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역에서 시작해서 인왕산 정상 찍고 부암동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오늘로 여섯 번째 달성했다. 달성이라니 고난도 등산 같네. 소풍이 좋겠다.
코스 중간중간에 산딸기가 보여서 먹을까 망설이다 군락지를 발견하곤 못 참고 살짝 맛봤다. 이른 더위 탓에 한동안 오지 않았는데 그새 이쁘게 영글었나 보다.
부암동 천진포자에 가서 (늘 차있던) 가운데 넓은 자리가 비었길래 앉았다. 한적한 홀에 곧 한 무리의 외국인이 들어왔다. '나름 단골의 주인의식'이 발동해 구석자리로 옮겨 앉았다. 훈뚠과 매운새우만두를 후루룩 짭짭 잘 먹고 나설 때 주인장이 사이다를 공짜로 주시겠다는 걸 굳이 사양했다.
바로 옆 빵가게에서 바게트를 사들고 초소책방에 갔다. 경찰초소를 리모델링해서 이름이 그렇다. 초소 위치답게 서울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야외 테라스 그늘 아래에서 솔솔바람을 맞으니 더할 나위 없다. 옆 자리에 우리 연배쯤의 부부가 연로한 부모님과 얘기 나누다 가족사진을 찍으려고 자동 촬영기능을 만지고 있길래 찍어드리겠다고 나섰다. 오늘 연달아 기특한 짓을 했다.
책방을 나와 길 따라 걷다가 수성동계곡으로 꺾었다. 일전에 여러 번 왔던 서촌으로 진입하는 길이다. 아담하고 특색 있는 가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솔솔 하다. 이 근방도 오랜만이라 기억나기도 낯설기도 하다.
통인시장 입구에서 찹쌀도넛을 사서 입에 물고 경찰서 지나 광화문역에 도착했다. 만 오천보. 짭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