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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수 Mar 05. 2023

설득하고 싶다면

설명만 하세요.


아들이 고3으로 넘어가는 겨울방학 동안 머리를 쥐어뜯었다. 진득하게 공부하는 버릇은 들지 않았고 발등에 불은 떨어져서다. 어떻게 사람이 하루 12시간씩 공부할 수 있냐며 한탄한다.

"아들아, 남들이 말하는 좋은 대학을 못 간다고 인생에서 실패하는 건 절대 아니다. 다만 네가 원하는 기회를 얻기 위해 매번 너를 증명해야한다."

이 지점에서 멈춘다. 더 나아가면 서로 힘들다. 아들은 다 이해했다. 내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회사에서는 어떨까.

팀원에게 피드백할 때, 짚고 싶은 당시 상황을 '있었던 그대로' 재연하면 된다.

"사장님에게 그날 중으로 보고를 해야 했는데 나에게 보고서 초안을 늦게 주어서 많이 곤란했다"

이 지점에서 멈춘다. 울컥하면서, "너 때문에 말이야..." 식으로 급발진하면 산통 깨진다.

내 감정을 담담하게 전달하기만 해도 팀원은 미안함에 어쩔 줄 모른다. (이렇게 작동하지 않는다면, 팀원에게 억울한 사연이 있어서다. 이 문제 풀이는 다음 시간에.)


컨설팅도 그렇다.

고객이 하는 말을 잘 듣고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기만 해도 해답이 드러날 때가 많다. 사람들은 의외로 사실을 발라내는 데에 공을 들이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에 숫자와 사례를 보태서 설명하면 사장님은 개탄하며 돈을 지불한다.


아내에게는?

'있는 그대로' 이실직고하면 된다. 아니면 평생 피가 마른다. ...


여기까지 잘 실천되면, 상급 기술인 '질문'에 도전해 보자.


잘 알려진 일화가 있다.

잭 웰치가 GE의 사장이 되었을 때 계륵 같은 사업들을 어떻게 할지 피터 드러커(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분)에게 물었다. 피터 드러커는 '그 사업들을 안 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새로 시작하려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라고 되물었다. 이후에 잭 웰치는 과감하게 사업들을 정리했다.

사실 이 경지가 되기는 쉽지 않으니, 설득하려다 망쳐먹는 지경부터 피하고 보자. (저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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