 알고리즘을 타고 (전 세계에서 집결되어 있던 수없는 이미지들 중에서) 비슷한 이미지와 매칭된다. 이 이미지는 다시 바닷속 케이블을 통과해서 중계기를 지나 무선으로 나의 스마트폰에 도착해서 스크린에 발광된다. 그 아래에 달린 주문 버튼을 내가 누르고 몇 가지 절차를 거쳐 결제를 하자마자 무선으로 커피집 주변의 중계기로 옮겨진 명령어가 케이블을 따라 바다를 헤치고 알리바바의 데이터센터로 들어가 (중략) 중국의 조화 업자에게 전달된다. 창고에서 꺼내진 조화는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와서 택배 차에 실리고 우리 아파트 현관 앞에 놓인다. 두 달은 아니고 일주일 뒤였다.
#2
그 전날 아내가 (생화) 꽃다발을 손에 들고 왔었다. 생일이라 직장 동료들이 줬단다. 자랐든 만들었든, 어디서 왔든 저마다 이쁜 꽃다발 두 개를 나란히 놓고 보니, 이미 우리는 다중우주에 사는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