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내와 동네 마실 나가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세무사 간판이 보이길래,
"세무사가 좋은 직업 같아. 세금이 사라질 리 없잖아"
"그렇지만 앞으로는 AI가 하지 않을까"
몇 분 못 가서 편의점을 지났다.
"저기 밖에 앉아서 컵라면 먹던 학생 말이야. 꼭 우리 아들 같네. 학원 수업 마치고 짬 시간에 저러겠구나 싶어서. 불쌍해."
"그러네. 옷차림도 덩치도 딱 우리 아들이네. 그래도 나는 불쌍하다는 생각은 안 들어"
"왜?"
"저 나이 때 겪는 거잖아. 특별하게 대우받고 그러면 자기가 사는 시대를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지니까. 정유라나 조민을 봐. 뭐 우리가 그렇게까지 해줄 정도도 아니지만 그럴 생각도 없잖아."
#2
챗GPT가 세상을 뒤집어 놓았다. 앤드류 응(AI 권위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분)의 비전(*)이 정말 실현될 것 같다. 지금은 대형 커머스, 미디어 같은 업종들과 큰 회사들이 AI로 돈 벌고 있지만, 동네 미용실, 옷가게, 과일가게 같은 작은 동네 가게들도 AI에게 일을 시켜서 모두 장사 잘 되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비전. 초거대 AI는 모태 같은 역할이라 여러 종류의 서비스를 빠르게 낳을 수 있다. 엑셀 함수로 가계부를 뚝딱 만들듯이 말이다.
머리 쓰는 일도 손발 쓰는 일도 AI가 다해준다면 사람은 무엇을 하게 될까?
#3
토요일자 종이신문 두 개를 펼쳐서 쭉 읽어가다가, 산을 다룬 두 개의 기사를 연이어 보았다. 사람들이 왜 산에 오르는지를 다룬 책(**) 소개가 하나이고, 정부가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를 41년 만에 허용한 사건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짚는 기사가 다른 하나이다.
등반가인 저자는 우리가 산에 오르는 이유가, 산 위에 올랐을 때 광활한 공간이 주는 벅참을 느끼는 동시에 내가 작은 존재라는 겸손함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를 둘러싼 논란은, '환경 파괴다', '지역 경제를 위해 필요하다'까지는 익히 알만한 내용이다. 기자는 산에 오르고 싶어도 오르지 못하는 사람들 - 장애인, 노약자 등 - 을 언급한다. 순간 '아..'를 내뱉었다. 누군가는 산이 주는 감동에 원천봉쇄되어 있구나.
#4
인간다움은 공감능력에 있다. 영화 HER에서와 같이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AI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아이들은 동시대의 사람들과 호흡하면서 구획 없고 편견 없이 살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 앤드류 응 테드 강연 : https://youtu.be/RUn8KWPTY6Y
** <산에 오르는 마음>(로버트 맥팔레인, 글항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