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인형

by 이용수

딸 방을 작정하고 치웠다. (옷 무덤에서 교복을 발굴하는 건 좀 아니지 않니)

전집류 책을 모두 빼내고, 곱게 접은 옷들을 세로로 세워서 채웠다.

침대 귀퉁이에 놓인 큰 바구니를 뒤집으니 인형들이 쏟아져 나왔다.

풍채 좋고 잘 생긴 강아지 인형을 거실로 모시고 와서 의자에 앉혔다.

책 읽을 때 눈빛 교환하자고.

아들이, '소싯적에 함께 노닐던 친구'가 그동안 어디에 있었냐며 반가워했다.

어둠과 속박의 세월을 견디고도 변함없는 늠름한 표정에 경의를 표한다.

(옆에는 친구가 기대어있다. 낮에 사람 없어도 둘이 의지하며 외롭지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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